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에게 중학교 때 별명이 진따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하는 짓도 진따고, 생긴 것도 진따고, 왕따의 전형적 모델이었습니다. “야! 내 숙제 좀 해!” 하면 “어. 알았어.” 했고, “야! 볼펜 예쁜데. 내가 가진다!” 하면 “어. 그래.” 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 미화원인 진따 아빠가 다리를 절며 찾아와 큰 봉투를 주었습니다.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찐따! 거 뭐냐?” “아빠가 너희 주라고 빵 가져왔어.” 진따 아빠가 왕따인 아들을 잘 봐달라고 사왔는데 친구들은 조롱했습니다. “야! 그 빵 청소하다 주운 것 아냐!” 그날 아무도 먹지 않아서 진따는 말없이 그 빵을 그냥 가져갔습니다.
다음 날, 진따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틀, 사흘, 그리고 일주일 후에도 나오지 않자 친구들이 웃었습니다. “야! 진따가 땡땡이도 치네.” 얼마 후, 종례시간 때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얘들아! 진호가 많이 아파.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 병이 커졌단다. 선생님도 가봤는데 상태가 아주 안 좋은 것 같다. 너희도 한번 가봐라.”
그날 10명의 친구들이 진따에게 갈 때, 달동네를 오르며 너무 힘들어 서로 말했습니다. “진따 정말 슈퍼맨이었네! 도대체 매일 이 길을 어떻게 다녔어!” 드디어 화장실만한 진따 집이 나와 소리쳤습니다. “야! 진따! 아니, 이진호! 우리 왔다!” 방이 적어 다 들어가지 못해 두세 명씩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갔다 5분 후에 나온 친구들 눈이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야! 왜 그래? 울었냐?” “아냐. 그런데 이제 진호 어떡하냐?”
무거운 마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는데 머리가 ET처럼 부은 진호가 보였습니다. “진호야!” “어. 경수 왔구나!” “왜 이래!” “약 먹으면 곧 나아질 거야.” “뭐야! 약을 먹어! 머리가 이렇게 퉁퉁 부어 눈도 못 뜨면서 병원도 안 가!” “괜찮아!”
가슴이 메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동안 진따에게 누구 하나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지만 그날만은 달랐습니다. “야! 진따. 꼭 나아야 돼. 너 안 나오면 내 숙제는 누가 해주냐?” 그날 진따 집에서 나올 때 모두 조용했습니다. “야! 찐따 괜찮겠지?” 대답이 없었습니다. “야! 말 좀 해봐! 진따 괜찮겠지.“ 역시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 후 진따는 방학 때까지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개학 후에도 여전히 진따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개학 일주일 후,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얘들아! 진호 별명이 진따였니? 진호가 하늘나라 갔다. 가기 전에 너희들 얘기 많이 했다더라.”
그 말을 듣고 너무 진따에게 미안하고 서러워 욕이 나왔습니다. “병신! 쪼다! 진따 같은 자식. 그래 우리 안보니까 좋겠다.” 그날, 반 전체가 조용했고, 흔한 지우개 던지기와 말뚝박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집에 와 엄청 울었습니다. 불쌍한 친구를 못살게 군 비열한 친구였다는 생각에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12년 후, 그는 진따가 보고 싶어 ‘진따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진따야! 나다. 기억 나? 어제 동창회 했다. 네게 숙제시키던 명식이도 나왔고, 네 뒤에서 샤프로 콕콕 찌르던 정호도 나왔다. 명식이는 결혼해 딸도 있는데 지 에빌 닮아 시집은 다 간 것 같다. 정호는 PC방 사장 됐다. 너 얘기 하며 너 혹시 천국에서도 왕따 아니냐며 웃었다. 진따야! 너 춥니? 보고 싶다. 정말 미안해. 너 다음 세상에서 우리 만나도 친구 해줄 거니? 응? 말 좀 해봐? 진따야! 천국에서 잘 있지? 보고 싶다. 진호야.”
살기 어려운 때는 더 소자를 살필 때입니다. 소자를 위해 드리는 한 그릇의 냉수, 일분의 시간조차 언젠가는 결국 행복으로 변해 내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제 살면서 ‘받는 일’만 추구하지 말고 ‘주는 일’에 더 관심을 두십시오. 줄수록 영혼의 만족감이 더해집니다. 영혼의 행복을 찾는 길은 ‘나눔과 섬김의 길’입니다. (061207)
ⓒ 글 : 이한규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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