내 귀에 들리는 대로
어려운 환경 가운데 시작한 신혼 살림 속에 유일한 낙은 아이를 데리고 주일예배, 수요예배, 구역예배를 드리며 하나님과 만나는 것이었다. 날로 성장하는 믿음 속에 잔잔한 평화를 누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여고동창과의 만남을 가졌다. 일찍 결혼한 친구는 운이 좋게 시아버지께 물려받은 5층 빌딩의 소유자로 나를 반기며 각종 맛있는 요리를 가정부에게 만들어오게 했다. 늘 가정부 손에 해주는 밥이나 먹으며 헬스까지 다니는 친구가 어찌나 부러워 보이는지 집에 돌아온 나는 ‘나도 언제 친구처럼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사는 편안한 신세가 되어보나’ 하는 불평을 남편 앞에 종종 터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이 계속 멎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다 결국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 팔에 링거주사가 꽂혀 있는 썰렁한 병실에서 그날 저녁 보호자 밥이 내 앞에 나왔다. 수저를 드는 순간 스치는 깨달음. ‘그렇게 원했던 남이 해주는 밥을 이렇게 먹게 되는구나.’ 내 귀에 들리는 대로 행해주리라는 말씀이 병실을 감돌고 있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더니…. 그날 이후 어떠한 상황에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기로 한 것이 하나님과 나의 은밀한 약속으로 되어 있다.
/ 서난숙
/생명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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