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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예화 모음 107편

by 【고동엽】 2022. 6. 12.
[처음 목차 돌아가기]
 
 

1. 슬기로운 며느리

어느 집에 효심 많은 맏며느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비록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식탁을 같이 해서 밥을 먹을 때면 항상 시아버지 국에 고기를 듬뿍 담아 드리고 자신의 국에는 고기 건더기를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식사 기도 시간에 시아버지는 몰래 국을 바꿔 놓곤 했습니다. 그러면 맏며느리가 곧 눈치를 채고 그것을 도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맏며느리의 자녀들은 항상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부모님을 먼저 대접하는 효성이 지극한 자녀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며느리는 항상 부모님 대접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정성껏 대접하지 않고 대신 자기 자녀들을 잘먹였습니다. 노인들에게 내놓는 음식은 언제나 가장 험한 그릇에 먹다 남은 것을 담아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가장 좋은 음식들만 먹였습니다.




둘째 며느리도 할머니가 되어 자녀들의 음식 시중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은 항상 맛있는 것은 감추었다가 손자들에게 주었고, 먹지 못하고 버릴 것들만 어머니에게 대접했습니다. 음식을 담아온 그릇도 고양이 밥을 주던 그릇을 물로 씻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자기가 대접한 대로 결국 대접을 받는 것을 깨다고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그녀는 탄식 속에 남은 여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2. 늙은 말의 지혜

제 환공이 고죽을 토벌할 때의 일이다. 봄에 출정하여 겨울이 되어서야 귀환하게 된 연고로 주위의 풍경이 생경하여 그만 중도에 길을 잃고 말았다. 이 때 마침 중신 관중과 습붕이 환공을 수행하고 있었다.
관중이 환공에게 늙은 말을 풀어 그 뒤를 따를 것을 권했다. 그의 말대로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르니 마침내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산길에 들어섰는데 마실 물이 없어 모두가 기갈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 때 습붕이 환공에게 말했다. “개미는 겨울에 산의 남쪽에, 여름에 산의 북쪽에 서식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미집 아래 여덟 자를 파면 거기에 반드시 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산기슭 남쪽으로 돌아 한번 개미집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먹을 물을 얻을 수 있었다.




관중이나 습붕 같이 지혜로운 자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말이나 개미 같은 동물에게조차 배우기를 서슴지 않거늘 오늘날 사람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성인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는 도리를 알지 못하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도다.
청소년 여러분! 사람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노련한 지혜와 경험이 큰 몫을 하게 됨을 명심합시다. 우리는 선배들의 노련한 지혜와 경험을 겸손하게 받아 들여 우리 생활에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경험이 많은 분들의 뜻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혜를 창출한다면 우리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사자의 지혜

동물들의 세계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사자가 총지휘관이 되었고 동물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습니다. 동물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한심하다는듯이 수군거렸습니다.
"당나귀는 멍텅구리라서 전쟁에 방해만 될 테니 돌아가는 게 낫지."
"토끼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싸움을 한다고 온 거야! 한심하군."
"개미는 힘이 약해 어디다 쓰겠어?"
"코끼리는 덩치가 커서 적에게 금방 들통나고 말걸."
이때 총지휘관인 사자가 호통을 쳤습니다.
"씨끄럽다. 모두 조용히 해라! 당나귀는 입이 길어서 나팔수로 쓸 것이다. 그리고 토끼는 걸음이 빠르니 전령으로 쓸 것이며, 개미는 작아서 눈에 안 띄니 적진에 게릴라로 파견할 것이고, 코끼리는 힘이 세니 전쟁 물자를 운반하는 일을 할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단점을 장점으로 살려 씁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누군가의 단점이 보이십니까? 또는 나 자신의 단점 때문에 좌절하시나요? 나와 타인의 장점을 볼 수 있는 눈을 크게 뜬다면 분명 삶이라는 전투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용혜원(시인)

4. 개미의 지혜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개미의 지혜를 배우라고 하셨다. 도대체 개미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인가.

첫째, 노동의 윤리를 배워야 한다. 개미는 성충으로 겨울을 나기에 먹이가 부족한 계절을 위해 식량을 저장한다. 여기서 개미의 저축생활을 배워야 한다.




둘째, 컨베이어 벨트식 분업의 공정을 배워야 한다. 개미는 군락을 이뤄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개미의 경영방식은 철저한 분업제도다.
셋째, 번식의 분업을 배워야 한다. 가장 신기한 것은 번식 분업이다. 여왕 개미는 평생 알을 낳는 일에 전념하고,일개미는 여왕을 도와 군락의 번식에 필요한 제반업무를 담당한다. 개미는 그야말로 고도로 조직된 기업경영을 방불케 한다.

하나님은 개미의 이런 지혜를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과연 내가 속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가정 교회 사회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행여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설동욱 목사<예정교회>

5. 말썽꾸러기의 지혜

23년 전 다섯 살 된 내 아들이 말썽을 부리다 아끼던 도자기를 깨뜨려 아내에게 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잘못을 인정한 아들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다섯 대 맞았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엄마의 목을 껴안고 울었다. “엄마,엄마가 한번 맞아봐라. 얼마나 아픈데…. 내 다리에서 피나면 좋아?” 아내는 매를 던지고 아들을 품에 안았다. “아들아,엄마가 잘못했다. 얼마나 아팠니. 다시는 엄마 말 거역하지 말고 잘 놀아야 돼.” 자식을 기르다 보면 각양각색이다. 체벌할 때 도망치며 부모 맘 아프게 하는 자식이 있고,매 맞으면서도 엄마 품에 뛰어드는 자식이 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해 십자가 고통을 당하며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절규했다. 이는 도망치는 절규가 아니라 하나님 품속으로 뛰어드는 아들의 기도다. “그래도 나는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세상 모두가 나를 버려도 난 저들을 버릴 수 없어요. 나도 하나님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이런 기도였다.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



 6.지혜로운 삶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패가 인생의 끝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주어진 자신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일까? 현실을 바로 인식하며 사는 것이다.

현실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현실을 볼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현실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현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현실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지 못한다. 물고기의 IQ는 0.3 이라고 한다. 다른 물고기들이 낚시 바늘에 걸려 물 밖으로 끌려나가며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서도 입질을 한다. 그것은 낚시꾼이 낚싯대를 쥐고 있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도 또 그 일에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의 모든 현실을 움직이고 계심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7. 지헤로운 나귀

본문: 시편 63 장 10 절
"칼의 세력에 붙인 바 되어 시랑의 밥이 되리이다"

이리 한 마리가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나귀를 보았습니다. 이리는 적당한 거리까지 접근해서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습니다. 나귀는 얼른 절름발이 시늉을 했습니다. 이리가 ‘자네, 왜 다리를 저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울타리를 뛰어넘다 가시를 밟았네. 그러니 나를 잡아먹기 전에 가시를 먼저 빼게. 그렇지 않으면 가시가 목에 걸릴 걸세.’ 나귀는 능청맞게 아픈 시늉까지 해보였습니다. 나귀의 이야기에 수긍한 이리는 함정에 빠진 것도 모르고 나귀의 뒷발을 들어올려 곳곳에서 가시를 찾았습니다. 이때, 나귀가 발길질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리의 이빨이 다 부러져버렸습니다. 놀라움과 아픔으로 정신이 나간 이리는 와락 꽁무니를 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되어도 싸지. 아버지가 물려준 백정 일이나 열심히 했어야지, 의사 일은 당초 내 일이 아니었어.’

세상에는 이리처럼 교활하고 잔인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공짜로 차지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항상 이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은 자기 꾀에 빠져서 망하기 때문입니다.

* 기도: 악한 자들을 이기는 지혜를 주소서.
/시편을 통한 매일묵상집(아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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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유태인의 100가지 지혜

<유태인의 전승민화에서 배우는 100가지 생활철학>
편저자:A. 갤리언
옮긴이:김범윤


차 례
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못생긴 그릇
목동과 다윗
마술사과
다윗을 구한 세 가지 생명체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인생의 비결
은혜를 배반한 뱀

공로자
머리가 둘인 인간
가장 큰 재산
솔로몬과 황금의 성
진짜 어머니
솔로몬의 재판
참다운 이득
말을 훔친 베니야
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탑 속에 갇힌 솔로몬의 공주
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제2장 짐승이 가르쳐 준 교훈
배고픈 여우
양치기 모세
꼬리와 머리
가장 강한 신랑
희망
목숨을 희생한 개
천 데나리온을 주고 산 개구리
파묻힌 솔로몬의 보물
생명을 구해 주는 풀
당나귀와 다이아몬드
사자와 가시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새가 남긴 교훈
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악마의 선물
입을 쓰지 않는 이유
노예로 팔린 엘리야
누구의 신앙이 옳은가
유태인의 현명함


제3장 랍비가 둘러본 세상
훗날을 위한 나무심기
어떤 농부
효도
시몬과 팔십 명의 마녀
갈비뼈 도둑
저주받은 첫날밤
진짜 아들은 누구일까
메시지 전달법
분실물
현자가 된 양치기
무식한 아키워와 당나귀
간음한 자는 돌로 쳐라
기도를 하고 있는 유태인
카바라의 힘


제4장 미리 가본 저승세계
선과 악
천국과 지옥을 구경한 친구
복수와 정의
하나님이 맡기신 보석
이승까지 이어진 전생의 인연
장난 삼아 한 결혼
뿌린 대로 거둔다는 철칙
목숨을 살리는 부적
육체와 영혼
개에게 물린 여자
말이 된 채무자
랍비와 이웃이 된 백정
아삭의 기우제
수염을 깍아서는 안되네
아버지를 죽인 여호수아


제5장 무덤에서 살아난 노인
기도
아들을 구한 현명한 아버지
위대한 신
무덤 속에서 살아난 노인
향료
박해받는 유태인
투르크 치하의 유태인
세 개의 문
돌을 팔아넘긴 농부
가정과 평화
헤로데스 왕과 왕비 마리안느
인간과 정을 통한 아누비스 신
가장 나쁜 죄악을 저지른 자
셀주크 왕의 목을 벤 유태 처녀
화병을 깨버린 이유
안식일의 요셉
행운을 차버린 이교도
시간이 없는 나라
물의 요정과 결혼한 약속
되찾은 지갑


제6장 알렉산더 대왕과 지하세계
알렉산더 탄생의 비밀
내 자식에게 죽음을 당하리라
비밀에 싸인 성
알렉산더를 구해준 노인
대왕의 정의
패전국 최후의 왕족
구름 속 여행, 바다 밑 여행
신도시 알렉산드리아
금지된 유태의식
인간 세상에 온 하계의 왕자
디혼과 하계 공주의 결혼
죽음을 부른 디혼의 배신




책머리에
유태인들은 5천년이란 긴 세월을 나라도 없이 긴긴 유랑생활, 학살과 추방, 이민족의 온갖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들은 과학, 예술, 경제 등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고 있다.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민족, 소수 민족인 유태인이 이렇듯 인류역사 발전에 기여도가 큰 민족으로 인정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적응력이 강하고 창의성이 풍부한 민족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역사가 불운했던 만큼, 유태인들에게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젓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 혹은 집단의 자기 수련은 유태인 특유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만들어냈고, 5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태민족을 세계의 어떤 민족보다도 돋보이는 존재가 되도록 했다.
유태교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토라'와 유태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생활규범인 '탈무드'의 가르침을 통해 그들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솔직하고 날카로우며, 해학이 담겨 있다. 그들 특유의 의식구조와 정신사를 대변해 주는 유태인의 민화들은 오늘날의 유태인이 있게 한 지혜의 원류로써, 탄력성 있는 사고와 행동방식을 요구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리라.
1993년 9월 옮긴이 김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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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못생긴 그릇
매우 총명하지만, 얼굴 생김새가 추한 한 사람의 랍비가 로마황제의 왕녀와 만났다. 왕녀는 그의 추한 생김새와 지혜로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비꼬아서 말했다.
"뛰어난 총명이 이런 못생긴 그릇에 들어 있군!"
랍비는 "왕궁 안에 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왕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슨 그릇에 들어있습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왕녀가 "보통의 항아리라든가, 술병 같은 그릇에 들어 있죠."라고 대답했다.
랍비는 놀란 체하며 말했다.
"로마의 왕녀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금이나 은그릇도 많이 있을 텐데 어쩌면 그런 보잘것없는 항아리를 쓰시다니!"
이 말을 들은 왕녀는 싸구려 항아리에 들어 있던 술을 금이나 은그릇에 넣었다. 그러자 술맛은 변해서 맛이 없게 되었다.
왕이 화를 버럭 내며 "누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느냐?"라고 묻자 왕녀는, "그렇게 하는 쪽이 알맞다고 생각해서 제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랍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랍비에게 "당신은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을 권했습니까?"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랍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할지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쪽이 좋을 경우가 있다고 가르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선인이라도 입버릇이 나쁜 사람은 훌륭한 궁전 이웃에 있는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 가죽 공장과 같다.--탈무드


목동과 다윗
사울 왕 시대에 한 남자가 젊은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곳의 영주는 전부터 이 젊은 여인을 탐내오던 참이라, 남편이 죽자 여인을 자기 집으로 불러 들이려고 했다. 그 뜻을 따르고 싶지 않았던 여인은 영주 몰래 고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그녀는 가지 돈을 몇 개의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는 그 위에 꿀을 채웠다. 그리고 증인이 보는 앞에서 죽은 남편과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항아리를 맡기고는 다른 고장으로 떠나버렸다.
그녀가 그 고장을 떠나고 얼마 후, 여인의 꿀 항아리를 맡았던 사람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 갑자기 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번에 맡아 두었던 꿀단지가 머리에 떠올라 지하실로 내려가 뚜껑을 열어 보았다.
항아리 안에는 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꿀을 조금 떠내니 그 밑에는 금화가 가득 빛나고 있지 않은가. 다른 항아리에도 역시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는 돈을 모두 쏟아내고, 새로 꿀을 사서는 항아리마다 가득 가득 채워 넣었다.
시간이 흘러 그 고장의 영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여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맡겼던 항아리를 다시 찾으려고 했다.
그러자 이 나쁜 사람은 "내가 꿀을 맡을 당시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받아 가는 것이 좋겠소."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곧 증인을 데려왔고, 죽은 남편의 친구는 그 증인 앞에서 항아리를 돌려주었다. 집에 도착한 여인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금화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너무나 억울하여 울면서 재판관에게 하소연하였다.
재판관은 여인에게 물었다.
"그 항아리에 돈이 들었다는 걸 아는 증인이 있는가?"
"없습니다. 저만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사울 왕께 가보아라. 그분이라면 혹시 너에게 힘이 되어 주실 지도 모르겠다."
여인은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상급 재판소로 가서 판결 받도록 명했다.
그러나 상급 재판관도 역시 항아리에 돈이 들어있음을 증언해 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금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증인이 있어야만 재판을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다."
재판관의 냉정한 말에 여인은 낙심하여 물러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여인은 훗날 왕이 된 다윗을 만나게 되었다. 다윗은 그 무렵 양을 치는 목동이었으나 지혜롭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여인은 억울한 사연을 목동에게 털어놓았다.
"증인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판을 해주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느 편이 옳은가를 말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왕에게 가서 다윗이 재판을 해도 되겠느냐고 승낙을 받아 오십시오
만일 왕께서 허락하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시비를 가려 드리지요."
다윗의 말에 여인은 다시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그 소년을 불러도 좋다고 허락했다. 여인은 목동을 왕 앞으로 데리고 왔다.
"그대가 재판을 해보겠다고?"
"허락하여 주신다면 힘써 해보겠습니다."
"좋다. 해보도록 하라."
다윗은 고소 당한 남자를 재판정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호소한 여인에게 문제의 항아리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여인이 그 항아리를 가져오자, 다윗은 먼저 여인에게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음엔 고소를 당한 남자를 향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저 여인이 맡겨 두었던 항아리임에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윗은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빈 그릇을 가져오라고 명해서는 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는 꿀을 모두 빈 그릇에 쏟아 넣었다. 그리고 나서 빈 항아리를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씩 두들겨 깨뜨렸다. 그리고는 그 깨진 조각들을 조심조심 살펴보았다. 그러자 항아리 파편들 속에서 금화 두 닢이 발견되었다. 꿀이 굳어 항아리 밑바닥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윗은 즉시 거짓말을 한 남자를 향해 명령했다.
"당신이 맡았던 돈을 어서 이 여인에게 돌려주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재판 소식을 전해 듣고는 다윗의 지혜로움에 다시 한 번 탄복을 했다.
자기를 아는 것이 최대의 지혜이다.--탈무드--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어느 날, 다윗 집안의 아이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메뉴에 삶은 달걀이 나왔는데 여러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고 얼른 자기 몫으로 나온 달걀을 먹어 치우고 말았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이 달걀을 먹기 시작하자 자기 접시만 텅 비어 있는 것을 쑥스러웠던 아이는 옆에 앉은 아이에게 달걀 한 개만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는 빌려주긴 하겠는데 그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빌려준 달걀을 내가 돌려 달라고 할 때, 그 달걀뿐만 아니라 그 동안 그 달걀이 내게 주었을 이익까지 전부 계산하여 돌려준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달걀을 빌려주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하고 내 의견을 따를 수 있겠니?"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순간을 모면하려고 약속은 그렇게 했지만 달걀을 빌렸던 아이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빌려주었던 달걀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빌린 달걀이 하나였지? 여기 있어."
그러나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왜 하나야? 그보다 훨씬 많잖아"
의견이 서로 달라진 두 아이는 다윗에게 시비를 가려 달라고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윗 앞에 나아간 두 아이는 달걀을 빌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자신들의 의견까지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달걀 한 개가 아니라 그 동안 그것이 만들어 냈을 이익까지 전부 받아야겠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듣고 다윗 왕은 달걀을 빌린 아이 에세 빌렸던 것을 전부 갚으라고 말했다.
"만약 그 동안의 것까지 쳐서 모두 갚는다 해도, 저는 그것아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며 대체 얼마를 갚아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빌려준 아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을 한 결과를 말했다.
"첫해에는 달걀에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되어 나옵니다. 그 병아리가 두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치게 되죠. 세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병아리가 커서 각각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매년 계산하다 보면...."
그러고 보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달걀을 빌린 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난처해하며 법정을 나왔다. 마침 솔로몬이 법정밖에 있는 것을 본 소년은 솔로몬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래, 왕께서는 어떻게 심판하셨느냐?"
"저에게 달걀 한 개에서 생길 수 있는 이익을 전부 갚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엄청난 숫자의 닭을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소년의 말을 듣고 난 솔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소년에게 좋은 지혜를 일러주었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될 거야. 밭에 가서 있다가 대왕의 군대가 지나갈 때, 삶은 콩을 심고 있다고 대답해야 해. 너의 대답을 들으면 아마 병사들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의아하게 생각하여 되물을 것이야. 그러면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소년은 즉시 밭에 나가 솔로몬이 말해준 대로 밭이랑에 콩을 심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을 지나던 병사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심고 있는 거냐?"
"삶은 콩을 밭에 심고 있습니다."
"삶은 콩을? 삶은 콩을 밭에 심는다고 싹이 돋아 나온 다더냐? 별소릴 다 듣겠네."
소년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답하였다.
"그러면 삶은 달걀이 부화되어서 병아리가 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까?"
병사들이 지나칠 때마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사이에 이 이야기가 어느새 다윗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왕은 곧 소년을 불렀다.
"그렇게 행동한 것은 네 생각이었느냐?"
"네, 그렇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대답했으나 왕은 틀림없이 솔로몬이 지혜를 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년에게 재차 묻자, 소년은 사실은 솔로몬이 일러준 것이라고 진 식을 털어놓았다.
왕은 솔로몬 왕자를 불러 달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 아이는 달걀 한 개만 되돌려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에 삶은 달걀은 결코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소년은 솔로몬 덕분에 달걀 한 개만 돌려주는 것으로 이 재판을 매듭짓게 되었다.
판사는 반드시 진실과 평화의 양쪽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진실을 구하면 평화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진실도 파괴하지 않고 평화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타협이다.--탈무드--


인생의 비결
장사꾼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인생의 비결을 살 사람 없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다녔다. 온 동네 사람들이 인생의 비결을 사려고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에는 랍비도 몇 사람 있었다. 모두 모여들어 서로, "내가 사겠다!"고 나서자 장사꾼은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이란 자기 혀를 조심해서 쓰는 것이라오."
자기의 결점만을 걱정하고 있는 인간은 딴 사람이 가진 결점은 알지 못한다.--탈무드--


은혜를 배반한 뱀
어느 추운 겨울, 노인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추위로 거의 얼어죽어 가는 뱀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자비로운 노인은 그 뱀이 불쌍하게 생각되어 조심스럽게 집어서는 자기 품속에 품어 주었다. 노인의 온기로 차츰 원기를 회복하게 된 뱀은 입장이 달라지고 보니 다른 생각을 품게 되었다. 드디어 완전히 힘을 되찾게 되자 뱀은 생명의 은인인 노인의 몸을 둘둘 감아 죄어 죽이려고 했다.
놀란 노인은 뱀에게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 나쁜 놈 같으니.... 네가 얼어죽을 것을 불쌍히 여겨 내가 살려 주었거늘, 감히 나를 죽이려 해! 이게 무슨 경우냐? 자, 함께 재판관 앞에 가서 따져보자."
"좋지. 그럼 누구를 재판관으로 세우지?"
"길을 가다가 우리가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자를 재판관으로 삼자."
"조다."
노인과 뱀은 함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저쪽에서 황소 한 마리가 오는 것이 보였다. 황소를 불러 세운 노인은 황소에게 그 동안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뱀이 한마디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네. 성서에도 나와 있지 않는가. '뱀과 여자의 후손은 원수가 되게 한다.'라고."
묵묵히 듣고 잇던 황소는 점잖게 판결을 내렸다.
"뱀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인간이 뱀에게 아무리 자비를 베풀었어도 뱀은 악하게 보답을 해도 좋을 것이오. 사실 그 동안 우리들은 너무 푸대접을 받아왔소. 나의 주인을 봐도 그래.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을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은 내게 고마워 할 줄 모르거든. 주인 놈은 하루종일 놀면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먹고 내게는 찌꺼기조차 주는 걸 아까워하지. 또 잠자리는 어떻고, 자기는 따뜻한 침대에서 포근히 자면서 나는 마당에서 덜덜 떨면서 자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거든."
황소는 처음엔 점잖게 나오다가 점점 흥분하여 욕을 내뱉기도 하는 등 과격한 말과 인간에 대한 불만만을 쏟아붓고는 자리를 떠났다.
노인은 황소의 엉터리 판결에 화를 내며 다시 뱀과 함께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이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노인은 또 이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리는 노인과 뱀을 번갈아 보고 나서는 황소와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역시 화가 난 노인은 다윗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자고 뱀에게 말했다. 이윽고 다윗 왕 앞에 나선 노인과 뱀. 그러나 다윗 역시 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진 않았다.
"성서에서도 말했듯이, 옛부터 뱀과 인간은 원수지간이다. 그러니 뱀이 너를 해친다 해도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다윗 왕 앞을 물러 나왔다. 그때 뜰 한편에 있는 우물가에서 혼자 놀고 있는 솔로몬 왕자가 노인의 눈에 띄었다.
그때 소년 솔로몬은 아버지인 다윗 왕의 지팡이가 우물에 빠졌기 때문에 수면에 돌을 던져 지팡이가 물위로 떠오르도록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노인은 솔로몬의 그런 행동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왕자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 해 봐야겠다. 어쩌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 줄지도 모르겠군.'
노인은 솔로몬에게 다가가 뱀이 자기에게 했던 못된 행동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아버님께 이렇게 다툰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렸습니까?"
"물론 그랬습니다. 그러나 대왕님께서는 대왕님의 힘으로도 저를 구해줄 길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랬나요? 어디 우리 함께 아버님께 가봅시다."
그리하여 솔로몬과 노인 그리고 뱀은 다시 다윗 왕 앞에 서게 되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요?"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다보니 그렇게 밖에 판결을 내릴 수 없었느니라."
"아버님, 그러시다면 이 사건을 저에게 한 번 맡겨 주시겠습니까?"
솔로몬의 요청에 다윗은 잠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들의 총명함을 아는지라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먼저 솔로몬은 뱀을 향해 물었다.
"너는 왜 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거냐?"
"그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너는 성서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았느냐?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은 재판관 앞에서는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율법 말이다. 만일 네가 성서를 그렇게 존중한다면 너는 즉시 그 노인의 몸에서 떨어져 반듯하게 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뱀은 대답과 동시에 노인의 몸을 감고 있던 것을 풀고는 노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솔로몬은 노인을 향해 판결을 내렸다.
"성서에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성서에서 명하는 대로 빨리 하시오!"
그러자 노인은 지팡이를 번쩍 치켜들어 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그리하여 뱀은 배은망덕했던 죄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혀를 사왔다.
이틀쯤 지나서 랍비는 그 하인에게 오늘은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도록 명했다. 그러자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이상하게 여긴 랍비가 하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혀를 사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너는 똑같이 혀를 사왔다. 그 까닭을 말해 보겠느냐?"
그 하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여섯 개의 쓸모 있는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눈, 귀, 코는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고, 입, 손, 발 세 가지는 인간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탈무드--


공로자
어떤 임금님이 병이 들었다. 그 병은 세상에도 없는 희한한 병으로 "암사자의 젖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암사자의 젖을 구해 오느냐가 문제였다.
어떤 머리 좋은 사나이가 사자가 살고 있는 동굴 가까이에 가서 새끼 사자를 한 마리씩 암사자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10일째에는 암사자와 그는 퍽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임금님 약으로 쓸 젖을 조금 짜낼 수 있었다.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 몸의 여러 부분이 서로 싸우는 백일몽을 꾸었다. 몸 안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다리는 만약 자기가 없었더라면 사자가 있는 곳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눈은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 장소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심장은 또한 자기가 없었더라면 도저히 여기까지 올 힘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혀가 다음 말을 주장했다.
"만일 말을 할 수가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자 몸의 각 부분은 일제히 소리쳤다.
"뼈도 없고, 전혀 값어치도 없는 하찮은 부분인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지 말라!"
그런데 궁중에 사나이가 이르렀을 때, 혀는 "누가 가장 중요한가 너희들에게 알려 주고야 말 테다."라고 말했다.
임금님이 사나이에게 물었다.
"이 젖은 무슨 젖인가?"
그러자 사나이는 난데없이 말했다.
"개의 젖입니다."
앞서 일제히 나무라던 몸의 모든 부분은 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알게 되어 모두 사과했다.
혀는 그들의 사과를 듣고 나서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암사자의 젖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부분일수록 자제심을 잃어버린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법이다.


머리가 둘인 인간
어느 날, 죽은 혼령들의 왕인 아스모데우스가 솔로몬 왕을 찾아와서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 불리우는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주께서 그렇게 만드셨지요."
"제가 왕에게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를 보여드릴까요?"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라니 무엇을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아스모데우스는 즉시 팔을 뻗쳐 땅밑에서 머리가 둘이고 눈이 넷 달린 인간을 꺼냈다. 그 인간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진 솔로몬 왕은 그 하계의 인간을 다른 방에 가두어 두도록 명령하고, 군대의 대장인 베나야를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 세상 밑에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
"부왕의 고문으로 있었던 한 나이 많은 신하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내게 그대에게 그 인간을 보여주겠다면 어찌할 텐가?"
"어떻게 그럴 수가.... 하계에 가려면 5백년도 더 넘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대왕이 시라도 그렇게 먼 나라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머리가 둘 달린 인간을 끌어오게 했다. 그 모습을 난생 처음 본 베나야는 얼른 손으로 눈을 가리며 부르짖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생긴 인간이 다 있다니!"
싱긋 웃음을 띤 왕은 그제서야 기괴하게 생긴 인간을 향하여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사람이냐, 귀신이냐?"
"저희들도 이곳의 백서들처럼 사람입니다. 단지 저희가 하계에서 사는지라 지상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을 따름입니다."
"그대의 나라에도 해가 있고 달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소와 양도 기르고 있습니다."
"해가 뜬다고? 어디서 떠오른단 말이냐?"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솔로몬은 하계의 인간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들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저희들은 항상 하나님의 전지전능하고 위대하심에 대해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가?"
"네, 대왕님. 빨리 저희 나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솔로몬은 아스모데우스를 불러 이 이상하게 생긴 인간을 하계로 다시 데려다 주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아스모데우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일단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두 번 다시 하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하계의 인간은 할 수 없이 이스라엘에서 살게 되었다. 그는 예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일곱 명의 자녀도 두었다. 자녀들 중 여섯 아이는 어머니를 닮았으나 한 명만이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둘 달린 채로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하계에서 온 남자는 죽고 자식들에게는 막대한 재산이 남겨졌다.
유산을 분배할 때가 되자 어머니를 닮은 여섯 명은 "우리는 모두 일곱 명이니 일곱 등분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가 둘 달린 아이는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이다. 나는 두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두 사람 몫의 유산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을 두고 다투었으나 해결은 나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만 나빠지게 되자, 주위의 어른들이 솔로몬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다.
이 재판을 맡게 된 솔로몬은 처음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덕망 있는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별 수가 나오지 않았다.
솔로몬은 다음날에 있을 재판을 앞두고 하나님께 좋은 지혜를 빌려 주십사고 기도했다.
다음날, 솔로몬은 법정을 개정하고 방청객들 앞으로 머리가 둘 달린 사내를 불러들였다.
"나는 이자가 정말 두 사람인지, 아니면 한 사람인지 시험해 보겠소."
그리고 펄펄 끊는 물과 포도주와 헝겊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세 가지가 다 준비되자 솔로몬은 물과 포도주를 섞은 후 그 속에 헝겊을 넣어 적셨다. 그리고 나서 펄펄 끊는 헝겊을 머리 둘 가진 사내의 한쪽 얼굴에 갖다댔다. 그러자 두 개의 머리는 동시에 울부짖었다.
"왕이시여, 잘못했습니다. 뜨거워 못 참겠습니다. 아아.... 우린 하납니다. 둘이 아니라구요. 제발 이 뜨거운 헝겊을 치워 주세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방청객들은 모두 머리 둘 달린 남자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욕심을 부린 둘 가진 사람을 꾸짖은 뒤, 재산을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형제들에게 사이좋게 분배해 주었다.
판사의 자격은 겸허하고 언제나 선행만을 행하며, 무언가 경정을 굳힐 만큼의 위엄을 가지며, 현재까지의 경력이 깨끗해야 한다.--탈무드--


가장 큰 재산
어떤 배 위에서의 이야기이다. 손님들은 모두 큰 부자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랍비가 한 사람 타고 있었다.
부자들은 서로 자기들의 재산을 비교하며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 재산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마침 그때 해적이 배를 습격했다.
부자들은 금은 보석 등 자기들의 모든 재산을 잃었다. 해적이 사라진 뒤, 겨우 배는 어떤 낯선 항구에 닿았다.
랍비는 곧 학식과 교양이 높다는 것이 항구 사람들에게 알려져 학교에서 학생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이 랍비는 배에서 함께 여행했던 지난날의 부자들과 만났으나, 모두 비참하게 가난뱅이로 전략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당신 말이 옳았소. 교양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것과 같소."
여러 가지 지식은 언제나 빼앗기는 일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솔로몬과 황금의 성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가 된 솔로몬, 그가 다스리는 영토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솔로몬은 그 드넓은 영토를 녹색 비단과 순금 장식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거대한 융단을 타고 마음껏 날아다녔다. 그의 곁에는 항상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자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인간으로서 '아사후'라고 이름했고, 또 하나의 정령으로 '레미라트'라고 불렀다. 또 다른 신하로는 백수의 왕 '사자'와 새들 중의 왕인 '오질로와시'가 있었다. 솔로몬 일행은 융단을 타고 밤낮으로 꼬박 열흘을 동서남북, 하늘과 땅을 구별하지 않고 날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솔로몬은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멋진 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기막힌 성을 본 적이 없도다."
그 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솔로몬 왕은 성 앞에서 융단을 착륙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시중꾼들을 데리고 그 성으로 다가갔다.
그 성은 마치 에덴 동산에 온 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대왕은 주의를 한 바퀴 돈 후, 성안으로 들어가지 위해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의 입구가 통 보이지 않았다.
"입구가 어디인지 도대체 모르겠군. 누가 좀 찾아보시오."
정령의 왕 레미라트는 부하들을 불러 성의 곳곳을 살피도록 시켰다. 지붕 꼭대기까지 올라가 살피던 부하들은 잠시 후 레미라트에게 보고했다. 솔로몬은 오질로와시에게 명령하여 지붕에 살고 있다는 독수리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솔로몬 앞에 대령한 독수리는 대왕께 인사를 드렸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에라나드라고 합니다."
"지금 몇 살이나 됐는가?"
"7백 살이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는데, 혹시 그대는 이성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성의 입구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 제겐 형님이 있는데 그분이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군요. 형님은 9백년이나 사셨으니까 혹시 대왕님의 물음에 답할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로몬 왕은 오질로와시에게 다시 명령하여 독수리 에라나드가 말한 그 9백살 된 독수리를 데려오도록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9백살 된 알레옵이라는 독수리가 오질로와시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그 독수리 역시 성의 입구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저의 큰 형님께 물어보면 혹시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나이 많은 독수리가 왕 앞에 불려오게 되었다. 큰형 독수리는 알타먼이라고 불리우며 1천 3백 살이라고 대답했다. 그 독수리는 솔로몬으로부터 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처음 이성을 보았을 때에도 역시 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아버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성의 서쪽에 입구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서 흙과 먼지로 입구가 매몰된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성주변의 흙과 먼지를 날려버리면 문이 보이게 될까?"
솔로몬은 즉시 바람에게 명하여, 성주변으로 세찬 바람을 불러 일으키도록 했다. 얼마 후 흙먼지는 모두 날아가고 드디어 수천 년 동안 가려져 있던 녹슬은 청동빛 철문이 육중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솔로몬은 감탄을 발하며 그 문 곁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 있는 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간들이여, 기억할지어다. 이 호화로운 서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을 즐겁게 살아왔도다. 그러나 어느 해부턴가 흉년이 들면서 우리는 불행을 겪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아무리 많은 보물도 쓸모가 없었도다. 밀 대신 진주를 가루로 빻았지만 그걸 먹을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결국 이 성을 독수리들에게 넘겨주기로 했도다!'
자물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들어가려면 문의 오른쪽에 있는 흙무더기를 파보아라. 그러면 유리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 안에 든 열쇠로 자물쇠를 열라.'
솔로몬이 시키는 대로하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문이 또 나타났다. 그 문을 열자 루비, 에메랄드, 진주, 사파이어 등 온갖 보석들로 가득찬 광장이 왕을 맞아 주었다.
광장 옆으로는 작은 방들이 연이어서 여러 개 있었는데 방마다 보물이 가득차 그 휘황찬란함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솔로몬은 그 중 한 방에서 은으로 만든 전갈이 조각된 문을 발견하였다. 그 문을 밀어보니 쉽게 열리며 지하로 통하는 길이 왕 앞에 나타났다. 이 지하통로의 끝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문이 또 하나 버티고 있었다.
솔로몬이 다가가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살고 있던 사람은 일찍이 강대한 권세를 자랑하며 호화롭게 살아왔다. 온갖 기쁨을 누리며 지냈지만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마침내 죽음이 그를 찾아왔고 그의 생명도 다하였다 나그네여, 문을 열고 나아가 보라.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
솔로몬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물의 산이 나타났고 그 끝에 또 하나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 역시 문구가 써 있었다.
'이 성에 살던 사람들이 누리던 부와 명예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도다. 천 년 만 년 살 것 같았던 이 성의 사람들이 모두 무덤속에 잠든 지금, 그들의 자취는 간 곳 없고 재물과 보화만이 후세에 전하고 있도다.
솔로몬은 자물쇠를 열고 휘황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보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벽에는 또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성을 다스리고 있는 나는 온갖 권세를 두 손에 쥐고, 이 세상의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가장 아름다운 옷만 입으면서 살아왔다. 모두들 나를 두려워 하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다.'
솔로몬은 다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세 개의 출구가 있었는데 문마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 있었다.
그대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시간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대도 언젠가는 노쇠하여 그대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어야만 하고, 결국엔 무덤 속에 그대의 몸을 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세월이 변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월은 흐르기 마련이고 변하기 마련이므로....'
솔로몬은 세 번째 있는 문의 문지방을 넘어 방으로 들어섰다. 그 방에는 한 가운데에 커다란 죄상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고 그 좌상의 좌우로 여러 개의 동상들이 서 있었다. 그 동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솔로몬이 커다란 좌상에 다가서자, 좌상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동상들아, 깨어나라. 솔로몬이 왔다. 그가 우리들을 해치려고 여기 왔다.
얼른 그를 막아라."
좌상의 고함소리가 끝나자마자 좌우에 기립해 있던 우상들의 코로부터 불과 연기가 뿜어 나오며 악마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아주 큰 소리로 그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이 감히 나를 협박하느냐?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인 내게 감히 누가 덤빈단 말이냐! 나에게 거역하는 놈은 가차없이 벌하고 말리라."
이렇게 호통치며 하나님을 부르자 동상들이 모두 힘없이 쓰러져 버렸고 악마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우상과 악마들을 순식간에 처치해 버린 솔로몬은 다시 좌상에 접근하여 그 입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엔 은으로 만든 쟁반 하나가 있었는데 그 위에 섬세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영리한 솔로몬조차도 난생 처음 대하는 문자여서 도저히 무슨 의미가 담긴 말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고생 고생 하여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여기 새겨진 글뜻을 알 수가 없으니 말 할 수 없이 허무하구나."
그때 솔로몬 왕이 있는 곳으로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그 청년은 왕 앞에 나와 정중히 절을 한 후에 말했다.
"하나님께서 대왕님을 도와드리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솔로몬은 주님의 은총에 감사한 뒤, 은쟁반을 젊은이에게 보여 주었다.
젊은이는 그 글자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의미를 파악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문자는 헬라어입니다. 은쟁반에 쓰인 글의 내용은 이런 뜻입니다. '짐은 에어드의 아들인 서다드 왕이다. 주변의 모든 나라를 지배하는 권세와 온 나라를 꽉 채울 만큼의 부를 가진 나였지만, 그러나 죽음의 사자가 가까이 오니 짐도 무력할 수밖에 없구나. 바라건대 이 글을 읽는 자는 금은 보석 같은 허망한 재화에 집착하여 번뇌에 빠지지 말고 인생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임을 명심하여 좋은 덕을 쌓는데 힘쓰도록 하라.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자기 이름 몇 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진짜 어머니
솔로몬 왕은 매우 현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며, 솔로몬 왕에게 재판을 청해 왔다.
솔로몬 왕은 여러 가지 사실을 조사해 보았지만 자기도 어느 쪽의 아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태인의 경우 소유물이 어느 쪽에 속하는가 알 수 없을 때에는, 공평하게 두로 나누는 것이 통상의 관례였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이 아기를 칼로 두 토막으로 자르도록 명했다.
그러자 한쪽 어머니는 갑자기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그렇게 하려거든 차라리 그 아이를 저쪽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외쳤다. 그 광경을 보고 솔로몬은 "너야말로 진짜 어머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넘겨주었다.
어린이는 부모가 이야기하는 모양을 흉내낸다. 성격은 그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탈무드--


솔로몬의 재판
안식일에 세 사람의 유태인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그 무렵에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함께 땅에 묻었다.
그런데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은밀히 그 장소에 돌아가 돈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이튿날 세 사람은 지혜로운 임금님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을 찾아가 세 사람 가운데 누가 훔쳤는가를 밝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말했다.
"당신들 세 사람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들이므로 내가 지금 재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먼저 협조해 달라, 그러면 당신들 세 사람의 문제는 내가 재판해 주겠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떤 젊은 아가씨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자 아가씨는 다른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맨 처음의 약혼자를 만나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위자료를 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번째 남자는 위자료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그녀와의 약속을 취소했다.
그녀는 많은 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인에게 유괴되었다.
그녀는 "나는 결혼하려고 약속했던 남성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했음에도 위자료도 받지 않고 헤어져 주었습니다. 당신도 똑같은 일을 내에게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돈을 받지 않고 그녀를 유괴에서 풀어 주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솔로몬 왕이 물었다.
"이 가운데서 누가 제일 칭찬 받아야 할 행위를 한 사람일까?"
그러자 첫째 사나이가 말했다.
"맨 처음 그녀와 약혼을 했지만 약혼을 취소하고 위자료도 받지 않았던 사나이가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돈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 아가씨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용기를 갖고 맨 처음의 남자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하고 진정으로 사람하고 있는 사나이와 결혼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어서 나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첫째 유괴한 사람도 돈 때문에 유괴했는데도 돈을 빼앗지 않은 채 풀어 주었다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솔로몬 왕은 큰 소리로 세 번째 사나이를 가리키며 "네가 돈을 훔친 범인이다!"하고 외쳤다.
"다른 두 사람은 애정이라든가 아가씨와 약혼자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인간관계, 그 사이에 있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것을 곧 알아차렸는데도 너는 돈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네가 틀림없는 범인이다!"


참다운 이득
몇 사람의 라비가 악인의 무리와 마주쳤다. 이 악인들은 흡사 흡혈귀와도 같은 악질 인간들이었다.
그만큼 교활하고, 그만큼 잔인한 인간들은 이 세상에 없었다.
한 사람의 라비는 이러한 인간들은 물에 빠져서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비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했던 라비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야, 유태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되오. 아무리 이 인간들이 죽어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러한 일을 기도해서는 안 되오.
악인들이 멸망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악인들이 참회하는 것을 바라야 하오."
악인을 벌하는 것은 이쪽에 있어서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들을 회개시키거나, 이쪽 편에 끌어들이지 않는 한 손해가 될 뿐이다.


말을 훔친 페니야
솔로몬은 시간이 나면 장기 두기를 즐겼다. 지혜롭기로 이름난 솔로몬이었던 만큼 그의 장기 기술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듯 능수 능란하여서 한 번도 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솔로몬은 그의 고문인 베나야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었다. 깊이 생각을 하며 장기를 두어나가는 솔로몬인지라 장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베나야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제 베나야가 둘 차례였지만, 묘한 수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성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는지라 호기심이 생긴 왕은 장기를 두다 말고 일어서서 창가로 가서는 밖을 내다보았다.
베나야는 그 틈을 타서 솔로몬의 장기 중에서 한 개를 슬쩍 감추어 버렸다.
왕은 다시 돌아왔지만, 말 한 개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장기를 두었다. 시간이 흐르자 황의 형세는 차츰 불리해져 갔고 급기야 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상 지기만 하던 베나야는 처음으로 승자가 되었다.
왕은 패했다는 데 대하여 화가 났다. 자기보다 잘 두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베나야가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왕은 패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처음에 시작할 때처럼 말을 늘어놓고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말을 한 개씩 한 개씩 두어 나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말 한 마리가 중간에 없어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밖을 살피러 창가로 갔을 때 베나야가 말을 하나 숨긴 게 틀림없어. 패해 가던 베나야가 그 다음부터 이기기 시작했거든. 사람을 속이다니, 고약한 행동을 했구나. 내가 직접 대놓고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 고백하도록 하리라." 솔로몬은 그 후에도 베나야에게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험상궂고 어깨에 자루를 멘 두 사내가 무엇인가 수군대면서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차림새나 하는 짓거리로 보아 도둑질을 하러 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왕은 곧 방으로 돌아와서 왕의 옷을 벗고 허름한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가 그 두 사내를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내와 만난 솔로몬은 그들과 인사를 한 후 좋은 계획을 하나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과거엔 도둑질깨나 한다는 사람이었다오. 자, 여기 왕이 거처하는 방의 열쇠가 있소. 나는 그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소. 오래 전부터 왕궁을 털 생각으로 계획을 착착 세워왔는데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럭저럭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소. 어떠시오, 형씨들. 나랑 한 번 일을 벌여 볼 생각이 없소?"
두 사내는 솔로몬의 계획을 좀더 자세히 듣고는 그럴싸하다고 판단을 내려 함께 일할 것을 승낙했다.
"왕궁의 구조를 잘 안다고 했소? 그럼, 그곳으로 들어가는 건 당신이 앞장서시오. 물건을 훔치는 일은 우리가 할 테니...."
"좋소. 하지만 지금은 일러서 안돼요. 좀더 기다렸다 합시다. 예루살렘 성이 아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길 때까지."
이윽고 시간이 흘러 한밤중이 되자 왕은 두 도둑에게 행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솔로몬을 따라 궁전으로 들어간 두 도둑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진귀한 것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는 자루에 넣으려고 했다.
"이런 물건은 가져가나 마나 부피만 차지할 뿐이오. 저쪽으로 가면 이것보다 몇 배나 값나가는 보물들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도록 합시다."
생전 처음 보는 보물들에 얼이 빠진 도둑들은 왕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자, 마음껏 가지시오. 나는 그 동안 밖에 나가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왕은 방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왕의 엄위를 갖추고 호위병을 불러들였다.
"내 방에 도둑이 들어있다. 지금 이 방에 들어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라."
다음 날 아침, 왕은 재판을 열었다.
"이 곳에 계시는 장로 여러분들과 공명정대하신 방청객 여러분, 이 자리에 현장에서 잡힌 도둑이 있소. 그것도 보통이 물건이 아닌 국왕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자요. 이자를 재판하고 싶은데 어떻게 벌하면 좋겠소?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왕의 말을 듣고 있는 베나야는 몰이 오돌오돌 떨리고 심장이 뚝 멎는 것만 같았다. '왕의 물건을 훔친 자'라고 했는데 그건 꼭 왕이 장기의 말을 훔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법정은 자기를 처벌하려고 열린 재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한층 무거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베나야는 얼른 왕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때 대왕님이 창가로 가셨을 때 제가 몰래 대왕님의 말 한 개를 숨겼습니다. 제가 이겼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대왕님, 두 손 모아 비오니 제발 용서해 주시옵소서."
솔로몬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용서를 빌고 잇는 베나야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껄껄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 일 때문에 법정을 연 것은 아니오. 난 그런 사소한 일은 이미 잊은 지 오래요. 어제 저녁에 내 방에 들어와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하던 도둑을 잡았길래 그 도둑을 재판하려고 이 법정을 연 것이오. 법관 여러분, 부디 정당한 심판을 내려주기 바라오."
솔로몬은 이렇게 베나야를 직접 꾸짖지 않고도 베나야 스스로 실토하도록 만들었다.


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다윗이 죽고 솔로몬이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을 때,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온갖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리고 어둠의 정령, 악령, 요귀와 마귀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도록 만들어 주었다.
또 솔로몬은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힘도 갖게 되었다.
솔로몬이 왕위에 즉위하여 태평성대를 누리던 어느 날, 포도주에 얼큰히 취한 솔로몬은 기분이 좋아져서 온갖 동물들과 온갖 어둠의 혼령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나선 그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연회를 즐기고자 했다.
왕의 서기관이 새와 짐승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령하자, 이름을 불린 짐승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솔로몬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왕이 인사를 하는 동물들에게 답례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노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왕은 뇌조를 잡아들여 벌을 주라고 명령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후, 뇌조가 스스로 날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왕에게 아뢰었다.
"온 세상의 만물을 다스리는 대왕이시여! 제가 오늘 늦은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니까 한 세 달 전쯤의 일입니다. 저는 대왕의 은덕을 충족히 입는 터라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동물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혼자 결심하였습니다. 세상의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아직도 대왕의 은덕이 펼쳐지지 않은 곳이 혹시 있지 않나 알아 봐야겠다구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던 중, 동방에서 키틀이라 불리우는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 키틀이란 도시가 있는 나라는 온통 순금으로 뒤덮여 있고 은 따위는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무도 숲도 천지가 창조된 그때의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경치 또한 말할 수 없이 아름답더이다. 그 나라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활을 쏠 줄도
모를 뿐더러 전쟁이란 말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군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시바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고 하더군요. 만약 대왕께서 명령하신다면 제가 다시 키틀로 날아가서 시바의 여왕을 데려다 대왕 앞에 대령하겠나이다."
뇌조의 이야기를 다 들은 솔로몬 왕은 시바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여왕이라는 사람도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뇌조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고, 서기관을 시켜 편지를 쓰게 하여 그것을 뇌조의 날개에 매달아 주었다.
뇌조는 솔로몬의 명을 받고 다른 새들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 시바의 키틀을 향해 날아갔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시바의 여왕은 기도를 올리려 궁전을 나섰다가 하늘 저 끝에서 새의 무리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새떼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밝게 빛나던 태양이 새떼에게 가려 주위는 칠흑으로 변하고 말았다.
놀란 여왕이 대신들과 함께 깜깜해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조 한 마리가 사바의 여왕 앞으로 내려와 앉았다.
여왕은 내조 날개에 편지가 매여 있는 것을 보고 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궁금한 마음으로 그 편지를 풀어 읽어보았다.
'사바의 여왕과 신하들에게 우호의 인사를 드리는 사람은 왕 솔로몬이 오다. 하나님은 내게 세상의 온갖 힘을 주신 바 있소.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나라들은 모두 내게 조공을 받치고 있소. 그런데 단 한 나라, 당신들의 '시바'라는 나라만은 내게 인사조차 없던 것으로 기억되오.
만일 여왕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내게 조공을 바쳐 온다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리지 않은 경의를 표할 것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의 나라가 나의 희망을 거역한다면, 나는 강력한 군대를 동원하여 시바 왕국을 공격할 것이오. 또 정령들을 시켜 당신의 나라 백성들을 괴롭히게 만들고 동물들을 보내어 전답을 모조리 밟아 망가뜨리라고 시키겠소.
어떻게 하겠소?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는 모두 당신에게 달렸소이다.'
솔로몬의 편지를 다 읽은 여왕은 즉시 대신들을 불러 모아 솔로몬의 편지 내용을 말해주고 의견을 물었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의 왕은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의 편지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신들은 솔로몬의 위협에 넘어가지 말라고 여왕을 부추겼다. 그러나 여왕은 대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여왕은 온 나라에 공고를 내어 사공들을 모았고, 많은 배에 값진 보물을 가득 싣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나서 키와 몸매가 같고 생년월일이 같은 6천명의 남녀를 모아 붉은 색의 옷으로 갈아 입히고 뱃길을 떠났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3년이 지난 후, 드디어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성이 있는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솔로몬은 우선 장군 베나야 벤 요다야를 보내어 여왕 일행을 맞이하도록 했다. 베나야는 대단한 미남자로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를 보자 솔로몬 왕인 줄 알고 인사를 하려고 얼른 마차에서 내렸다.
베나야는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마차에서 내리십니까?"
"솔로몬 왕께 인사를 드리려구요."
"아, 아닙니다. 나는 왕이 아닙니다. 난, 대왕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의 안내를 받으며 솔로몬에게로 나아가게 되었다.
솔로몬은 시바의 여왕이 곧 도착한다는 전갈을 받고는 성을 나와, 유리로 된 궁전으로 들어가 여왕을 맞을 차비를 하였다. 여왕은 솔로몬이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옷이 젖을세라 치맛자락을 둘둘 걷어 올리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솔로몬은 본의 아니게 여왕의 다리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왕은 마치 남자의 다리처럼 털이 수북이 나 있었다.
"나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었소. 그런데 그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대의 다리는 다른 여자들보다 못하군요."
그러자 시바의 여왕이 말했다.
"여왕이시여, 나는 대왕께서 무척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내가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겠습니다. 만일 그것을 알아맞추신다면 왕께서는 소문 그대로 현자이심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맞추지 못하신다면 대왕은 보통 남자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솔로몬은 여왕에게 수수께끼를 내보라고 말했다.
"나무로 만든 샘 속에서 쇠로 된 통이 돌을 퍼내기 시작하면 물이 흐릅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화장상자요. 나무로 만든 화장상자 속에서 조그만 쇠수저로 눈 화장하는 돌가루를 퍼내어 눈꺼풀에 문질러 바르면 눈물이 흐릅니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의 수수께끼를 내었다.
"흙속에서 나와서 먼지를 먹고 반죽같이 되어 집안을 엿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것은 집을 지을 때 바르는 안료라는 것이오."
여왕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문제를 내었다.
"갈대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가 바람이 불면 좌우로 흔들리며 크게 울부짖습니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가난한 사람에게는 수치심을, 죽은 사람에게는 장식이며 살아있는 자에게는 고통이 됩니다. 그것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모시가 아닌가요? 들판에서 자랄 때는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가, 돛에 달면 바닷바람에 포효하듯 울부짖고, 좋은 옷을 입은 부자는 으시대며 자랑하고, 누더기를 입은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워하며, 삼베옷을 입혀 죽은 자를 감고, 모시풀을 꼬아 교수대의 밧줄로 쓴다면 교수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될 사람에겐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솔로몬의 대답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여왕은 그 지혜로움에 감탄을 했다.
"저는 이제껏 대왕만큼 지혜로운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대왕님은 역시 이 세상을 다스릴 만하십니다."
솔로몬은 시바 여왕을 궁전으로 안내했다. 궁전의 성스럽고 호화로운 광경을 보자 여왕은 솔로몬을 창조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다. 그리고 가지고 온 보물들을 망설임 없이 솔로몬 왕께 바쳤다.


탑속에 갇힌 솔로몬의 공주
솔로몬 왕에게는 아주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다. 솔로몬은 자기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공주에게 과연 어떤 사람이 배필로 짝지어 질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별자리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신랑될 사람은 이 나라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란 점괘가 나왔다.
사랑하는 딸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것에 기분이 상한 왕은 바다 한가운데의 외딴 섬에 높은 탑안에 공주를 살도록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스라엘의 장로 중 칠십 명을 뽑아 공주의 호위하게 했다. 그리고 물과 먹을 것을 충분히 넣어 준 다음, 출입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봉해 버렸다. 외부 사람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 이렇게 철저하게 봉쇄를 해놓았으니 하나님이라도 손쓸 도리가 없으실 테지."
솔로몬은 그렇게 생각하고 안심을 했다.
어느 날 밤, 누더기를 걸친 한 젊은이가 길을 잃고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의 눈에 풀밭에 소의 해골이 널려있는 것이 보였다. 젊은이는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할 생각으로 소의 갈비뼈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뉘었다. 그 젊은이가 갈비뼈 안에서 잠든 무렵 어디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 젊은이가 든 소의 뼈를 잡아채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성의 탑 꼭대기에 떨어뜨려 놓고 가버렸다.
그 탑은 바로 공주가 거처하는 탑이었다. 소의 갈비뼈가 놓여 있는 탑의 지붕은 바로 공주의 방 지붕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잠이 깬 공주는 여느 때처럼 지붕 위를 쳐다보다가 젊은이를 발견했다.
"누구시길래 이런 곳에 계신가요?"
"저는 유태 백성으로 앗크라라고 합니다.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커다란 독수리가 나를 이곳에 물어다 놓았습니다."
젊은 남자를 오랜간만에 보게 된 공주는 젊은이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목욕을 하게 하고 새옷으로 갈아입게 했다. 그러자 앗크라는 몰라볼 정도로 미남이 되었다.
게다가 이 젊은이는 지혜롭고 경전에 통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 후 공주는 그만 이 젊은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공주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저와 결혼해 주신다면 제게 축복이 될 겁니다. 저에게 축복을 주실 마음이 없으십니까?"
"그건 제가 바라던 바였습니다.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제게도 크나큰 축복이 됩니다."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자기 손가락을 물었다. 그리고는 피를 내어 결혼을 약속하는 글을 썼다.
"주님, 이제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였습니다. 저희들을 축복해 주시고, 우리 사랑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젊은이와 공주는 잠자리를 같이 했다.
이윽고 공주는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 공주를 돌보고 있던 장로들은 공주의 몸에 이상한 기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저... 공주님, 혹시 아기를 잉태한 것이 아니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공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신하들은 모두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공주가 아기를 잉태하게 되었더란 말인가!"
신하들은 솔로몬의 노여움을 각오하고, 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공주의 소식을 알렸다.
사랑하는 딸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솔로몬은 배를 대령시켜 공주가 있는 섬으로 갔다. 그리고는 공주를 불러 자초지정을 물어 보았다.
"하나님께서 얼마 전에 제가 있는 이곳으로 젊은이 한 사람을 보내주셨어요.
그 사람은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한없이 온유하고 재능도 많습니다.
게다가 성경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공주의 말을 들은 솔로몬은 그 젊은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이윽고 그 젊은이가 대왕 앞에 나섰다. 대왕은 우선 그의 씩씩한 외모에 호감이 간지라 젊은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시켜 보다가 그의 부모와 가족에 관한 것, 그리고 고향을 묻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을 들으니 일찍이 대왕이 별점을 보았을 때 공주의 배필이 되기로 했던 그 남자임이 밝혀졌다.
왕은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다시 한번 감탄하여 주님을 칭송하였다.


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솔로몬이 성전에 건축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 왕과 제후들에게 사신을 보내어 건축분야에 뛰어난 기술자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능력과 일의 양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어떤 나라에 매우 훌륭한 기술자가 있었는데, 그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줄지라도 예루살렘에는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유인즉,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데 혹시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나쁜 놈이 아내를 넘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내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땅의 영주는 그 기술자를 특별히 불러 예루살렘에 가줄 것을 부탁했다.
"솔로몬 왕이 처음으로 부탁을 하는 건데 나로서는 이 부탁을 거절할 처지가 못되네. 솔로몬의 권세는 이 세상에서 으뜸이네. 자네가 성전 건축에 협력해 주시를 난 진심으로 바라네."
그 기술자는 영주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그만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대하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왜 승낙을 했는지 몹시 후회가 되었다. 아내는 남편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윽고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의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며 남편을 위로했다.
"저 때문에 라면 아무 염려 마세요. 전 당신의 아내로서 언제까지나 몸을 단정히 지키고 있겠습니다. 영주님과 약속을 하셨다면 지키는 게 도리가 아닌가요?"
아내의 위로에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은 기술자는 그날 하루를 꼬박 아내와 지새고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예루살렘에 갈 행장을 갖추었다. 아내는 떠나는 남편에게 삼가루를 들어있는 유리상자를 주었다.
"이 작은 상자를 항상 당신 곁에 두세요. 안에 삼가루들 사이에 불끼가 있는 석탄덩어리를 넣어두었습니다. 삼가루에 불을 붙지 않는 동안은 저의 몸이 정결한 상태이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기술자는 부인이 준 유리상자를 몸에 지니고는 길을 나섰다. 이윽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그는 정성을 다하여 성전 건축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왕은 그 기술자의 목에 매달려 있는 작은 유리 상자를 보게 되었다. 대왕은 궁금해서 무엇이냐고 물었고, 기술자는 그 자초지정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왕은 용모가 수려한 젊은이 두 사람을 불러서는 기술자의 고향에 가서 그의 아내를 유혹해보라고 시켰다.
왕명을 받은 두 젊은이는 기술자의 고향으로 갔다. 그리고 기술자의 집에 찾아가 하룻밤 잠자리를 구했다. 기술자의 아내는 두 미남자를 상냥하고 친절하게 잘 접대해 주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그 둘을 침실로 안내하여 편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 두 젊은이는 침대에 눕는 척하다가 장인의 아내를 유혹하기 위해 침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인의 아내가 젊은이들이 흑심을 품지 못하도록 침실 문을 바깥에서 잠궈 버렸던 것이다.
한편 솔로몬은 매일 기술자의 목에 매달린 상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두 미남자를 보낸 지 꽤 여러 날이 지났건만 그 상자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바심에 못견디게 된 솔로몬은 자신이 직접 그 여인을 유혹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변장을 하고 두 신하만을 데리고 장인의 집을 찾았다.
"저, 실례합니다. 지나가는 과객이올시다."
그 장인의 아내는 듣던대로 아름답고 정숙해 보였다. 이윽고 여인이 저녁상을 차려 내왔는데 상이 무척 훌륭했다. 영리한 그녀는 손님이 다름 아닌 솔로몬왕 임을 이미 눈치챘던 것이다.
여인은 각기 다른 색깔로 칠해진 계란들을 식탁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드시옵소서. 대왕이시여."
"뭐라고! 지금 나를 대왕이라 부르셨소?"
"손님의 눈빛은 제왕의 위엄으로 번득이고 있습니다. 손님한테서 풍겨 나오는 현명함과 거룩함을 감히 몰라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솔로몬은 이 여인의 영특함에 놀라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여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대왕님, 이 계란을 한 개씩 드시면서 그 맛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왕은 노란색, 빨간색 색깔대로 하나씩 들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껍질 색은 저마다 다르지만 맛은 전부 한가지구나."
"여자라고 하는 것은 이 계란과 같습니다. 얼굴이 예쁘고 미운 그런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그 속은 다 똑같습니다. 왕께서 저 때문에 이런 먼 길을 오셨다면 헛수고 하신 듯 합니다. 저는 왕을 섬기고 있는 여자이므로 왕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취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자로 높이 이름이 나신 왕이시므로 이 세상의 모든 욕망은 덧없고 욕된 것이란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솔로몬은 여인의 조리 있고 사리에 맞는 말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장난이 심하였구나. 나의 생각이 짧아 너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미안하다. 너의 지조 있고 덕성스러움에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솔로몬은 그녀에게 누이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왕은 이 자랑스러운 여인의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는 말했다.
"그대는 집에 돌아가도 좋다. 그토록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은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솔로몬은 다른 사람보다 열 배나 많은 보수와 상금을 기술자에게 선물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정숙한 여인 덕분에 왕으로부터 상금을 받고 칭찬을 들은 기술자는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를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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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짐승이 가르쳐 준 교훈


배고픈 여우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포도원 옆에 서서, 어떻게든지 그 속에 들어가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있어 기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우는 사흘 동안 단식하여 몸을 홀쭉하게 만들어, 간신히 울타리 틈을 비집고 포도원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포도원에 들어간 여우는 맛있는 포도를 실컷 먹은 다음 포도원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제는 배가 불러 울타리의 틈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사흘 동안 단식하여 몸을 홀쭉하게 만들어 겨우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이때 여우가 말하기를,"결국 뱃속은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똑같구나!"
인생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벌거숭이로 태어나, 죽을 때에도 역시 벌거숭이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은 죽어서 가족과 부귀와 선행의 세 가지를 이 세상에 남긴다.
그러나 선행 이외의 나머지는 과히 대단한 것이 못 된다.


양치기 모세
모세가 광야에 있는 장인의 목장에서 양치기로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곳에 천사가 하얀 이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하나님의 아들이여, 제 부탁을 좀 들어주세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니 양 한 마리만 먹게 해주십시오."
"너는 짐승이면서 어떻게 사람의 말을 하느냐?"
"당신은 언젠가는 사나이 광야에서 성스러운 책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또 금송아지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발람의 암당나귀가 하는 소리를 기록하게 될 것이오. 그런 당신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요. 제발 당신의 양 한 마리만 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얼른 달려가서 주님의 깊은 뜻을 명심하여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고 싶어도 이 양들은 나의 장인의 소유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나는 남의 소유물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날품팔이가 아니라, 라반의 양을 충실히 지키며 낮에는 더위를, 밤에는 추위를 참고 견뎌야만 했던 족장 야곱과 마찬가지이다. 나는 장인의 양들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진실된 마음을 갖는 자만이 에덴동산을 얻을 것이다'라고 선조들도 항상 이르셨다."
"나는 당신의 말만 듣고는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없나이다. 당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당신의 장신에게 가서 양 한 마리를 나에게 주어도 좋은지 물어보고 오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대의 말을 듣고 이 자리를 비운다면 그 동안 누가 이 양들을 돌보지?
만일 이리나 승냥이 같은 맹수가 달려들면 이 양들은 어찌되는가? 그리고 바로 네가 그런 맹수 중 한 리가 아니냐."
"양들은 내가 돌보고 있으리다. 한 마리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오.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그래서 모세는 장인에게 가서 이리의 말을 전했다.
"나의 양 중에서 가장 훌륭한 놈을 그 이리에게 주게나."
장인의 허락을 받고 모세가 다시 양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이리는 팔베개를 하고 양들 곁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장인께 물어 보셨나요?"
"우리 양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놈을 주라고 하더군."
이렇게 대답을 하고 이리에게 눈을 돌렸을 때, 이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꼬리와 머리
뱀의 꼬리는 늘 머리 뒤에 달라붙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마침내 꼬리가 불만을 터뜨리며 머리를 향해 말했다.
"어째서 나는 당신 부속물처럼 맹목적으로 달라붙어 다니며, 당신 쪽이 언제나 내 대신 의견을 말하고 가는 방향도 정하는가? 이것은 정말 불공평하다.
나도 뱀의 일부분인데 언제나 노예처럼 달라붙어 따라다니기만 하니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다."
머리가 대꾸했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가? 너에게는 앞을 볼 수도 없고 위험을 알아차릴 귀도 없으며, 행동을 결정할 두뇌도 없지 않는가? 나는 절대 내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너를 진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너를 인도하고 있는 거야!"
꼬리는 큰 소리로 비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그런 위선적인 말에는 싫증이 난다구. 어떤 독재자나 압제자라도, 모두 따르는 자르르 위하여 하고 있다는 말을 구실로 제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
"그렇게 불만이 있다면, 네가 내 역할을 해봐라."
그러자 꼬리는 좋아하며, 이번에는 그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해서 바로 도랑에 떨어져 버렸다. 머리는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도랑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이윽고 조금 나아가자 꼬리는 가시투성이인 떨기나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윽고 꼬리가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가시덤불 속에 더욱 더 끼여 옴쭉달싹 못하게 되었다. 간신히 머리의 도움을 받고 상처를 입으면서 가시덤불 속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꼬리가 다시 앞장서서 나아가자 이번에는 불이 타고 있는 불길 곳에 들어가 버렸다.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지자 뱀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절박해진 머리가 기를 쓰고 구해 내려고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몸은 불타고 꼬리도 불타고 머리도 함께 죽어 버렸다.
저리는 결국 맹목적인 꼬리에 의해 희생되었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언제나 머리를 선택하여야 하며, 이 꼬리와 같은 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자를 선택하면 그런 자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가장 강한 신랑
어느 곳에 주님을 열심히 섬기며 살아가는 수도사가 있었다. 선하고 신앙이 깊은 사람인지라 하나님도 그를 깊고 아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수도사가 강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억센 발톱 사이에서 쥐 한 마리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상처를 입은 채 벌벌 떨고 있는 그 쥐가 가엾게 생각되어 수도사는 외투자락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집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고 싶었으나 집안 식구들이 더럽다고 반대할 것 같아 여자아이로 변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신앙이 깊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 쥐를 예쁜 소녀로 변신시켜 주었다. 수도사는 그 소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마치 친딸처럼 예쁘게 키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 소녀가 열두 살이 되었다.
"너도 이젠 나이가 찼으니 시집을 가야지? 너는 어떤 사람을 남편으로 삼고 싶으냐?"
"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라.... 내 생각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태양인 것 같다. 우리, 태양에게 결혼을 부탁해 보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수도사는 몸을 청결히 하고 태양에게 호소했다.
"태양이시여, 만물을 자라게 하는 강한 자여! 당신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저의 딸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하기에 , 제가 그 뜻을 전하려 합니다."
수도사의 호소를 듣고 태양이 응답하였다.
"주님께서도 그대의 기도에 기꺼이 응답을 하시는데 내가 어찌 그대를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겠는가. 내가 진실을 말하겠노라. 나는 그렇게 강한 자가 못되네.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네."
"그분은 누구십니까?"
"구름의 대왕이지. 그가 구름을 피우기 시작하면 나는 그 속에 갇히게 되고 이 세상은 암흑에 되어 버린다네."
수도사는 태양이 가르쳐준 대로 구름이 생성되어 퍼지는 곳으로 가서는 구름의 대왕을 불렀다.
수도사의 이야기를 들은 구름 대왕은 대답했다.
"그대의 이야기를 잘 들었노라. 물론 나도 강하긴 하지. 하지만 나보다 강한 자가 있어 나도 그에게는 꼼짝 못한다네."
"그 분이 누구십니까?"
"바람이네. 바람은 나를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려보내기를 식은 죽먹기처럼 하네. 바람에게만은 맥을 못 추겠거든."
수도사는 바람을 찾아가서 구름의 대왕이 했던 똑같은 말을 했다.
"물론 나는 강한 힘을 가졌지.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강한 상대가 있네.
그대는 그자에게 가서 부탁해 봄이 어떤가?"
"그가 누구입니까?"
"산이네. 내가 아무리 강한 바람을 보내도 산이 가로막으면 난 힘을 못 쓰거든."
수도사는 산에게로 가서 또 딸의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가 강한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나에게도 두 손을 들게 하는 상대가 있으니 그자를 가르쳐 주겠네. 바로 쥐일세. 쥐는 내 배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놈이네."
수도사는 쥐를 찾아갔다.
"당신에게 내 딸을 시집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소?"
"거대한 산을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자는 우리 쥐들밖에 없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쥐이기 때문에 땅속에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과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수도사는 다시 딸에게 돌아갔다.
"내가 여태 돌아다녀 보았지만 결국 쥐가 제일 강하다는 결론이 났다. 쥐에게 시집가겠니? 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주님께 부탁드려서 원래의 네 모습인 쥐가 되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녀는 다시 쥐가 되었다.
수도사는 소녀 쥐를 쥐구멍으로 데리고 가서 결혼식을 올려 주었다.


희망
랍비인 아키바가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당나귀와 개와 작은 램프를 갖고 있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하자 아키바는 한 허름한 헛간을 찾아내어 그곳에서 잠자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잠자기에는 이른 시각이어서, 그 램프에 불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람이 불어와 램프의 불이 껴져 버려 그는 할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불운하게도 여우가 개를 죽여 버렸고, 사자가 당나귀를 죽여 버렸다.
아침이 되자 그는 램프만 갖고 혼자서 쓸쓸히 출발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니,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지난 밤 도적이 들이닥쳐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램프가 바람에 꺼지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도적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개가 있었더라면 개가 짖어대어 도적에게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당나귀 역시 틀림없이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덕분으로 그는 도적에게 발견되지 않았다.
랍비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나쁜 일이 좋은 일로 연결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목숨을 희생한 개
집 안에 우유가 있었다. 그런데 뱀이 그 우유 속에 들어가 버렸다. 고대 이스라엘 농촌에는 뱀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그 뱀은 강한 독을 품은 뱀이었기 때문에, 우유 속에 독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개만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가족이 창고에서 우유를 꺼내려고 할 때, 개가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려고 하자 개가 뛰어들어 우유를 엎지르고,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는 곧 죽어 버렸다.
그때서야 비로소 가족들은 우유 속에 독이 들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개의 희생은 그 무렵의 랍비에 의해서 칭송되었다.


천 데나리온을 주고 산 개구리
어느 고을에 신앙이 매우 두터운 사람이 있었다. 그는 대단한 부자였으나 나이가 들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는 죽음을 예감하자 아들 내외를 불렀다.
"내가 죽거든 내 재산은 모두 네가 물려받도록 해라. 그리고 주님의 율법을 지켜 도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해라."
아들 조던과 그의 아내는 아버지의 유언을 명심해 들었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더 하마. 내가 죽고 상이 끝나면 시장으로 나가서 노점상인이 모여들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다가 네가 맨 처음 만나는 상인에게서 물건을 사라. 꼭 사야 한다. 그리고 그 산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라."
유언을 마친 후,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아들 내외는 관례에 따라 삼십 일 간을 곡을 하였다.
상을 마친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조던은 시장에 나갔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자 아름답게 조각된 작은 상자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그 상자는 팔 것입니까?"
"팔려고 가져왔지요."
"내가 사겠습니다. 얼마를 드릴까요?"
"금화 1백 데나리온만 내십시오."
"그 작은 상자에 1백 데나리온이라니 너무 비싸요. 60데나리온만 합시다."
조던이 물건값을 깎자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않고 돌아서 가려 했다. 조던은 마음이 급해졌다. 저 물건을 사지 못한다면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는 것이 되지 않는가! 조던은 상인을 쫓아가서 붙잡았다.
"내가 1백 데나리온 내겠으니 내게 파시오"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엉뚱했다.
"2백 데나리온 내시오 그 이하라면 아예 말을 마시오."
상인은 또 돌아서 가려고 했다. 조던은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조던은 다시 한번 노인을 붙잡았다.
"좋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드리죠."
"금화 천 데나리온 내시겠소? 그 금액에서 한푼이라도 깎으려면 아마 헛수고가 될 것이오."
조던은 망설이는 바람에 백 데나리온의 열 배가 되는 값을 치르고 그 사자를 사게 했다. 상자를 받아가지고 온 조던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뚜껑을 열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았다.
얼마 후, 아버님의 제사 날이 돌아오고 아내와 함께 식탁에 앉았을 때 조던이 아내에게 말했다.
"그 상자를 가져 오시오. 오늘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는 뜻으로 이 식탁 위에 놓아 돕시다."
아내는 남편의 말에 따라 그 상자를 가져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조던이 시험삼아 손을 대보니 이번엔 상자가 힘없이 열리는 것이었다.
신기함을 느낀 조던은 얼른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안에는 작은 상자가 또 하나 있었다. 조던은 그 작은 상자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뜻밖에도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부부는 깜짝 놀랐으나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개구리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러자 개구리는 맛있게 받아먹고 나더니 조던의 얼굴로 팔짝 뛰어올라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작은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조던은 상자를 다시 닫았다.
그리고는 때맞춰 먹이를 주며 정성껏 키웠다.
"선친께서 특별히 유언을 하신 것을 보면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오 우리 이 개구리를 잘 키워 봅시다."
두 사람의 정성스런 보살핌 덕분인지 개구리는 무럭무럭 자라 얼마가 지나지 않아 그 상자가 비좁을 지경이 되었다. 개구리가 자람에 따라 점점 더 큰 상자로 옮겨주기를 몇 번, 얼마 후에는 아예 방을 만들어 주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개구리가 지칠 줄 모르고 자람에 따라 그에 비례하여 개구리 사육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조던이 부자이긴 했지만 수년 동안 개구리를 사육하다보니 가제가 견뎌내질 못하게 되었다. 조던 내외의 살림은 하루하루 쪼들려 갔다. 그리고 개구리의 몸은 엄청나게 커져서 실내에 들여놓지 못하고 아예 뜰에서 키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보, 어떻게 하면 좋겠소? 더 이상 먹이를 살 돈이 없으니.... 개구리는 저렇게 지칠 줄 모르고 자라니 이제는 우리까지 굶어죽게 생겼구료."
생각이 깊은 아내는 조던을 위로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오늘은 당신의 외투를 팔면 되고 내일은 저의 목도리라도 팔면 되지 않겠어요."
부부는 굶주리면서도 개구리 사육에는 정성을 쏟았다. 드디어 팔아야 할 것이 더 이상 없게 되었을 때, 조던은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바쳤습니다. 이제 저희들에겐 더 이상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저희가 정성을 다하는 저 개구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의 기도가 끝나자 멀뚱히 앉아 있던 개구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당신의 기도가 주님께 이르렀소. 그래서 주님께서 나와 당신이 말을 나눌 수 있는 힘을 주셨소. 그 동안 나를 정성껏 돌봐주어서 정말 고맙소. 이번에는 내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차례인 것 같군요. 자,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보시오."
놀라고 감격한 조던은 들떠서 말했다.
"이 세상에 있는 언어란 언어는 내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오."
개구리는 당장 그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조던은 인간의 말뿐만 아니라 새나 짐승들의 말까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개구리는 조던의 아내에게도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그 동안 우리 부부는 쪼들리며 어렵게 살아왔어요. 우리 부부가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앓아도 될 만큼의 재산이 있었으면 해요."
"그렇다면 금과 은을 비롯한 보석을 몇 수레 드리지요."
그렇게 말하고 개구리는 깊은 숲속으로 부부를 데리고 갔다. 그들 부부가 숲에 이르자, 뱀, 두꺼비, 곤충 등의 온갖 짐승이 각각 금과 은, 그리고 보석들을 입에 물고 그들 부부에게로 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치 공물을 바치듯이 보석을 그들 부부의 발 앞에 쌓아 놓았다. 조던 부부는 개구리가 시키는 대로 그 보물들을 수레와 보자기에 담고 또 담았다.
작업이 다 끝난 뒤, 조던은 개구리에게 물었다.
"꼭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나는 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의 아들이오. 아담이 이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금수나 새와 교섭을 하곤 했지요. 아담이 나의 어머니와 교섭을 하여 낳은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나는 천 년을 주기로 몸의 크기가 변합니다. 천 년 동안은 몸이 계속 커지고, 그 다음 천 년 동안은 몸이 계속 작아집니다. 내가 이렇게 크게 된 것도 그 성질 때문이지요."


파묻힌 솔로몬의 보물
어느 마을에 아들에게 날마다 '빵을 물에 던져라. 머지 않아 그것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리는 가르침을 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아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날마다 호수에 가서 조금씩 빵을 떼어 던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똑같은 물고기가 나타나 그 빵을 받아먹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매일 매일 던져주는 빵을 받아먹고 몰라볼 정도로 자랐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그곳에 사는 다른 물고기들을 위협하게까지 되었다.
그래서 작은 물고기들은 한데 모여 물고기의 왕 레비아탄에게 찾아가 호소를 했다.
"저희 냇물에 굉장히 큰 물고기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그놈은 날마다 저희 동료들을 스무 마리씩이나 잡아먹고 있는데 저희들은 아무 힘도 못쓰고 있습니다."
레비아탄은 즉시 부하를 보내어 그 악명 높은 물고기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악명 높은 물고기는 그 물고기를 잡으러 간 자들까지 잡아먹고 말았다.
화가 난 레비아탄은 또 다른 물고기를 보냈으나 역시 큰 물고기의 밥이 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진 레비아탄은 자신이 직접 큰 물고기를 찾아가서 꾸짖었다.
"이 호수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지만 너처럼 큰 놈은 처음 본다."
"그럴 겁니다. 이 호수 근처에 살고 있는 어떤 남자가 매일 내게 먹이를 던져주어 이렇게 크게 자랐습니다. 몸이 커지다 보니 식사도 많이 하게 되어 아침에 고기 스무 마리, 저녁엔 서른 마리씩을 먹어야 제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네 동료를 잡아먹어서야 쓰겠느냐? 죄는 네가 그렇게 자라도록 빵을 던져준 사람에게 있을 것 같도다. 내일 나에게 먹이를 던져준 자를 끌고 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레비아탄의 명령을 받은 물고기는 젊은이가 항상 먹이를 던져주곤하는 제방으로 가서 젊은이가 떨어지도록 함정을 파두었다. 다음날 젊은이는 평소에 하던 대로 먹이를 던져주려 제방으로 갔다가 갑자기 함정에 빠져 버렸다.
물 속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기다리고 있던 물고기는 그를 꿀꺽 삼키고는 물 속을 헤엄쳐 레비아탄에게로 갔다.
레비아탄은 그 인간을 토해내도록 해서는 자신의 입으로 삼켰다.
리베아탄은 젊은이에게 물었다.
"너는 왜 빵을 물 속에 던지느냐?"
"선친께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친의 말을 어김없이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레비아탄은 젊은이를 다시 토해 놓았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있는 일흔 가지 언어를 가르쳐 주고는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혼자 두고 가버렸다.
그곳은 아직 인간의 발이 닿은 적이 없는 곳이었다.
젊은이가 그 섬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 어디선가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와 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버지, 저 인간을 보세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글쎄, 잘 모르겠는걸."
"인간의 눈알을 하나 파올까요?"
"내려가지 마라. 만약 저 인간이 살아 있으면 넌 욕을 보게 돼."
그러나 아들 까마귀는 말을 듣지 않고 인간이 누워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레비아탄 덕분에 까마귀가 주고받는 말을 모두 알아들은 젊은이는 아들 까마귀가 가까이 오자 얼른 다리를 움켜 잡았다. 아들 까마귀는 비명을 지르며 구원을 요청했다. 아버지 까마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젊은이에게 애원하였다.
"제발 제 아들놈을 놓아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그 대신 좋은 비밀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어나셔서 지금 누워 계신 곳을 파보십시오. 그러면 솔로몬의 보물이 나올 것입니다."
젊은이는 아들 까마귀를 놓아주고 곧 누워 있는 곳을 파보았다. 그러자 까마귀의 말대로 솔로몬의 보물이 눈부신 자태를 드러내었다.
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고 실천했던 그 젊은이는 복을 받아 큰 부자가 되었으며 자기 자식들에게도 막대한 재산을 남기게 되었다.


생명을 구해 주는 풀
어떤 사람이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길을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버지 까마귀와 아들 까마귀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는 왜 애비 말을 듣지 않았느냐! 풀밭에 쓰러져 있는 인간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렸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그 인간에게 접근하더니 결국은 붙잡히고 말았지. 그 인간에게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서야 간신히 네가 풀려나지 않았느냐. 그것뿐만이 아니야. 너는 모든 일에 아비인 내 말을 통 귀담아 듣지 않아."
아버지는 조용조용 훈계를 하려 했지만 아들 까마귀는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까마귀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여 아들 까마귀를 물어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노여움이 가라앉자, 곧 자신이 한 짓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급히 날아가서는 풀 한 포기를 구해왔다. 입에 물고 온 풀을 아들 까마귀의 몸위에 놓자 죽었던 아들 까마귀가 신기하게도 되살아났다. 그리고 나서 두 마리의 까마귀는 다정하게 함께 날아갔다.
두 까마귀의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나그네는 떨어져 있는 풀을 주워 주머니에 소중히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한참을 걷다보니 또 두 마리의 새가 다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싸움은 더욱 맹렬해지더니 결국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죽이고 말았다.
나그네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궁금하여 숨어서 지켜보았다.
상대가 죽은 후 어디론가 날아갔던 새는 두 시간 가량이 지나자 다시 돌아왔는데 먼저 새들처럼 입에 풀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풀로 죽은 친구를 되살리는 것이었다.
나그네는 그 광경을 보고 그 풀이 아까의 까마귀가 사용했던 풀과 같은 것인가 비교해 보았다. 그 풀을 집어 주머니에서 꺼낸 풀과 비교해보니 똑같은 것임이 확실했다.
"이 풀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죽은 것을 살려낸단 말인가. 만일 이 풀이 사람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풀을 가져가서 이스라엘의 모든 죽은 자들을 살려내야겠다."
나그네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길바닥에 하자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풀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이 풀이 정말 그런 힘이 있는지 어디 한번 사자에게 시험해 보자."
그는 죽어 있는 사자의 몸에다 풀을 얹었다. 그러자 사자가 꿈틀대며 일어나더니 나그네를 냉큼 잡아 먹어 버렸다.
바로 그 순간 처음의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가다가 인간이 잡아먹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딱한 인간일세 그려. 그 풀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저런 미련한 짓을 하다니... 쯧쯧."


당나귀와 다이아몬드
어느 랍비가 나무꾼으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산에서 시내로 언제나 나무를 날랐다. 그는 오가는 시간을 될 수 있는 대로 줄여 탈무드 공부에 열중하겠다고 생각하여, 당나귀를 사기로 했다. 그래서 시내의 아랍인으로부터 당나귀를 샀다. 제자들은 랍비가 당나귀를 샀으므로, 더 빠르게 마을과 시내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며, 냇가에서 당나귀를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나귀의 목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다.
제자들은 이것으로 랍비는 가난한 나무꾼 신세를 면하고 공부나 자기들을 가르칠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랍비는 곧 시내로 돌아가 아랍인 상인에게 다이아몬드를 되돌려 주라고 제자에게 명했다. 그러자 제자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산 당나귀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까?"
"나는 당나귀를 산 일은 있지만 다이아몬드를 산 일은 없다. 내가 산 것만을 갖는 게 옳지 않느냐?"
그래서 그는 아랍인에게 다이아몬드를 되돌려 주었다.
아랍인은 반대로, "당신이 이 당나귀를 샀고, 다이아몬드는 그 당나귀에게 딸려 있었던 것인데, 어째서 되돌려 줄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라비는, "유대의 저 통에 따르면 산 물건 이외는 우리들이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이것을 당신에게 돌려 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아랍인 상인은 감탄하며 말했다.
"당신 등의 신은 훌륭한 신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자루의 촛불로써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탈무드--


사자와 가시
사자의 목구멍에 뼈가 걸렸다. 누구라도 자기 목구멍엣 뼈를 꺼낼 수 있는 자에게 큰상을 주겠다고 사자가 말했다. 그러자 한 마리의 학이 날아와, 그 사자를 살려 주겠다고 말하며, 사자의 입을 크게 벌리게 했다. 학은 머리를 사자의 입 속에 들이밀고, 긴 주둥이를 이용하여 뼈를 쉽게 꺼냈다.
그리고 난 뒤 말했다.
"사자님! 당신은 어떤 상을 주겠습니까?"
사자는 학이 묻는 말투에 화가 났다. 사자는 학을 보며 말했다.
"내 입 안에 머리를 넣고도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상이다. 그렇게 위험한 지경이 되어서도 살아서 돌아갔다는 게 자랑이 될 것이니, 그 이상의 상은 없다."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솔로몬 왕에게는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느 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선물을 들고 솔로몬 왕을 찾아왔다. 고마움을 느낀 왕은 그 친구에게 무엇인가 굉장한 선물을 주어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보물을 하사하려 하자, 그 친구는 극구 마다했다.
"이것이 싫다면 다른 것을 말해보게. 내가 자네에게 무엇이든지 꼭 주고 싶어서 그러네."
"저의 가족은 대왕의 어진 다스림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 굳이 무언가를 주고 싶으시다면 제게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은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친구여, 그것은 어렵지 않네. 그러나 그 소원은.... 그 소원은 절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이 따르오. 만약 들었던 것을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그대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오."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 짐승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선 맹세코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왕은 그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 친구는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그가 아내와 함께 집앞에 앉아 있는데 때마침 소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꾀병을 부려 집에 남아 있었던 당나귀가 소 곁으로 가서 말을 시켰다.
"여보게, 오늘 기분은 좀 어떤가?"
"고될 뿐이네. 재미란 없고 낮이나 밤이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
"그러면 되나, 무엇보다도 몸을 소중히 돌봐야지. 자네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 줄까?"
"방법, 그런 게 있는가? 그래, 좀 가르쳐 줘."
"오늘 밤엔 풀을 먹지 말게. 자네가 먹이를 먹지 않는 걸 보면 주인은 자네가 병이 들었는 줄 알 걸세. 그렇게 되면 주인이 당분간은 자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을 걸세. 그러면 자네도 나처럼 멍에를 벗고 편히 쉴 수 있게 되네."
소는 그 방법이 그럴 듯하여 당나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날이 새어, 주인이 와서 보니 소는 그때까지 잠을 자고 있었고 당나귀는 소가 먹을 여물까지도 먹어치우고 있었다.
어제 두 짐승이 하던 대화를 생각하니 갑자기 우스워졌다. 주인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큰 웃음 소리에 놀란 아내가 안채에서부터 뛰어 나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오. 조금 우스운 일이 생각나서 그랬소."
주인은 곧 외양간을 맡고 있는 일꾼에게 일렀다.
"오늘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말게. 그 대신 당나귀를 끌고 나가서 소가 일할 몫까지 시키게나."
해질 무렵 되어서야 당나귀는 피곤에 지칠대로 지쳐 우리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외양간에서 쉬고 있던 소가 당나귀에게 물었다.
"여보게, 인간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던가?"
"왜 안하겠는가. 자네가 오물과 여물을 먹지 않는다면 도살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던걸."
깜짝 놀란 소는 얼른 여물통으로 달려가 거기에 담겨 있는 먹이를 모두 먹어치웠다.
주인은 이 두 짐승의 이야기를 듣고 당나귀의 착상이 너무도 우스워서 껄껄거리고 웃었다. 그때 그 웃음소리를 들은 아내가 토라지듯 말했다.
"어제는 당신이 큰 소리로 웃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가 보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오늘 또 당신이 웃는 것 보니, 분명히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도대체 왜 날 비웃는 거예요? 이유가 뭐죠. 당신이 내게 솔직히 말하기 전에는 난 당신과 말하지 않겠어요."
영문도 모르면서 부인이 화부터 내자 남편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내가 왜 웃는지를 설명해 주고 싶지만 내 목숨이 걸린 문제라...."
"그게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예요?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좋아요.
당신이 나한테 감추는 게 있는 모양인데.... 맘대로 하세요. 사실을 듣기 전에는 이제부터 물 한 모금도 안 마실 테니까."
"그러지 마오. 당신이 정 알고 싶다면 할 수 없구료. 내가 죽더라도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리다. 하지만 당신에게 고백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을 해 놓아야겠으니 오늘만 참아 주시오."
남편은 친구들을 모아 놓고는 뒷일을 부탁했다.
그는 집안에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주인이 죽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먹이도 먹지 않고 뜰을 슬픈 듯이 빙빙 돌 뿐이었다.
그때 수탉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개 앞에 놓인 먹이를 맛있게 쪼아먹었다. 개는 수탉을 꾸짖었다.
"참 못됐구나. 주인어른께서 돌아가시려는 이 판국에 그래, 먹을게 생각나니?
도대체 은혜란 고는 하나도 모르는 놈이구나."
"우리 주인은 참 바보야. 그까짓 일로 죽을 게 뭐 있어!"
"나를 봐. 나는 암탉을 열씩이나 거느리고 있네. 그 열 자리 암탉들은 내 한 마디에 끔뻑 죽는다네. 그런데 우리 주인은 마누라 하나도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고 있으니 바보지 뭔가. 여자한테 몽둥이가 최고야. 여자가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굵은 몽둥이로 한번 때려줘 봐. 그러면 두 손을 싹싹 빌지 않고 배겨?"
수탉이 하는 말을 새겨들은 주인은 몽둥이를 가져다가 수탉이 말한 그대로 했다. 그리고 주인은 죽지 않아도 만사가 잘 해결되었다. 비록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지만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새가 남긴 교훈
포수가 새 한 마리를 잡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새는 일흔 가지나 되는 말을 자유롭게 지껄일 줄 알았다. 새는 포수에게 애원했다.
"포수님, 저를 놓아주십시오. 그러면 아주 쓸모 있는 교훈 세 가지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교훈? 좋아, 그럼 말해 보아라. 듣고 널 놓아주지."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저를 놓아주시겠다고 맹세해 주십시오."
"그러지, 맹세하지."
포수의 맹세를 듣자 새는 말을 시작했다.
"첫 번째 교훈은 '이미 지나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 두 번째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자를 결코 믿지 말라', 마지막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말하고 새는 포르르 날아갔다. 자유의 몸이 된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앉아서 나무 밑에 있는 포수를 놀려댔다.
"내 꾀에 넘어갔지요? 당신은 내 말에 넘어가 나를 놓치고 말았어요. 내 몸엔 멋진 진주가 달려 있어서 그것이 나를 현명하게 해준단 말이야, 이 바보 같은 포수 양반아."
포수는 새를 놓아준 것을 곧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가 앉아 있는 나무로 올라가 새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나무가 워낙 높은지라 중간에 나무에서 미끄러져 그만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포수를 보고 새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멍청이야. 내가 말해준 교훈이 무슨 의미인지 잠깐 동안이라도 곰곰히 생각해봐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요? 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마는군요.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은 결코 믿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방금 한 말을 정말인 줄 알고, 내가 정말 값진 진주를 달고 다니는 줄 착각하는군요. 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 마리 새에 불과해요. 마지막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내가 가르쳤는데도 당신은 나를 다시 잡으려고 하다가 결국 다리를 다치고 말았단 말이야. '현명한 자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 우둔한 자에게 백 마디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네요. 인간들이란 왜 전부 당신같이 밥통들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쏘아붙이고 새는 먹이를 찾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젊은 여인 하나가 여행을 끝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여인은 값비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고 얼굴도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불행히도 여인은 길을 잃어 고생을 하게 되었다.
햇빛이 쨍쨍 내려쪼이는 한낮, 목이 타기 시작한 그녀는 물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런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우물이 보였다. 기운을 차려 여인은 그곳까지 달려갔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우물에는 두레박이 없어서 물을 떠먹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목이 마른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줄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원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물을 실컷 마시고 다시 땅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도저히 밖으로 나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여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잘생긴 젊은이 하나가 우물 곁을 지나다가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웬 여인이 있는 것을 발견한 젊은이는 그 여자의 정체가 의심이 되었다.
"너는 인간이냐? 귀신이냐? 정체가 무어냐?"
"저는 인간입니다."
"아니, 인간일 리가 없다. 아마도 너는 귀신인 모양이다. 나를 속이진 못할걸."
"믿어주십시오. 저도 인간입니다. 맹세합니다."
그녀의 맹세한다는 말에 젊은이는 우물속 여인의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지라 다시 물었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왜 그런 곳에 들어가서 울고 있는 것이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두레박이 없어서 그만 이곳으로 서둘러 내려왔지 뭡니까. 그런데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소곳한 태도에 믿음이 간 젊은이는 밧줄을 구해서 우물 속으로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구해주는 대신 몸을 바치겠느냐고 물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젊은이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그는 밧줄을 끌어올려 여인을 구해 주었다. 그녀가 우물 밖으로 나오자 젊은이는 여인을 끌어안고 몸을 뺏으려 했다. 젊은 여인은 그러는 그를 저지시키며 말했다.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하나 묻겠습니다. 댁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나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제사장 집안의 사람이오. 그리고 우리 집은 이러이러한 곳에 있소."
"저는 귀족 집안의 여식입니다. 그리고 댁도 이름 있는 집안의 자손인 듯하군요. 그런 분이 결혼에 대한 서약도, 결혼식도 없이 짐승들이나 하는 그런 짓을 하려 드시다니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부디 저의 부모님에게 찾아오셔서 허락을 받으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여인의 조리 있는 말에 젊은이는 자신의 성급함을 뉘우쳤다. 이윽고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했다.
"우리 약속에 누구를 증인으로 세우지요?"
그때 마침, 족제비 한 마리가 두 사람 옆을 지나갔다. 그것을 본 젊은이는 말했다.
"족제비와 우물을 우리 약속의 증인으로 하지요."
가까운 날에 젊은이가 처녀의 집을 찾기로 하고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그녀는 우물가에서 한 약속을 충실히 지켜 청혼을 해오는 남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들 중에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자도 있었다. 그런 남자는 결혼을 거절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우겨 그녀를 몹시 귀찮고 힘들게 했다. 마침내 그녀는 청혼자들 앞에서 미치광이 흉내를 내게 되었다.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옆에 다가오는 자의 옷까지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발광을 했다.
그녀가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청혼해 오는 남자만 있으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점점 그녀를 아내로 맞겠다는 사람이 줄어갔다. 그녀는 부모님의 근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물가에서 만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가 청혼해 올 것만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러나 남자 쪽은 달랐다.
여인과 굳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가자 곧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의 아내는 곧 임신을 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가 석달쯤 된 어느 날, 어디선가 족제비가 나타나서는 아이의 목을 물어 죽이고 말았다.
그 부부는 매우 슬픔에 젖었으나 이내 털어 버리고 다시 아이를 가졌다.
아내가 두 번째 사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되어 아기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아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깊은 슬픔에 빠진 아내는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병이 들어 죽는다거나, 어디를 다쳐서 죽는다거나 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고 말겠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둘 다 이상스럽고 기이하게 죽었어요. 여기에는 분명 어떤 까닭이 있을 거예요. 혹시 당신은 그 연유를 알고 있나요?"
아내는 집요하게 남편에게 캐물었다. 족제비와 우물의 얘기에서 남편은 지난 날의 일을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는 일찍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족제비와 우물이 애들을 죽게 만들었던거군요. 당신은 지금이라도 그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아내의 권고대로 과거에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이 사는 마을로 갔다.
그리고는 그녀에 관한 소식을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동네 사람은 혀부터 끌끌 찼다.
"가엾게도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라오. 남자들이 결혼을 청하러 가면 옷을 찢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미치광이가 된 다오. 전에는 참 단정한 아가씨였는데...."
그때의 아름답던 아가씨가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젊은이는 실망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은 여자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자기 딸과 결혼하겠다는 젊은이를 보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딸은 정상이 아니라오."
"설령 그보다 더한 미치광이라도 저는 따님을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결혼에 필요한 증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딸을 데려다가 결혼식을 올리라고 했다.
이윽고 젊은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녀는 소문대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족제비와 우물이 우리들의 증인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금새 밝아지며 미치광이 같던 행동은 사라지고 본래의 아름다운 여인의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오랜 기다림이 끝난 반가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저는 당신과의 약속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다. 그리고 많은 자녀를 두고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악마의 선물
이 세상에서 최초의 인간이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악마가 찾아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멋진 식물을 심고 있지!"
"이런 식물은 본 일이 없는데.. ."
인간은 악마에게 말했다.
"이것은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려서, 그 즙을 마시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악마는 그렇다면 자기도 꼭 한 몫 끼워 달라고 말하면서 양과 사자와 돼지와 원숭이를 데리고 와, 이 네 마리를 죽여서 그 피를 비료로 쏟아 부었다 한다.
이것이 포도주가 생긴 유래이다.
먼저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순하고, 좀 마시면 사자처럼 강하게 되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된다.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부르거나 한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입을 쓰지 않는 이유
온갖 짐승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마침 뱀이 오자 한 동물이 대들듯이 물었다.
"사자는 먹이를 넘어뜨리고서 먹는다. 그리고 늑대는 먹이를 찢어 발겨서 먹지. 그런데 뱀아, 너는 먹이를 통째로 꿀꺽 삼켜서 먹던데 그건 어째 서지?"
그러자 뱀은 말했다.
"나는 중상하는 자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네. 입으로 상대방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
남을 헐뜯는 험담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지만, 험담은 세 사람의 인간을 죽인다. 즉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 자신,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 그들이다.--탈무드--


노예로 팔린 엘리야
옛날에 몹시 가난한 가족이 있었다. 그 집은 자식을 여럿 둔 까닭에 부부가 아무리 일을 해도 도무지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극도의 궁핍을 참지 못하여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시장에 나가 보세요. 주님께서 어쩌면 우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좋은b 일거리라도 주실 지 모르잖아요."
"시장이라고 더 나은 것이 있겠소? 힘 없고 돈 없는 내겐 여기나 저기나 다 마찬가지일 뿐이오."
풀죽은 남편의 말에 아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자, 아내는 다시 한번 남편에게 권유를 했다.
"아무래도 시장에 나가 보셔야겠어요.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아요."
"그럼 나가보지. 하지만 뭐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진 마오."
아내는 갈기갈기 찢어진 누더기 한 벌을 꺼내어 남편에게 입혔다.
남편은 밖으로 나왔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슬퍼져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울렸다.
"주님, 사방을 둘러봐도 저의 궁핍을 동정하여 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주님, 어린 자식들이 불쌍합니다.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만일 그렇게 안된다면 저희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도록 일찌감치 주님 곁으로 불러 주시길 기원합니다."
간절한 이 기도는 하나님의 심금을 울렸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시켜 그 불쌍한 가장을 돕도록 했다. 엘리야는 울고 있는 가난한 가장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로 이렇게 울고 있는가?"
그는 생활의 궁핍함과 불행에 대하여 말했다.
"자, 나와 함께 가세. 내가 도와줄 테니 이젠 눈물을 거두라."
"어떻게 절 돕는다는 말씀이신 지요?"
"자네는 그런 걱정을 말게나. 시장에 나를 데려가 노예로 팔기만 하게. 그리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자네가 갖게. 그러면 되겠지?"
"어떻게 제가 당신을 노예로 팔 수 있단 말입니까? 저에게 노예가 없다는 것은 갓난아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 걸요. 시장에 당신과 함께 가면, 아마 당신이 주인이고 제가 노예라고 할 것입니다."
"아무 염려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그리고 나를 팔면 그 돈에서 일 데나리온만 나에게 주게."
사내는 엘리야가 시키는 대로했다. 엘리야를 데리고 시장에 갔을 때, 두 사람을 본 사람은 누구나 엘리야가 주인이고 사내가 노예라고 생각했다.
엘리야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사내가 바로 자신의 주인이며 자신은 팔려질 노예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때 왕의 신하 하나가 지나가다가 엘리야를 보고는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어 그 노예를 사서 왕에게 바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신하는 사내에게 팔십 데나리온에 노예를 팔라고 했다. 엘리야는 사내의 귀에 몰래 속삭였다.
"나를 팔십 데나리온에 왕의 신하에게 팔게."
사내는 시키는 대로 왕의 신하로부터 팔십 데나리온을 받고 엘리야를 팔았다.
그리고는 일 데나리온을 엘리야에게 주었다. 엘리야는 그 돈을 받았다가는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이 돈까지 가져가게.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게. 이젠 두번 다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네."
엘리야의 도움으로 돈을 벌게 된 사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굶주릴 대로 굶주려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아내와 아이들은 아버지가 먹고 남을 정도의 음식을 사오자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이윽고 아내는 자초지정을 듣고 싶어했다. 사내는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그날부터 주님은 그의 집안에 더욱 자비를 베푸시어 행복한 가정이 되었다.
한편, 왕의 신하에게 팔려간 엘리야는 왕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왕은 엘리야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
"저는 건축에 달통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왕은 도시 외곽에 커다란 성을 쌓으려고 반석들을 실어 나르고, 나무를 베어 넘기고, 건축 기술이 있는 노예들을 수없이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므로 건축에 능한 사람이 대단히 환영을 받았다.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나를 위해 성을 쌓아라."
그러면서 왕은 쌓기를 바라는 성의 모양과 크기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건축기간은 6개월이네. 그 기간을 넘겨서는 안돼. 만일 자네가 내가 말한 바를 모두 지켜준다면 성이 지어지는 즉시 그대를 자유의 몸으로 해주겠으며 후한 상도 내리겠도다."
"왕의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으니 신하들에게 명하시어 건축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주십시오."
그날 밤, 엘리야는 주님에게 왕이 원하는 성을 만들어 주십사고 간절히 빌었다. 그 기원은 주님께 받아들여져 다음 날 해가 뜨기 전에 왕이 말하던 성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게 되었다.
왕과의 약속이 이루어지자 엘리야는 즉시 그곳을 떠났다. 성이 완성되어 있다는 보고를 들은 왕은 성을 보러 나왔다. 그리고는 더할 수 없이 만족하였다.
"이런 멋진 성을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내다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왕은 사람을 풀어 그 기술자를 찾게 했으나 이미 그 모습을 감춘지 오래였다.
왕은 아마도 하나님이 보내신 사자인 모양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엘리야는 가는 길에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사내를 다시 만났다.
"아니, 어떻게 이곳에.... 당신은 왕의 신하에게 팔려갔지 않습니까?"
"나는 왕이 요구하는 바대로 모두 해주었소. 그들은 팔십 데나리온을 주고 나를 샀지만, 나는 그 돈의 몇천 배 일을 해주었으니 이제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그 말을 듣고 사내는 경건한 마음으로 엘리야를 칭송했다.


누구의 신앙이 옳은가
우연히 유태인과 아랍인이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아랍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믿는 신앙이 당신 유태인들의 신앙보다 훨씬 낫지요."
그 말에 유태인이 대꾸했다.
"우리의 신앙이 보다 낫지요.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늘 너희에게 내리는 가르침과 같이 올바른 율법과 계명을 가진 위대한 백성이 너희 외에 우가 있겠느냐'하는 말 말이오."
"그럼 우리 내기를 해볼까요? 나의 신앙이 나은가 당신의 신앙이 나은가 말이오. 만일 당신의 신앙이 낫다면 내 돈을 모두 당신에게 드리겠소. 하지만 나의 신앙이 당신의 신앙보다 훨씬 올바르다고 하면 당신이 가진 돈을 내가 모두 갖겠소. 어때요, 해보겠소?"
"좋고 말고요. 해봅시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내기를 걸고 가던 길을 계속하였다. 그때 악마가 노인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는 그 길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 노인을 붙잡고 누구의 신앙이 옳은가를 물었다.
"진리는 아랍인의 신앙에 있지요."
노인으로 변장한 악마는 아랍인을 두둔하는 대답을 했다.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나자, 악마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신하고는 다시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길을 가던 두 사람은 아까와 같은 질문을 했고 악마는 먼저처럼 대답했다.
"아랍인의 신앙이 옳습니다."
길을 계속 걸어가는 두 사람 앞에, 악마는 다시 중년의 남자 모습으로 변신하여 나타났다. 그리고는 아까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랍인이 옳지요."
세 번의 대답이 모두 아랍인을 두둔하는 것이었으므로 마침내 유태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상대에게 뺏기고 말았다.
유태인은 풀이 죽어 힘없이 걷다가 어느 폐가에 이르러 지친 몸을 누이고 잠이 들었다.
밤이 얼마나 흘렀을까. 악마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얘, 너는 하루종일 안 보이던데 뭣하고 다녔니?"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느라고.... 오늘 낮에 유태인과 아랍인이 서로 신앙 다툼을 하고 있더구나. 그래서 내가 아랍인의 편을 들어주었지."
두 악마는 다른 악마에게 물었다.
"너는 또 하루종일 뭐하고 다니느라 코빼기도 안 보였니?"
"나도 일이 있었지. 어떤 나라의 공주가 출산을 하는 것을 방해했지. 공주는 일주일 동안 계속 고통에 시달릴걸. 그 성 뒤에 있는 나뭇잎을 모아서 거기서 짠 즙을 산모의 코에 넣으면 순순히 아기가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다음 또 다른 악마에게 물었다.
"너는 무얼 했니?"
"나는 어느 마을에 가서 장난을 좀 쳤네. 그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샘물을 막아버렸지. 하지만 검은 황소 한 마리를 그 샘 앞에서 죽이면 샘은 다시 콸콸 쏟아지게 되어 있네."
유태인은 악마들이 떠드는 말을 모두 기억해 두었다.
해가 밝자, 그는 아침 일찍 악마들이 말하던 나라를 향해 떠났다.
그 나라에 도착했을 때, 공주가 난산으로 고통이 심하다고 모두들 근심에 싸여 있었다. 유태인은 성안으로 들어가 왕에게 비방을 일러주었다.
"성 뒤에 있는 나무에서 잎을 따다가 즙을 내어 공주님의 코에 넣어 보십시오."
시녀들이 그의 충고대로 하자 공주는 곧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왕은 대단히 기뻐하며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유태인은 다음엔 악마가 샘물을 막아버렸다는 지방으로 가서 주민들에게 말했다.
"샘물 앞에서 검은 황소를 죽여보십시오. 그러면 샘물이 다시 솟아오를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 유태인의 말에 확신을 갖니 못하고 의심하면서도 사정이 워낙 절박한 지라 그대로 따라 보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샘물이 다시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유태인을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
그 다음날, 유태인을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자가의 돈을 가져갔던 아랍인을 다시 만났다. 아랍인은 부유한 행색의 유태인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오? 내가 당신의 돈을 몽땅 가져간 것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부자가 되었단 말이오?"
유태인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럼 나도 그 폐허에 가서 당신처럼 해볼까."
아랍인을 유태인과 헤어진 후 폐허를 찾아가 그곳에 들어가 숨었다. 밤이 되자 정말 악마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곳에 인간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는 무작정 쳐죽이고 말았다.
남을 헐뜯는 사람은 무기를 사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것보다 죄가 무겁다.
무기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 상대를 해칠 수 없으나, 남을 헐뜯는 것은 멀리서도 사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탈무드--


유태인의 현명함
스페인 왕의 고문이었던 니콜라우스는 왕을 충동질하여 유태인을 탄압하려 했다. 왕은 에브라임 산초라 불리우는 유태인 현자를 불렀다.
"우리 신앙과 그대의 신앙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자네의 의견을 말해보게."
"저의 유태인들에게는 저희의 신앙이 좋습니다. 저희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있었을 때, 하나님은 저희들을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하에게는 전하의 신앙이 더 좋을 것입니다. 전하의 신앙은 전하에게 지상의 권력을 약속해 주셨으니까요."
"나는 신앙 그 자체의 옳음을 물은 것이지, 신앙이 그 신자에게 무엇을 주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네."
"저에게 삼 일 간의 여유를 주십시오. 그 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에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
삼 일 후, 현자는 다시 왕 앞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왜 그렇게 근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나?"
왕과 신하들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유태의 현자는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릴 터이니 전하께서 심판을 해 주십시오. 꼭 한 달 전에 저의 이웃 사람이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그들에게 보석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형제가 제게 찾아와서 '이 보석은 어떤 것이냐?'
'두 보석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 하면서 제게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답을 했죠. '그 대답은 아버지에게 직접 들어라. 너희 아버지는 보석의 전문가여서 너희들의 물음에 정확하게 대답해 주실 거다'라고요. 그러나 이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무슨 그런 무성의한 대답을 하느냐?'면서 저에게 욕을 퍼붓고 때리기까지 하였습니다."
현자의 얘기를 다 듣고 난 왕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자식이란 사람들이 그대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했구먼. 그대는 잘못한 것이 없네. 그들을 불러다 벌을 내려야겠네."
어두웠던 현자의 얼굴 색이 밝아지며 말했다.
"전하께서 하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께서도 똑똑히 잘 들으셨으리라 봅니다. 스페인 사람도, 유태인들도 양쪽 모두 보석을 가지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어느 쪽 보석이 더 좋으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하자를 보내시면 그 보석들이 어떻게 다른가를 대답해 주실 것입니다."
왕은 자기의 고문인 니콜라우스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는가? 유태인의 현명함을.... 이 사람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네 니콜라우스는 벌을 받아야겠네. 유태교 신자들을 중상했다는 것이 바로 그 죄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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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랍비가 둘러본 세상


훗날을 위한 나무 심기
어떤 노인이 뜰에서 묘목을 심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한 나그네가 그것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노인장, 당신은 그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이 언제쯤이라고 예상하십니까?"
노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마 70년 정도 지나면 열매가 열릴 것이오."
나그네는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그토록 오래 살게 됩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과수원에는 풍부하게 열매가 맺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나를 위해 묘목을 심어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어떤 농부
어느 곳에 큰 농장이 있었다. 그 주인은 예루살렘 근처에서 가장 자선심 많은 농부라고 칭송되고 있었다. 해마다 랍비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면, 그는 랍비에는 아낌없이 자선을 베풀었다.
그는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해 폭풍우로 과수원이 몽땅 망가지고, 전염병까지 퍼졌기 때문에, 그가 키우고 있던 양이나 소나 말도 모두 죽었다. 이것을 본 채권자들이 그에게 몰려가 재산을 전부 차압해 버려, 그에게는 조그만 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태연히 모든 재앙들을 받아들였다.
"하느님이 주시고 하느님이 다시 거둬 가신 것이니 할 수 없지 않은가?"
그해에도 언제나처럼 랍비가 찾아왔다. 라비들은 전에는 그렇게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몰락해 버렸다고 하며 동정했다. 농장주의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언제나 랍비들에게 학교를 세우거나 예비소를 유지하거나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들을 위해서 그만큼 헌금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드리지 못한다면 대단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부는 랍비들이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작은 땅의 반을 팔아, 그것을 랍비들에게 헌금하고, 그 대신 남은 반의 땅으로 더욱 부지런히 일해서 메우려 생각했다.
랍비들은 뜻밖의 헌금을 얻고는 매우 놀랐다.
반만 남아 있던 땅을 일구던 중, 농사에 사용하고 있던 소가 쓰러져 버렸다.
그런데 흙탕에 빠져 있던 소가 끌어내다 보니 소의 발 밑에서 보물이 나왔다.
그 보물들을 내다 팔았으니, 그들은 다시 옛날대로의 농장을 경영할 수가 있었다.
이듬해 다시 랍비들이 돌아왔다. 랍비는 아직도 그 농부가 가난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여, 조그만 옛날의 땅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의 이웃 사람들이 말했다.
"아니, 그는 이제 여기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저쪽의 큰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웃 사람은 랍비들을 안내해 주었다. 랍비들이 그곳을 찾아가자, 농장주는 1년 동안에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고 아낌없이 자선을 베풀면 그것이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효도
유태인이 아닌 어떤 사람이 고대 이스라엘의 디마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는 1천 개의 금화에 해당되는 값어치의 다이아몬드를 1개 갖고 있었다. 어떤 랍비가 사원 침전 장식에 쓰려고 6천 개의 금화를 갖고 그의 집으로 사러 갔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를 넣은 열쇠고리를 그의 아버지가 베개 밑에 넣고 잠자고 있었다.
사나이는 말했다.
"아버지를 잠에서 깨울 수 없으니 다이아몬드를 팔지 않겠습니다."
그만큼 막대한 돈벌이가 되는데도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는 것은 대단한 효자라고 랍비는 감탄하여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아버지가 만약 다른 사람과 다투고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의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탈무드--


시몬과 팔십 명의 마녀
어느 날 랍비 시몬 앞에 주님이 나타나서는 꾸짖었다.
"너는 이전에 교회 책임자가 된다면 이 나라의 마녀들을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었느냐? 이제 네가 교회 책임자가 되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팔십 명이나 되는 마녀가 아스칼론 근처의 동굴에서 살면서 온갖 악한 짓을 자행하고 있으니, 네가 전에 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라."
신앙심이 독실한 시몬은 하나님께 즉시 마녀들을 벌하러 떠나겠다고 약속을 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시몬은 팔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과 함께 마녀들을 타도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장정들에게는 새 옷 한 벌과 커다란 단지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단지 안에 새 옷을 넣고는 몸이 비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에 단지를 이고 가도록 시켰다.
"얘들아, 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간 후 피리소리가 들리면 이 새 옷을 입고 동굴 속으로 들어오너라. 그리고 한 사람씩 마녀를 잡아서 땅에서 들어 올려라. 마녀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어떠한 마술도 부릴 수 없게 되느니라."
이렇게 팔십 명의 장정들에게 주의를 준 후, 시몬은 젖지 않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혼자서 마녀들의 동굴로 찾아가 크게 소리쳤다.
"여인들이여, 그대들의 친구가 찾아왔도다. 문을 열어라."
마녀 하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는 놀라면서 말했다.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하나도 몸이 젖지 않았네!"
랍비 시몬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빗방울 사이를 걸어다니기 때문이지."
"그래, 여기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 왔네. 자네들 내가 각자 할 수 있는 재주를 보여주지 않겠나? 재주들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시몬의 아첨 섞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마녀들은 시몬 앞에서 가지고 있는 재주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마녀가 주문을 외우자 빵이 나왔고, 또 다른 마녀가 주문을 외우자 포도주가 나왔다. 세 번째 마녀는 마술로 고기를 만드는 등.... 그 재주들이 정말 갖가지였다.
이윽고 마녀들이 시몬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들이 재주를 보여 주었으니 너의 재주를 보여달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재주를 한번 부려보시지."
"내가 피리를 불어 팔십 명의 젊은 남자들을 이 동굴로 불러 들여 보겠노라. 모두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들이니 우리 함께 즐겁게 놀아봄이 어떤가?"
시몬의 말을 들은 마녀들은 기뻐서 날뛰었다. 시몬이 피리를 불어 소리를 내자 동굴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팔십 명의 젊은이들은 단지 속에서 옷을 꺼내 입고 줄줄이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아무라도 좋은 여자를 택하라."
시몬의 말이 떨어지자 팔십 명의 장정들은 각자 한 명씩 마녀들을 붙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자기 상대가 된 마녀들에게 말했다.
"어디 한번 빵을 만들어 보아라."
그러나 땅에서 들어 올려진 그 마녀는 더 이상 마술을 부릴 수가 없었다.
젊은이는 그 마녀를 교수대로 끌고 갔다.
다음 젊은이도 자기 상대인 마녀에게 말했다.
"고기를 한번 만들어 보아라."
그러나 그 마녀 역시 마술을 부리지 못했다. 그는 마술을 부리지 못하는 마녀를 역시 교수대로 끌고 갔다.
이렇게 하여 팔십 명의 마녀는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죽고 말았다.
시몬은 힘들이지 않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악에의 충동은 처음엔 아주 달콤하다. 그러나 끝났을 때에는 아주 쓰다.--탈무드--


갈비뼈 도둑
구약성서에는 인류 최초의 여성은 아담의 갈비뼈를 1개 훔쳐서 만들어졌다고 씌어 있다.
로마 황제가 어떤 랍비의 집을 방문하여 그에게 물었다.
"신은 도둑이다. 어째서 남자가 잠들고 있는 사이에 남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갈비뼈를 훔쳐 갔는가?"
랍비가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그의 딸이 곁에서 대화에 끼어 들었다.
"황제의 부하를 한 사람만 빌려 주십시오. 조금 곤란한 문제가 생겨, 그것을 조사시키는데 쓰려고 합니다."
황제가 물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도대체 그 문제란 무엇인가?"
"어젯밤 도둑이 집에 들어와서 금고를 하나 훔쳐 갔습니다. 그 대신에 도둑은 금 그릇을 두고 갔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조사해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것 참 부럽구나. 그런 도둑이라면, 내게도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그러자 랍비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럴 겁니다. 그것은 결국 아담의 몸에서 일어난 일과 똑같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갈비뼈를 하나를 훔쳐 갔지만, 이 세상에 한 개의 갈비뼈보다 값진 여자를 남겼습니다."
하나님이 최초의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로 만들지 않았던 것도 남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든 것은 여자가 언제나 그의 마음 가까이에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탈무드--


저주받은 첫날밤
어느 마을에 말할 수 없이 착하고 성실한 유태인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부자이면서 또한 인자하기로 유명한 토비아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에게 많은 자비를 베풀어 주었고, 장사지내줄 사람이 없이 죽은 자를 만나면 관례를 따라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곤 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착한 유태인들을 시기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유태인들이 하나님의 축복 아래 선을 베풀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 샘이 났다. 그리하여 이들은 왕에게 유태인들에 대해 모함을 했다.
"왕이시여, 유태인들을 벌하시옵소서. 그들은 우리 조상들의 묘를 파헤쳐 죽은 자의 뼈를 파내고 있습니다. 시체를 불태워 마법에 쓰이는 약가루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모함인지 알지 못하는 왕은 무척 노여워하며 유태인에게 보복하는 명령을 내렸다.
"만일 유태인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성밖의 구덩이에 갖다 버리도록 해라. 만일 장례를 치른다던가 하면 교수형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다른 지역에서 살던 유태인이 이 나리에 왔다가 갑작스러운 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아무도 장사를 지내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믿음이 깊은 토비아가 썩 나서서는 시신을 염하고, 옷을 입혀 장사를 지내 주었다. 이것을 본 주민들은 토비아를 끌어다가 재판관에게 데려갔다.
"이자를 교수형에 처하십시오. 왕의 지시를 어기고 유태인을 묘지에 묻었습니다."
그리하여 토비아는 교수형을 선고 받았다.
토비아가 사형을 당하게 된 날, 토비아는 교수대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토비아를 교수시키기 위해 교수대에 올라서는 사형집행인마다 모두 갑자기 장님이 되어 버려 토비아를 처형할 수 없게 되곤 했다.
마침내 토비아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는 친척과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는 자기 몸을 일어났던 주님의 은총에 대해 얘기했다. 토비아의 얘기를 듣고 난 유태인은 그 신비로움에 감탄했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이 계속하기를 기원했다.
한편 그 나라의 왕은 유태인인 토비아를 처형하려고 했을 때 일어났던 기적을 보고 받았다. 왕은 유태인들에 대한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온 나라에 다시 포고를 내렸다.
"유태인이 죽은 자를 정중히 장사지내는 것을 허락한다. 유태인을 모함하거나 해를 입히는 자는 귀천에 관계없이 교수형에 처하겠다."
그후부터 왕은 유태인을 귀하게 여겼다. 눈이 멀었던 사형집행인들도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토비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보니 제비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토비아는 그 모양이 신기해서 제비집 가까이 얼굴을 갖다대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제비의 똥이 그만 눈에 떨어졌다.
토비아의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동자에 하얀 꺼풀이 덮여버린 것이다.
졸지에 앞을 못 보는 장님이 되어버린 토비아는 어느 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불러 일렀다.
"내가 장사를 하고 다닐 적에 인도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장사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돌아오는 길이 안전하지 못해서 그곳에 있는 내 친구 페루 하스먼에게 그때 번 돈을 맡겨 놓았다. 이제 나는 벌을 받아 앞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아들아, 그러니 내 대신 인도로 가서 그 친구를 찾아가 보아라. 네가 나의 서명을 든 편지를 보이면 그 친구는 내가 맡긴 돈과 보물을 돌려줄 것이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들은 인도까지 길 안내를 해줄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인도의 지리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여 아버지에게 데리고 왔다.
"아버지, 이 사람은 인도의 거리거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토비아는 그 사람의 인사를 받고 나서 물었다.
"인도의 투바르란 거리를 아시오?"
"네, 압니다. 그 거리는 대단히 크고 번화하지요. 또 현자들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하구요."
"내 아들을 그곳까지 데려다 주시오. 비용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토비아는 아들을 시켜 인도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쓰게 하고 끝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는 아들을 껴안고 말했다.
"잘 다녀오너라. 조상들이 너를 지켜봐 주실 것이다."
젊은이는 안내자와 함께 투바르로 떠났다. 안내자는 조금의 실수도 없이 그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젊은이는 아버지가 말했던 페루 하스먼의 집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어른께서 페루 하스먼이란 분이신 지요?"
"그렇소만, 젊은이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가?"
"저의 부친의 존함은 토비아라고 하는데, 부친께서 저보고 어른을 찾아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토비아의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부친의 말을 받아 적은 편지를 내보였다.
페루 하스먼은 그 편지와 서명을 보고, 젊은이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친구의 아들로 믿게 되었다. 그는 젊은이를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그리고는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대접해 주었다.
"그래, 자네 부친께서 평안하신가? 자네를 보니 정말 반갑네."
"부친께선 편안하게 잘 계십니다."
"정말 다행이구나.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할 테니 자네는 이제 푹 쉬게. 십여 일 내 곁에 머물면서 그 동안 자네 부친이 살아가는 얘기를 내게 들려주지 않겠나?"
그러나 젊은이는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대단히 고마우신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전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로하신 부친을 남겨두고 떠난 지라 걱정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부친께선 저밖에 자손이 없기 때문에 제가 곁에 없으면 많이 허전해 하십니다."
젊은이의 말을 듣고 있던 페루 하스먼은 그 효성스러운 마음에 감동을 하였다. 그리하여 토비아가 맡겨 두었던 보물을 그의 아들에게 넘겨주고, 그 이외에도 옷과 값진 선물을 따로 마련해서 젊은이에게 가져가도록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장정을 보내어 도중까지 길을 안내하도록 하였고 풍악을 울려 전송을 했다.
토비아의 아들과 안내자가 길을 떠나서 해변의 모래 길을 걷고 있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파도에 휩쓸려 나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안내자는 물고기를 잡아 배를 가르고 창자와 담낭을 끄집어 내고는 정작 고기는 버렸다.
"왜 고기를 가져가지 않으십니까?"
의아스럽게 생각된 젊은이가 물었다.
"이 창자와 담낭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좋은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이 담즙을 짜서 바르면 눈이 뜨여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창자를 태워 연기를 내면 악마가 접근을 못하게 되어 집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합니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은 젊은이는 그 창자와 담낭을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안내자는 순순히 수락을 했고, 젊은이는 그 두 가지를 소중히 간수하였다.
몇 달 후, 젊은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토비아는 무척 반가워하였다. 그는 안내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돈을 바꾸는 곳에 가서 너를 안내해 준 사람에게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사례를 해드리려무나."
아버지의 말에 따라 젊은이는 안내자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런데 밖에 나오자마자 안내자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았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가 아들은 다시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말씀드렸다.
"아들아, 아마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그 사람을 보내셨던가 보다.
그 사람은 예언자 엘리야였던게 틀림없다.
그리고 나서 아들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얻은 담즙과 창자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엘리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 두 가지 물건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토비아는 아들로부터 담즙을 받아 눈에 발랐다. 그러자 막혔던 시야가 트이면서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들아,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는가 보다. 너를 무사히 인도까지 갔다오게 하시고, 이렇게 내 눈까지 낫게 해 주시니...."
토비아와 아들은 다시 밝은 세상에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비아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내 여동생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아이와 네가 결혼했으면 싶다. 그 아이는 무슨 운명을 타고났는지 세 번씩이나 결혼을 했지만 그때마다 첫날밤을 지내기도 전에 남자들이 시체가 되고 마는구나."
"하지만 아버님, 만일 제가 그 사촌과 결혼했다가 다른 세 남자들처럼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 세 남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분명히 악마가 그들의 혼을 빼앗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널 안내했던 그분의 말씀대로 물고기의 창자를 태워서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차도록 해라. 하나님을 깊이 믿고 있으면 하나님은 우리를 악마로부터 돌봐주실 것이다."
젊은이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이윽고 결혼식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젊은이는 창자를 태워 집안밖에 연기를 피웠다. 그리고 신혼 방에 들어가 첫날밤을 맞이하였다.
늙은 아버지는 밤새도록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아들 내외를 지켜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모든 사람들은 불안과 근심으로 조바심을 내면서 과연 젊은이가 살아서 방문 앞으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시체가 되지는 않을런지 걱정을 하며 기다렸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젊은이는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 이후, 이 부부는 아무 걱정거리 없이 많은 자손들을 거느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칼날 폭 만큼의 좁은 침대에서도 누워 잘 수 있지만, 서로가 미워하기 시작하면 폭이 10미터나 되는 침대로도 비좁다.--탈무드--


진짜 아들은 누구일까
딸이 바람을 피우는 기미를 눈치 챈 어머니가 딸을 불러놓고 조용히 일렀다.
"네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 내가 특별히 할 말은 없구나. 하지만 단 한 가지, 바람을 필 때는 네 남편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하느니라. 나도 항상 그래왔지. 내게 아들이 열이나 있지만 진짜 네 아버지의 아들은 하나밖에 없단다."
그런데 모녀간에 주고받는 이 은밀한 이야기를 우연히 남편이 듣고 말았다.
남편은 배신감과 심한 모멸감에 울분이 났지만 내색을 않고 자기 가슴속에만 담아 두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아내가 죽고, 이윽고 남편도 병이 들어 몸이 쇠약해지자 그는 아들 중에 진짜 자신의 아들인 한 명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누가 진짜 자기 아들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의 진짜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노라'라는 유언만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가 죽자, 열 명의 아들들 사이에 큰 다툼이 벌어졌다. 서로 자기가 친아들이라고 우기면서 재산을 차지하려고 들었다.
결국 열 명의 아들들은 랍비 베너에게 가서 심판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 사건은 참으로 어렵구나. 이 사건은 나로선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겠다.
너희들 모두 아버지 묘에 가서 누구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냐고 묻고 만일 대답이 없으면 묘에 돌이라도 던져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아들들은 랍비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아들들은 묘에 가서 몽둥이로 두들겨 보기도 하고 돌을 던져 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한 아들만은 다른 아들과는 달리 돌을 던지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아들은 아버지 묘에 불손한 생동을 하는 다른 아들들을 바라보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아버지 묘에 돌을 던지는 짓은 죽어도 못하겠어. 차리리 유산을 포기하는 편이 낫겠어."
랍비는 베너의 아들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유산은 바로 그 아들의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메시지 전달법
로마의 황제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랍비와 친교를 맺고 있었다. 그 까닭은 두 사람이 생일이 똑같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할 때에도 두 사람은 늘 친교관계를 계속 유지하였다. 그러나 황제가 랍비와 친구인 것은 두 나라의 정부의 관계로 보아 과히 환영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황제가 랍비에게 무엇을 물으려 할 때에는, 사자를 매개로 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느 날 황제는 랍비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물었다.
"나는 두 가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하나는 내가 죽으면 아들을 황제로 삼고 싶다. 두 번째는 이스라엘에 있는 타이베리아스라는 도시를 관세 자유 도시로 만들고 싶다. 나는 그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밖에 이룰 수가 없지만,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두 나라 관계가 대단히 험악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질문에 랍비가 대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에게 대단히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했다. 따라서 랍비는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보낼 수가 없었다.
황제가 돌아온 사자에게 물었다.
"메시지를 전했을 때 랍비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러자 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랍비는 아들을 목말 태워서, 비둘기를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아들은 그 비둘기를 하늘에 날려 주었습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먼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 주고, 그 다음에 아들이 관세 자유 도시를 만들면 된다.'
다음에 또 황제로부터 질문이 내려졌다.
"나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랍비는 역시 똑같은 판토마임으로, 정원 앞 채소밭으로 나가서 야채를 한 포기 뽑아 왔다. 몇 분 뒤 다시 똑같은 일을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로마 황제는 랍비의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한 번에 당신의 적을 멸망시키지 말라. 몇 번으로 나누어 하나씩 하나씩 없애라.'
인간의 의사는 말이나 문장에 의하지 않고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분실물
어떤 랍비가 로마에 갔을 때 거리에 포고가 내려 있었다.
거기에는 '왕비가 아주 비싼 고급 장식물을 잃어버렸다. 30일 이후에 그것을 발견한 자에게는 막대한 상금을 주겠으나 만약 30일 이후 그것을 갖고 있는 자가 발견되면 사형에 처한다.'라고 씌어 있었다.
랍비는 장식물을 우연히 발견하여, 31일째에 그것을 갖고 왕궁에 가서 왕비 앞에 내놓았다. 그러자 왕비가 랍비를 향해서 물었다.
"당신은 30일 전에 포고가 내렸을 때 여기에 있었습니까?"
그러자 랍비는, "네!"라고 대답했다. 왕비는 물었다.
"30일이 지나서 그것을 가지고 오면 당신은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압니까?"
"네!"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30일째까지 되돌려 주었다면 아주 큰상을 받았을 텐데, 당신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안에 누군가가 이것을 되돌려 두었다면 당신을 두려워하던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되돌려 두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까지 기다려서 되돌려 주러 온 것은, 나는 결코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으며,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고 왕비는 경건한 태도로 말했다.
"그와 같은 훌륭한 하나님을 가진 당신에게 깊은 경의론 표합니다."
정직한 자는 자기의 욕망을 조종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자는 욕망에 조종된다.--탈무드--


현자가 된 양치기
이스라엘에 카르바 사우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딸아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대단히 미인인데다가 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집의 양치기인 아키워였다. 아키워를 끔찍이 사랑하는 주인집 딸은 어느 날 아키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말았다.
"저를 아내로 맞아주세요."
아키워 또한 그녀를 몹시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말했다.
"나로서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이오."
이런 사실이 카르바 사우어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매우 화가 났다. 학식도 가문도 형편없는 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딸까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카르바 사우어는 자기의 딸 내외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나누어주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노여움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키워와 결혼을 했다. 아키워는 가난을 잘 참아주는 아내를 위로해 주었다.
"우리가 지금은 궁핍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소.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어떠한 일이라도 주님께 맡기는 태도로 살아갑시다. 언제고 부자가 되면 그 동안의 당신의 수고를 모두 보답해 주리라. 금으로 만든 머리띠를 당신에게 꼭 선물하겠소."
아키워와 그의 부인은 가난한 살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온정을 나누어 주며 착실하게 살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키워의 나이가 마흔 살이 되었다.
그런 어느 날, 부인이 아키워를 불러서는 경전의 가르침을 공부하라고 부탁했다.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인들께 성전의 가르침을 받고 오십시오."
그러자 아키워가 말했다.
"당신도 아다시피 내 나이 마흔이오. 이 나이에 시작해서 도대체 무얼 배운단 말이오?"
"주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데엔 나이가 상관없음을 왜 모르십니까? 전 나이나 체면보다도 경전에 감춰진 깊은 뜻을 당신은 배우고 익히길 바랍니다."
아키워는 부인의 간곡한 부탁이므로 서전을 공부하겠다는 각오를 하긴 했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키워는 우연히 우물가를 지나다가 우물 가장자리의 돌이 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째서 이 부분만 돌이 닳아 있을까?"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
"두레박을 들어올릴 때마다 두레박 줄에 돌이 쓸려 오랜 세월 그렇게 닳아서 홈이 파진 것입니다."
아키워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렇듯 가늘고 약한 두레박 줄이 돌같이 단단한 것을 닳게 할 수 있다면.... 이 육신의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쇠붙이같이 단단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도 충분히 해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하여 아키워는 아내의 말에 따라 경전을 공부하러 길을 떠났다. 그는 예루살렘에 있는 랍비 엘리에셀과 여호수아를 찾아갔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키워는 그 두 스승의 문하에서 12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경전에 능통해져서 그를 따르는 1만 2천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이런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고향에 혼자 남아 있는 아내에게 어떤 사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였다.
"당신은 결혼을 잘못한 거요. 무식한 양치기와 결혼했기 때문에 당신 아버지까지 당신을 박애한다면서요? 게다가 그 양치기는 집을 나간지 12년이나 되었는데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으니 어찌 당신 결혼이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겠소? 당신은 지금 과부나 마찬가지가 아니요?"
그러나 아키워의 아내는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분이 앞으로 12년을 더 객지에서 계신다 해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상관치 않습니다. 난 그저 그분이 무지를 깨우치고 오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키워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스승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12년을 다시 공부했다.
12년 후, 그가 다시 고향으로 향했을 때에는 그의 뒤를 2만 4천 명의 제자가 따르고 있었다.
현자와 수많은 제자가 마을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키워의 고향 장로들은 현자와 제자들을 환영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마을 입구로 나왔다.
그들은 아무도 아키워를 알아보지 못했으며 더구나 아키워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키워는 오직 아내에게만 살며시 그의 귀향을 알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남편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헤질 대로 헤진 누더기 옷밖에 없는지라 약간 주저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을 알아주리라 생각하고는 남편 앞으로 나아가 땅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루하게 차린 여자가 자기들 스승의 앞을 가로막자, 아키워의 제자들은 그녀를 쫓아내려 했다.
그러나 아키워는 부드럽게 가로막았다.
"그 여인을 그대로 두어라. 그녀야말로 나와 그대들을 주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여 준 여인이다. 근 24년 동안 수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한편 카르바 사우어도 현자가 고을에 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서둘러 맞으러 나갔다. 현자를 만나 뵙고 자신이 일찍이 맹세했던 것을 취소 받을 생각이었다.
고생만 하는 딸이 전부터 마음에 걸려 몹시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아키워는 카르바 사우어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나는 딸을 몹시 사랑했기에 그녀가 현명한 자와 결혼하기를 바랬었습니다.
그런데 재산도 없고 무식한 양치기와 결혼을 해서 나는 딸까지 미워졌습니다.
그래서 한푼의 재산도 나누어주지 않겠다는 그런 경솔한 맹세를 해버렸지 뭡니까?"
"만일 그 사위란 자가 저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그래도 딸을 미워하겠습니까?"
"아니지요. 그자가 당신과 같을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성경을 한 줄만이라도 읽을 줄 안다면 재산의 절반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키워는 조용히 미소짓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바로 그 아키워입니다. 당신의 사위란 말씀입니다."
카르바 사우어는 매우 놀라며 아키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사위임을 알아보고는 얼싸안았다.. 그리고 약속대로 재산의 절반을 아키워에게 나누어 주었다.
부유하게 된 랍비 아키워는 약속대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금으로 만든 머리띠를 선사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바로 지혜로운 아내를 가진 남자다.--탈무드--


무식한 아키워와 당나귀
아키워가 경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간곡히 말했다.
"경전의 가르침을 꼭 익히십시오."
아키워는 부인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대꾸하였다.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참이오?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이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꼭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가서 등이 벗겨져 까진 당나귀 한 마리를 끌어다 주십시오."
아키워는 부인의 말대로 등이 까진 당나귀를 끌어다 놓았다. 아내는 그 등에 흙을 얹고 겨자씨를 심었다. 그러자 당나귀의 등에서 신기하게도 싹이 트고 꽃이 피었다.
아내는 아키워에게 그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가보라고 시켰다. 아키워가 그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가자 그 우스운 꼴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다음날도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 웃어댔다. 그러나 삼일 째 되는 날 당나귀를 끌고 가자 더 이상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말했다.
"그것 보십시오. 자, 이제 당시도 주님의 가르침을 받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경전에 공부를 시작하면 첫날에는 누구나 웃을 것입니다. 두 번째 날도 웃겠지요. 하지만 삼일 째 되는 날에는 아키워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생각을 하여 더 이상 당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키워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그 선생임은 아키워를 갸륵하게 생각하여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아키워가 알파벳을 다 익히고 나자, 선생님은 다음 단계로 식사 때마다 드리는 기도를 가르쳤고 사제의 법전을 읽게 하였다. 그리하여 아키워는 마침내 모든 문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에 아키워는 랍비 엘리에셀과 여호수아를 찾아갔다.
'미천한 저에게 탈무드의 가르침을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선생님이 탈무드의 뜻을 읽어주면 아키워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에도 그 구절의 의미를 한 자 한 자 검토해 보았다. 그 의미를 미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시 랍비 앞에 가서 질문을 하곤 했다. 나중엔 랍비도 그의 성실한 태도를 칭찬할 정도가 되었다.
아키워는 경전들과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르침을 열심히 익히고 공부하여 마침내 그 숨겨진 의미들에 대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교육
가장 훌륭한 랍비가 북쪽 나라에 두 사람의 시찰관을 파견했다.
시찰관은 그 도시를 지키고 있는 사람과 만나, 잠깐 조사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 북쪽 도시에서는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 책임자가 나왔다. 그러나 시찰관은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들은 도시를 지키는 사람과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자, 다음에는 도시의 수비대장이 찾아왔다. 구 사람의 랍비는 말했다.
"우리들이 만나고 싶은 것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교사입니다. 경찰관이나 군인은 파괴할 뿐, 진정 도시를 지키는 것은 교사입니다."
향수 가게에 들어가서 향수를 사지 않아도, 나왔을 때에는 향기가 풍긴다.
마찬가지로 가죽 가게에 들어가서 가죽을 사지 않아도, 매우 나쁜 냄새가 몸에 옮겨온다.--탈무드--


간음한 자는 돌로 쳐라
요야힌이라는 이름의 유태인이 수잔이라는 아내와 함께 주님을 열심히 섬기며 살고 있었다.
요야힌은 큰 부자였으며 덕망 또한 높았으므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고, 그의 집에는 항상 친지와 손님들이 들끓었다.
두 사람의 장로가 마을의 재판관으로 뽑혀 요야힌의 집에 머물고 재판일을 보게 되었다. 두 장로는 요야힌의 아내 수잔의 모습을 보고는 그녀의 미모에 반해 음흉한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자기의 못된 마음을 서로 감추었으나, 어느 날 수잔이 정원에서 거닐고 있는 것을 숨어서 엿보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음흉한 마음을 알아채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속 검은 마음들을 고백하고는 마침내 수잔을 범하는데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흑심을 채우기 위해 모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잔이 정원에서 목욕하고 있을 때를 그 기회로 삼기로 했다.
햇볕이 따스한 어느 날, 수잔은 하녀들을 데리고 정원에 흐르는 개울로 목욕을 하러 나왔다.
큰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 두 장로는 하녀가 그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하녀가 향수를 가지러 자리를 뜨고 수잔은 옷을 벗고 개울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두 장로는 나무 그늘로부터 불쑥 나아갔다.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만일 듣지 않는다면 네가 젊은 놈하고 함께 놀아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소문을 내겠다."
수잔은 너무 놀라 정신을 없었다. 하지만 하찮은 인간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하나님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주님, 이 악당들로부터 저를 구해 주소서."
그러자 두 노인도 질세라 큰 소리로 수잔을 꾸짖기 시작했다. 이윽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정원 쪽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장로 두 사람이 수잔을 간음죄로 꾸짖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수잔을 정숙하고 순결한 여인으로 존경하고 있던 그들이었던 만큼 그 광경을 보자 무척 놀랐다.
다음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두 장로는 수잔을 음탕한 여인으로 고발을 했다.
"우리 둘이 정원을 거닐고 있었을 때의 일이오. 저 여자가 두 하녀를 집안으로 돌려보내고 얼마 안 있어 어떤 젊은 놈이 나타나더니 아주 거리낌없이 저 여자 곁에 눕는 거였소. 그 광경을 보고 우리 둘이 달려가 그 젊은 사내를 붙잡으려 했으나 그만 도망가 버려서 놓치고 말았소. 그 젊은 놈은 아마도 저 수잔이란 여자가 끌어들인 남자임에 틀림없소."
마을 사람들은 장로들의 증언을 듣고는 수잔이라는 여자의 본모습을 새삼 알게 되어 매우 분노했다. 장로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히 위증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그들은 장로의 말만 듣고 수잔을 끌어냈다.
장로들은 그녀의 옷을 벗겨 알몸을 만들라고 명령하였다. 다시 한번 그녀의 알몸을 즐기려는 치사한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음탕한 여자이니 돌로 쳐서 죽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잔은 돌팔매질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하느님이시여, 하나님께서는 저의 결백함을 아실 것입니다. 저를 부당한 형벌로부터 구원하여 주십시오. 세상 사람들이 제가 음탕한 여자라고 생각지 않게 해주십시오."
수잔의 억울함을 잘 알고 있는 하나님은 예언자 다니엘을 불렀다.
그리고 수잔의 결백을 밝히고 오라고 말했다.
수잔을 향해 사람들이 막 돌을 던지기 시작할 무렵, 다니엘이 나타나 중지시켰다.
"이스라엘에서는 사형신고를 하는 경우, 그때의 사정을 꼭 조사해 보도록 되어 있소. 내가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조사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그래서 수잔은 형장에서 다시 재판정으로 끌려왔다. 두 장로가 출두하여 다시 거짓 증언을 되풀이했다. 다니엘은 두 노인을 따로따로 떼어 놓고 심문을 했다.
그는 한 장로에게 물었다.
"이 여자가 젊은 남자와 놀아난 곳이 어떤 나무 밑이었습니까?"
"텔레빈 나무 아래였습니다."
다니엘은 또 한 장로를 불러 물었다.
"플라타너스 나무 밑이었습니다."
다른 장로는 먼저번 장로와는 다른 대답을 했다.
"이 정원엔 텔레빈 나무는 한 그루도 없소. 그리고 똑같은 광경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지금은 서로 다른 나무 밑이었다고 대답하고 있소. 이래도 이 두 사람을 믿을 수 있겠소?"
다니엘의 몇 마디 재판으로 이 사건의 전모는 두 장로가 꾸민 계략이었음을 백일하에 드러났고, 재판정에 모인 사람들은 두 장로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수잔이 받아야 했던 형벌을 대신 받게 된 꼴이었다.
야다(YADA:히브리어로 섹스라는 뜻)는 일생에 있어서 오직 한 사람만 상대하여 쓰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탈무드--


기도를 하고 있는 유태인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유태 남자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 뱀이 살금살금 기어와서는 그의 무릎 위를 지나갔다. 그래도 그 남자는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신기하게 여긴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뱀이 무릎 위를 지나가는 것을 못 느끼셨습니까?"
"기도를 드릴 때는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만일 내게 무엇이 와 닿는 느낌을 가졌다면 나는 이미 뱀에게 해를 당하였을 것이니라."
또 어느 날, 이 남자가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왕이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에도 남자는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기도가 끝났을 때 왕이 말했다.
"그대는 매우 겸허하고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매우 교만 방자한 놈이구나."
이 신앙심 깊은 사람은 왕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산책을 하고 있을 때나, 집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전하의 모습을 뵈옵고도 인사를 올리지 않는다면 저는 어떠한 벌을 받아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에게 이렇게 명하여 주십시오.
'기도를 하고 있는 자는 왕이 옆을 지나며 말을 시킬지라도 대답해서는 안되며, 설령 뱀이 물지라도 기도를 멈추어서는 안되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많은 생각을 품은 채로 되돌아갔다.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가장 위대한 랍비가 서 있는 땅보다 더 가치가 있다.--탈무드--


카바라의 힘
어느 마을에 나하마니데스라는 뛰어난 의사이자 철학자가 있었다.
유태인의 비술인 카바라를 그에게 가르치기 위해, 어느 날 이 가르침에 정통하고 있는 노인이 그를 찾아왔다.
노인은 그가 머리가 좋고, 지식욕도 왕성한 것을 보고는 카바라에 그를 인도하기 위해 적극 힘을 썼다. 하지만 나하마니데스는 노인의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 노인은 그래서 한 가지 계략을 생각해 내었다.
그는 유태인에게 금지되어 있는 매음굴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계획대로 붙잡혀 다음 안식 일날 화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 노인이 처형되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나하마니데스도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 노인을 위해 변호해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드디어 안식 일 날이 돌아오고 노인은 끌려가 화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비법을 썼기 때문에 정작 화형을 당한 것은 노인이 아니라 노인의 모습을 한 당나귀였다.
노인은 오후 기도를 끝내고 다시 나하마니데스의 집을 찾아갔다.
마침 나하마니데스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노인이 "아멘"하면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어떤가? 이것으로써 그대의 카바라의 위력을 똑똑히 보았으리라."
노인의 재등장으로 카바라의 위력을 알게 된 나하마니데스는 이 새로운 가르침에 인도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리하여 몇 년 후, 그는 이스라엘에서 위대한 식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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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미리 가본 저승세계


선과 악
지구를 휩쓴 대홍수 때 이야기이다. 모든 동물이 노아의 방주를 찾아와 태워 주기를 호소했다. 선도 서둘러 달려왔다.
그러자 노아가 선을 태우기를 거절했다.
"나는 짝이 갖춘 것만을 태우기로 하고 있다."
그래서 선은 숲으로 들어가, 자기의 짝이 될 상대를 찾았다. 그리하여 악을 데리고 배로 돌아왔다. 그 뒤로 선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악이 있게 되었다.
죄는 처음에는 거미집의 줄처럼 가늘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배를 잇는 밧줄처럼 강하다.--탈무드--


천국과 지옥을 구경한 친구
랍비인 엘리멜렉에게는 과거부터 함께 공부하던 사이 좋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갑자기 병들어 눕게되자 엘리멜렉은 병문안을 갔다. 친구는 엘리멜렉의 방문을 반가워했다. 그러나 곧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죽는 것은 아무렇지 않으나, 내가 없으면 나의 어린 아들은 어떻게 될지 막막하이. 여보게 친구, 만일 사정이 허락한다면 내 아들을 좀 거둬줄 수 없겠는가?"
"자네의 아들은 곧 내 아들이네. 내가 잘 키울 테니 그 걱정은 하지 말게나.
하지만 하나, 내게 약속을 해주게. 자네가 죽은 다음, 내 곁에 와서 자네가 저승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 이야기를 꼭 좀 들려주었으면 하네. 약속 할 수 있겠나?"
친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들의 장래를 부탁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엘리멜렉은 약속대로 고아가 된 친구의 아들을 데려다 잘 키웠으며 성전의 길을 밟도록 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그 소년이 이름 있는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 날이 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집에 모였다. 그러나 정작 신랑의 후견인인 랍비 엘리멜렉은 별실에서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기에 지친 손님들 중 몇 사람이 별실로 가서 열쇠구멍으로 방안을 엿보았다. 그러자 랍비의 모습이 보였다. 랍비는 의자에 걸터앉아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경건하여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가 없었다.
두세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랍비가 별실에서 나와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이 열리고 축하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랍비는 손님들을 향해 말했다.
"저 때문에 결혼식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내가 늦은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제가 이제부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는 축하연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신랑의 아버지의 성품과 행적에 대해 소개했다. 그리고는 자기와 죽기 전에 한 약속까지도 얘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었는데, 바로 오늘 아까 별실에 혼자 있는데 그가 나타났습니다. 내게 안부를 묻더니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죽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죽은 순간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네. 아주 부드럽고도 자연스럽게 나의 혼은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더군.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내 몸을 씻기기에 나는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네. 하지만 그럴 힘이 없더군. 힘이 없이 누워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땅에 묻고는 묘석을 세웠네. 기도와 찬송을 드리고 모두들 되돌아가는 것을 보았지. 나는 땅속 구덩이 속에 혼자 누워 있는데 거, 기분이 묘하더군. 죽었다는 느낌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고 내가 묘지에 왜 있어야 하는 생각만 들더군. 그래서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묘지를 나가는 문을 찾았지. 하지만 문이 보이질 않았어. 할 수 없이 나무를 올라타고 묘지의 반대편으로 나갔네.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마음이 더욱 바빴지. 바로 앞에 작은 연못이 눈에 띄어서 급히 건너려고 했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세 물이 불기 시작하더니 내 키를 넘더군. 게다가 비까지 쏟아져 도저히 그 연못을 건널 수가 없게 되었네. 옷은 흠뻑 젖었지. 나는 도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군. 뒤에는 무덤이고, 앞에는 깊고 깊은 물이니.... 어떻게
해서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슬피 울고 있는데 키가 큰 사내가 나타나더니 왜 우느냐고 묻더군. 집에 돌아가고 싶어 운다고 대답했더니,"바보로군. 너는 아직 인간 세상을 생각하느냐? 너는 이미 죽은 거야. 이승 사람이 아니라구." 하면서 내게 면박을 주었네. 그러면서 나를 최고 법정의 심판관 앞으로 끌고 갔네. 심판관은 내게 지옥에 갈 만한 죄를 짓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천국에 갈 정도로 선한 것도 아니니 지옥과 천국의 사이에 있는 큰방에 있으라고 심판을 내렸다네. 그 방에는 문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지옥을 향해 열려 있고, 또 다른 문 하나는 천국으로 향하고 있었네. 나는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으로, 지은 죄를 보상하고 있었지.
그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괴롭기 짝이 없더군.
지옥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몇 있어 마음이 더욱 아팠네.
그렇다고 에덴동산으로 갈 수도 없는 게 내 처지였지. 그 사람들과 함께 천국의 즐거움을 나눌 만큼 착하지 않았거든. 안식일이 되면 그 사람들과 어울려 쉴 수 있도록 허락되네. 그래서 나는 안식 일 날을 기다리고, 안식일에는 즐거움을 누리는 많은 혼들과 즐겁게 지내지'
랍비 엘리멜렉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죽은 내 친구는 오늘 나를 보러 올 때까지 근 14년 동안을 그렇게 지냈다고 합니다. 오늘 아들이 결혼하는 날, 나와의 약속도 지킬 겸해서 이곳에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내가 좀더 머물면서 아들의 결혼식을 보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 친구는 '나를 붙잡지 말게나, 에덴동산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네. 인간 세상의 일들은 이제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네'라고 말하면서 떠나기를 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약속을 이행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니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습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복수와 정의
"솥을 좀 빌려 달라"고 어떤 사나이가 말했다. 그러자 상대는 "싫다"고 거절했다. 얼마 지나서 반대로 그 거절한 사나이가, "말을 좀 빌려 달라"고 말해 왔다.
그러자 그는. "네가 솥을 빌려주지 않았는데, 내가 왜 말을 빌려 줘!"라고 거절했다. 이것은 복수이다.
"솥을 좀 빌려 달라!"고 어떤 사나이가 말했다. 상대는 "싫다!"고 거절했다.
얼마 지나서, 그 거절한 사나이가, "말을 좀 빌려 달라"고 말해 왔다.
처음의 사나이는 말을 빌려 줄 때, "너는 솥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너에게 말을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증오이다.
남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과 자기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탈무드--


하나님이 맡기신 보석
메이어라는 랍비가 안식일에 예배당에서 설교하고 있을 때 그의 집에서는 두 이이가 죽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두 아이의 시체를 이층으로 옮겨, 흰 천으로 덮어 주었다.
랍비가 돌아오자 아내는 남편에게 두 아이의 죽음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말했다.
"당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제게 잘 보관해 달라고 말하며, 아주 귀중한 보석을 맡기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이 갑자기 보석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럴 때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그것을 주인에게 곧 돌려주시오."
그러자 아내는 말했다.
"실은 지금 막 하나님이 두 개의 귀중한 보석을 하늘로 가지고 돌아가셨습니다.
랍비는 그 뜻을 알아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승까지 이어진 전생의 인연
만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랍비가 어떤 고을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때 마침 랍비 곁을 여자 거지가 어린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었다. 랍비는 얼른 그 거지 모자를 멈춰 서도록 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아이를 내게 맡기시오. 내 곁에 두고 성전을 공부시키면 이 아이는 훌륭하게 될 것 같소."
"싫습니다. 나는 이 아이와 떨어져서는 한시도 못 삽니다."
랍비가 몇 번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여자 거지 또한 막무가내였다.
사내아이는 영리할 뿐만 아니라 귀여워 도무지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그 자리를 물러난 랍비는 여자 거지가 머물고 있는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사내아이를 자기에게 맡겨줄 것을 설득해 보라고 시켰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여자 거지도 집요한 설득에 마음을 고쳐 아들을 랍비에게 데리고 왔다. 랍비는 기뻐하며 여자 거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후, 랍비는 소년을 정성껏 교육시켰다. 본래가 현명한 아인 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부자들과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그 소년을 아끼며 서로가 자기의 양자로 다라고 부탁했지만 랍비는 그러한 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윽고, 그 소년이 성년이 되었을 때 랍비는 하인을 불러 어떤 마을의 어떤 사람에게 가서 청혼하는 편지를 전하고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하인에게 이르기를 "만일 그 사람이 자기의 딸을 내가 가르친 이 아이에게 시집을 보낼 마음이 있다"고 하면 즉시 혼례서류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하인은 랍비가 말한 마을로 찾아가서 어느 부잣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 집은 다름 아닌 랍비의 제자의 집이었다. 그 제자는 스승이었던 랍비의 안부를 물으며 그 하인을 꽤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다.
만찬이 무르익을 무렵, 하인은 랍비가 써준 편지를 보여주며 그곳에 오게 된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랍비의 하인이 만날 사람이 이 마을의 가난한 야채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랍비가 훌륭하게 교육시킨 젊은이를 겨우 가난한 야채 장사의 딸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변두리에 있는 그의 누추한 집까지 일부러 찾아갈 필요 없이 매일 이 집에 물건을 팔러 오니 그때 만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마침 얼마 안 있어 그 야채 장사가 올 것이네."
얼마 안 있어, 정말 가난에 찌든 야채 장사가 이 집에 나타났다. 랍비의 하인은 그에게 가지고 온 편지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사내는 문맹자여서 편지를 읽지 못했다.
"랍비께서 그대와 인연을 맺고 싶다는 말씀이네. 자네의 큰딸과 랍비께서 손수 키운 훌륭한 젊은이를 결혼시키려 하시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결혼식 준비는 모두 랍비님께서 하실 것이고, 신부의 집에다 푸짐하게 선물도 하실 모양이네."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랍비님께서 그토록 모든 걸 알아서해 주신 다니 저희는 그저 랍비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금방 끝나고 하인은 랍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얼마 안 있어 날을 받아 랍비는 두 사람을 결혼시켰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번 결혼이 가당치도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랍비께서는 여태껏 훌륭하고 옳은 일만 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난한 야채 장사의 딸을 신부로 맞아들인 일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습니다.
랍비님과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이름 있는 집안도 많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름도 없는 야채 장사의 딸을 선택하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이해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랍비는 조용히 입을 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두 사람은 전생에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자들이었네. 젊은이는 전생에서 어느 이교도 나라의 왕자였네. 총명하고 학문에도 열중하여 히브리인의 저서와 모세의 가르침에 통달하게 된 그는 이스라엘의 신앙에 귀의해야겠다고 결심, 마침내 어느 유태인의 권고대로 왕궁을 나와 멀리 떨어진 나라의 스승을 찾아갔네. 그곳에서도 우리 주님을 섬기면서 경전을 몸에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곧 지고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지. 그는 강제로 유태의 신앙을 단념해야 했던 어느 공주와 결혼도 하게 되었네.
그의 영혼은 때때로 육체를 떠나 한참 동안 떠돌아다닐 정도의 경지까지 이르렀지. 그런 어느 날, 그 젊은이는 에덴동산에 갔다가 동산의 가장 높은 곳에 넓은 방이 있는 것을 보고 거기에 들어가 보려고 했지. 그런데 가문이 문제가 되어 그곳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네. 그후 그는 '이교도가 아닌 다른 가문에서 태어난다면, 가문이 문제가 되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겠지'하고 생각을 하였다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세상에 태어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최고의 영광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스스로 자문해 보았지. 그리고는 아내만 허락한다면,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마침내 결심했다네.
그래서 아내에게 가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두어 달라고 부탁했다네. 그러자 아내 또한 "저도 따라 죽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생에서도 저와 결혼해주신다면 당신의 뜻대로 해도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네.
젊은이는 아내의 결심에 고마워하며 아내와 두 번째 생에서도 부부가 될 것을 약속했네.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죽었고, 다시 한번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네. 그 여자 거지의 아들이 바로 그때의 신앙심 두터웠던 왕자였고, 그때의 공주가 바로 야채 장사의 딸이었던 것일세. 그래서 내가 이 젊은이를 교육시켜 야채 장사의 딸과 결혼을 시켰던 것이네. 이제 모든 걸 이해하겠는가?"


장난 삼아 한 결혼
밖에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랍비는 집안의 잡일을 맡아 일하는 소년을 불렀다.
"이제 네 꼴을 보기 싫으니 당장 내 집에서 나가라."
갑작스런 명령에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절보고 나가라고 하시면 전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벌을 내려 주십시오. 제발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만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랍비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나의 집에서, 아니 이 고을에서 떠나라.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네가 하는 짓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넌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랍비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소년의 편을 들어 갑작스런 랍비의 마음을 돌리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랍비의 설득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년은 더 이상 랍비의 집에 머무를 수 없었다. 소년은 랍비의 집을 뒤로 하고 목적지도 없이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피곤과 추위에 지친 소년은 어느 여관 앞에 이르게 되었다.
소년은 여관의 여주인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사정을 했다.
여주인은 추위에 떠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가엾게 여겨 그것을 허락해 주었다.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하루종일 걸었던 소년은 따뜻한 난롯가에서 몸을 녹이다가 어느덧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이 마을에 상인 몇 명이 찾아와서는 이 여관에 투숙하게 되었다.
그들은 여관의 식당에서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떠들다가 그것도 시들해져서 '무슨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하고 여관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난로 곁에서 자고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여주인에게 그 소년을 깨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식사를 대접케 했다.
손님들은 돈 많은 상인들이었기에 여관 여주인은 손님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그들 말대로 따랐다.
얼마 후, 손님들은 여주인에게 혹시 딸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딸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거, 잘 됐군. 혹시 이 소년을 사위로 삼을 마음이 없소? 만일 그럴 마음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식을 올려주는 게 어떻소?"
여관 여주인은 손님들이 심심해서 장난을 치고 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여주인은 딸을 불러내어 결혼식을 올리도록 했다. 어린 딸은 어리둥절하여 영문도 모르는 채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마침내 상인들의 생각대로 결혼식은 올려지고 랍비의 집에서 쫓겨난 소년은 율법과 관습에 따라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여주인은 '장난이려니....'생각하고 있었다.
식이 다 끝나자, 상인들은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을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여행을 떠났던 여관집 주인이 돌아왔다. 여주인은 얼마 전에 일어났던 일들과 재미있는 손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여주인은 아주 재미있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건만, 주인은 딸의 결혼 이야기를 듣고는 벌컥 화를 냈다.
"아무리 장난이어도 그렇지, 결혼식을 올리다니 말이 되오! 이제 어떻게 하겠소, 율법과 관습에 따라 결혼식을 올렸다니 이제 그 결혼식은 무효가 될 수 없는 것 아니오!"
주인은 곧 소년을 불러 어디 사람이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를 자세히 물었다. 소년은 랍비의 집에서 쫓겨난 이야기를 모두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이튿날 아침, 여관 주인은 마차를 준비하여 소년을 데리고 랍비가 살고 있는 마을로 갔다. 두 사람이 집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랍비가 웃으면서 마중을 나왔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나는 그대의 딸이 이 소년의 아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주 전부터 알고 있었소. 그러나 그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인 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지요. 딸의 아버지인 그대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가난한 소년에게 그렇게 호락호락 딸을 주진 않으리란 생각이 들어서 과연 어떻게 결혼이 성사될 것인지 더욱 궁금했다오. 그래서 나는 이 소년을 밖으로 내쫓았으며 그 결과는 당신이 아는 바와 같소. 이 소년은 이제 당신의 사위가 되었소. 주님께서 그렇게 하신 일이니 조금도 서운해 할 필요가 없소. 이제 그 결혼식을 주선한 그 상인들이 누구였는지를 그대도 알 수 있겠지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철칙
모세는 평소에 고요하고 성스러운 곳을 찾아 혼자서 기도를 올리곤 했다.
그러노라면 하나님께서 모세 앞에 나타나곤 하셨다.
그날도 모세는 우물가의 나무 밑에 앉아서 상념에 잠겨 있었다. 거기 우물가에 한 남자가 오더니 물을 떠서 마시고는 가던 길로 곧장 가버렸다.
그런데 그가 떠난 자리에는 그의 돈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 지갑이 떨어진 것을 미처 모르고 갈 길만 재촉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다른 남자가 그 우물가에 왔다가 돈지갑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물을 뜨려다 말고 얼른 지갑을 주웠다. 그리고는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그 지갑을 품에 넣고서는 얼른 그 자리를 황급하게 떠나 버렸다.
그 뒤에 또 다른 나그네 한 사람이 와서 목을 축인 다음, 나무 밑에서 기대어서 쉬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부터 처음에 지갑을 떨어뜨리고 갔던 그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우물가를 살폈다. 그러나 지갑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마침 우물가에 한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서 물었다.
"여기서 뭣하고 계십니까?"
"목을 축이고 있죠. 이제 피곤도 좀 풀렸으니 슬슬 일어나 볼 참이오."
"저, 여기 있던 지갑... 당신이 주웠소? 내가 탓하지 않을 테니 내게 돌려주시오."
"지갑이라니요?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르겠는데요."
"이 자리에 당신밖에 없지 않소? 내가 좀 전에 우물가에서 물을 떠먹고는 실수로 지갑을 떨어뜨리고 갔단 말이오. 방금 전의 일이니까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 주웠을 리가 없어요."
"그런 소리 마시오. 난 걸치고 있는 이 누더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오. 내가 이곳에 왔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오. 정말 지갑을 잃었다면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서 찾아보는 게 좋을 게요."
그리하여 말다툼이 시작됐고 마침내는 주먹이 오고가는 험악한 지경에 이르렀다. 여태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세는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 했으나, 감정이 앞선 두 사람은 모세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결국 돈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홧김에 상대방을 때려죽이는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 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일에 놀라 달아나 버렸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모세는 죄도 없이 죽음을 당한 그 남자가 몹시 불쌍하게 여겨졌다. 전지전능하신 주님께선 어째서 그런 죄없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셨을까?
모세는 주님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여, 저는 지금 몇 가지 사건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부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남자가 물건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남자는 그것을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자기 소유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코 나쁜 일을 하지 않은 남자가 어이없게도 죽음을 당했습니다. 부주의로 돈을 잃었던 사람은 별 중요치 않은 것이 원인이 도어 살인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닌 줄 압니다. 주님,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전능하신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옵소서."
모세의 간절한 기도에 이윽고 하나님께서 대답을 주셨다.
"너는 내가 행한 일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인간들은 때때로 내가 하는 일을 이해 못하는 수가 많지.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결국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발생 가는 것이란 것을 깨닫는다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텐데 말이다.
오늘은 내가 너에게 특별히 가르쳐 주마. 처음에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은 그의 아비가 훔친 돈이니라. 그리고 당시에 그 돈을 도둑맞은 사람은 바로 우물가에서 지갑을 주운 사람이었다. 또한 죽음을 당한 사람은 아주 오래 전에 지갑을 잃어버렸던 사람의 형을 살해한 일이 있었다. 아무도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없어서 오랫동안 그 죄과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제 내가 아우를 시켜 원수를 갚게 했느니라.
인간들은 때때로 왜 악한 사람은 잘 살고, 착한 사람은 어렵게 사는지 궁금하게 여기는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게 된 원인은 꼭 있게 마련이다. 단지 그것이 인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목숨을 살리는 부적
랍비 아론이 베네벤트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다. 그가 그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 모두가 마중 나와 그를 환영해 주었다.
그가 함께 자리한 안식일 행사에는 전보다 훨씬 엄숙하게 예배를 드렸고 예쁘장한 소년으로 하여금 앞에 나와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도 드리며 성가를 부르게 하였다.
그런데 소년은 '주님 찬미합니다'의 부분에 이르러서는 선율을 길게 늘일 뿐 주님이라는 가사를 부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랍비 아론은 노래의 몇 구절을 듣고는 그 소년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이미 죽은 자임을 눈치채게 되었다. 죽은 자는 주님을 찬미하는 것을 허락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론은 큰 소리로 송가를 중지시켰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소년을 달래면서 말했다.
"너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말아라. 주님께 기도 드리는 것은 너에게는 허락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는 마라. 여기 우리들 앞에서 너의 이야기를 해보거라. 너는 어디에서 왔니? 여기 있는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고백하는 게 좋을 거다. 만일 네가 진심으로 주님을 받든다면 너의 신앙이 독실한 사람들처럼 주님의 영원한 부르심을 받게 될 것이다."
아론이 그 소년을 달래자 소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랍비님이 저에 대해 좀 아시는 것 같군요. 모두 말씀드리죠. 실은 저는 죽은 자입니다. 죽은 자인데도 불구하고 주님 운운한 저의 죄를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잠깐이라도 이곳에 있게 해주신다면 여러분들께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 소녀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소년은 자신이 어떻게 죽은 자가 되어서 이승을 떠돌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 년에 꼭 세 번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아피먼이라는 유태인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느 때인가 순례를 떠나기 전에 저의 집에 와서는 저를 데리고 떠나고 싶다고 저의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저의 어머니께 약속하기를 '아드님을 무사히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만일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저와 저의 가족은 주님 앞에 죄인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길을 떠난 지 얼마 후, 저희들은 성경학교의 선생님 가족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교구의 장로님이 일어나더니 '이제 아피먼님과 함께 온 아이의 노래를 들어봅시다'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 주님을 찬미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백발의 나이 많은 노인도 자리하고 있었는데 저의 노래를 듣는 동안에 갑자기 얼굴 색이 변하더니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아피먼 선생님께서 당황하여 노인에게 다가가서 왜 슬퍼하시냐고 물으셨죠.
'방금 노래 부른 저 예쁘게 생긴 아이를 주님께서 곧 불러갈 것이오'
노인의 말을 들은 아피먼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며 입고 있던 옷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끝장입니다. 저 아이와 함께 길을 떠나면서 그의 어머니에게 아이를 잘 데리고 있다가 무사히 집으로 돌려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 아이가 하나님 곁으로 가야 한다면 저는 무슨 낯으로 그의 어머니를 보겠습니까. 무슨 수가 없을까요? 전 저 아이를 그의 어머니에게 데려다 주어야만 합니다'
아피먼 선생님이 울부짖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저를 이 세상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 거룩하신 이름을 쓴 부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저의 오른쪽 어깨를 칼로 찢고, 그 속에 넣었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세상에 살아 남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진짜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제 생명은 다했으나, 제 몸에 있는 부적 때문에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부적이 박혀 있는 곳은 저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저의 문제를 랍비 아론님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아론님께서 부디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아론은 사람들에게 소년의 옷을 벗기도록 했다. 그리고 부적이 박힌 장소를 찾아 그 부적을 빼내었다. 그러자 곧바로 소년은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육체와 영혼
왕은 오차라고 하는 매우 맛있는 과일 열리는 과일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이 과일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두 사람의 파수꾼을 고용했다. 한 사람은 소경이고, 또 한 사람은 절름발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해 과일을 따먹자고 흉계를 꾸몄다. 소경이 절름발이를 목말 태우고 절름발이는 방향을 가리켜서, 맛있는 과일을 실컷 훔쳐먹었다.
왕은 몹시 화가 나 두 사람을 심문하자, 소경은 나는 앞을 보지 못하니 따먹을 수 없다고 말하고, 절름발이는 높은 곳에 내가 어떻게 올라갈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왕은 그것도 옳은 말이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의 말을 믿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두 사람의 힘은 한 사람의 힘보다는 훨씬 위대하다. 인간은 육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양쪽을 합하면 나쁜 일이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개에게 물린 여자
어느 마을에 아브라함이라는 신앙이 독실한 사람이 있었다. 부자인 그는 마음 또한 너그러워 불우한 사람을 보면 항상 자선을 베풀었다.
그의 아내는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브라함의 집 근처에 사는 한 유태인이 특히 아브라함의 아내와 친하여 가게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
그런데 그 유태인이 갑자기 병이 나 쓰러지게 되었다. 놀란 주위 사람들은 온갖 약을 써봤으나 몹시 괴로워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삼 년쯤 후, 그 근처에 검고 무섭게 생긴 개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항상 아브라함의 집 주위를 맴도는 것이었다. 마치 사탄의 화신처럼 생긴 그 개의 모습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슬슬 피하고 무서워했다. 그 개는 몽둥이로 내쫓아도 곧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아브라함이 회당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쯤이면 그 개는 항상 집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개를 쫓아버리고 문단속을 단단히 해 두었다.
어느 날, 아브라함이 그만 대문에 빗장을 지르는 것을 잊었다. 그러자 개는 문을 밀고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는 이방 저방 흩어놓고 다녔다. 그러다가 아브라함의 아내가 자고 있는 방안으로 뛰어들어가서는 침대로 달려가 침대를 물어뜯고 아브라함의 아재의 몸에도 몇 번 이빨 자국을 내었다. 그리고는 침실 밖으로 달려나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브라함의 아내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랍비 이삭의 집까지 들렸다. 남편은 부인의 몸에 난 상처를 대충 치료한 뒤 랍비 이삭에게 가서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고 물었다. 랍비는 대답해 주었다.
"자네 부인은 몇 년 전에 죽은 옆집의 남자를 금품으로 유혹하여 억지로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네. 그 남자가 죽은 뒤에 그 혼이 검은 개 속에 들어가 오늘 그 복수를 한 것이네."
아브라함이 혹시나 해서 부인에게 물으니 부인은 그 죄를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죄는 처음에는 손님이다. 그러나 그대로 두면, 손님이 그 집주인이 되어 버린다.--탈무드--


말이 된 채무자
랍비 이스라엘 바르셍이 이 고을 저 고을을 돌아다닐 때의 일이다. 그가 어떤 유태인의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어, 그 집의 주인과 함께 세상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마침내 그 집에서 기르는 말에게로 옮아갔다. 주인은 랍비를 마굿간으로 데리고 가서는 말들을 보여 주었다. 언뜻 작은 말이 랍비의 눈에 띄었다.
"주인장, 저 작은 말을 내게 주지 않겠는가?"
랍비가 부탁을 하자 그 주인은 대답했다.
"다른 말이면 몰라도 저 말만은 안됩니다. 저 말은 제게 많은 도움을 주는 놈이거든요. 체격이 저렇게 작아도 다른 말 세 마리의 몫을 합니다. 아무리 무거운 짐도 가볍게 끌고 가죠. 누가 뭐래도 저 말만은 남에게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랍비는 주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말했다.
"누군가 그대에게 돈을 빌어 쓴 사람이 없는가? 잘 생각해 보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증서를 보여 주게나."
주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의 채권증서를 가져다 랍비에게 보여 주었다. 랍비는 증서를 살펴보더니 그 중에서 한 장을 골라 그것을 갖겠다고 했다.
"그 증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건데요. 그 증서는 아주 가난한 사내에게서 받은 것으로 그 사내는 이미 죽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랍비는 그 증서를 갖겠다고 했다. 주인이 의아하게 여기며 그 증서를 랍비에게 넘겨 주었다. 그러자 랍비는 받은 즉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영문을 몰라하는 주인에게 랍비는 마굿간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주인이 그토록 칭찬했던 그 작은 말이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워하는 주인에게 랍비는 설명을 해 주었다.
"이 말은 바로 그 증서의 주인이라네.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에 죽은 뒤에도 자네 집의 준마가 되어 일을 해주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네."


랍비와 이웃이 된 백정
랍비 시몬은 어느 날 천국에서 자기의 자리가 어디쯤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하나님께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기원을 했다. 하나님은 시몬의 자리가 어느 백정의 자리 바로 옆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랍비 사몬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밤낮으로 성전 연구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의 마음은 온통 신앙심으로 가득차 있고, 주위에서도 나를 현명한 랍비라고 칭송하고 있는 입장이 아닌가. 그런데 한낱 백정을 이웃으로 해야 한다니....
어디 한번 가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아야겠다.'
이웃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 랍비는 그 백정이 사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 백정의 손님이 되어 여러 날을 머물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랍비는 백정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여 왔는지 얘기를 좀 해보게. 몹시 궁금하다네."
"뭐, 얘기할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죄가 많은 사람으로서 성서는 전혀 읽은 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백정의 직업을 가졌었고 덕분에 돈은 좀 벌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부터는 저도 선행을 베풀고 싶어서, 매주 이 고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헌금도 자주 하는 편이죠."
그 말을 듣고 현자는 말했다.
"그 밖에 또 무슨 선행을 했는지 들려주시오."
그러자 백정은 과거에 잠깐동안 세무원으로 일했을 때 있었던 일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죠. 어느 날 배가 입항하여 제가 그 배로부터 세금을 받고 막 돌아가려 할 때였습니다. 돌아서는 나를 선장이 부르더군요.
"정말 멋진 물건이 있는데 살 생각이 없으시오? 꼭 당신한테 팔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데요? 뭔지 알아야지요."
"돈을 내기 전에는 가르쳐 줄 수 없지요. 사겠소? 아니면 팔겠소? 안 사겠다면 가시오."
"그것의 가격이 얼 만데요?"
"일만 냥만 내시오."
"도대체 그 물건이 뭔지 알아야 살 것 아니겠소? 내 그 물건을 꼭 살 테니 귀뜸이라도 해주시오. 뭔지 감은 잡아야 사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소?"
"사만 냥이오. 사겠소, 말겠소?"
내가 되물을 때마다 그는 대답을 않고 값만 자꾸 올리더이다. 그래서 무엇인지 오르지만 뭔가 귀한 물건인가 보다고 생각하고는 그 가격에 물건을 사기로 했지요.
"우선 돈부터 내시오. 물건을 넘겨드리리다."
그래서 저는 돈을 치렀죠. 돈을 받은 선장은 배 밑창에 있는 창고에서 2백 명의 유태인 포로들을 끌고 와서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사지 않았다면 이 2백 명의 사람들은 모두 바닷물에 빠져 고기밥이 되었을 것이오."
저는 그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가 먹이고 옷도 새로 갈아 입혔습니다. 그 중에는 미혼 남녀도 꽤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서로 짝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눈에 뜨이는 유난히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습죠. 그래서 제 아들의 신부 감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마침내 제 아들과 그 처녀 아이가 결혼하는 날이 되었죠. 많은 사람들의 기쁜 얼굴 속에서 유독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어느 젊은이가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밖으로 조용히 불러내어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느냐?"
처음엔 아무 대답도 않더군요. 내가 재차 묻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오늘 댁의 아드님과 결혼하게 되는 처녀는 바로 나의 아내가 될 여자였습니다. 우리 유태인 2백여 명이 포로로 잡히던 그날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식 날이었죠. 결국 결혼식도 못 올리고 포로 신세로 끌려 다니다, 오늘 그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슬프지 않겠습니까."
나는 은 2백 냥을 내놓으며 그 처녀를 잊을 수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덧붙여 말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그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녀와 나의 주인이자 은인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녀를 당신의 며느리로 삼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나 돈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나는 그것을 나의 아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했지요. 그러자 아들이 그 처녀를 양보하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젊은이와 그 처녀를 결혼시켜 주었지요.
그 백정은 회상하듯이 이야기를 마치고는, "아마도 무언가 선행을 했다면 바로 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하고 덧붙였다.
이상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랍비 시몬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대의 이웃이 되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네."
자선을 행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맛있는 요리가 즐비한 식탁에 소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탈무드--


이삭의 기우제
어느 나라에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큰 가뭄이 들게 되었다.
그 나라의 임금은 랍비 이삭을 불러서는 기우제를 지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랍비 이삭은 기우제를 지내되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이교도의 신전을 모두 폐쇄하고 매춘부란 매춘부는 모두 이 지방에서 추방을 시켜 주십시오. 만일 이 두 가지 요구가 실행된다면 하나님께 기원을 드려 이 나라에 비가 내리도록 하겠나이다."
왕은 곧 명하여 이삭의 요구대로 하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곧 그 나라 안에 있는 이교도의 신전은 모두 폐쇄하고 매춘부들도 도시 밖으로 모두 내몰았다.
그러나 그 나라의 장로들은 이삭을 떠보기 위해 이교도의 신전 한 군데를 폐쇄시키지 않고 열어 두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매춘부 한 사람을 몰래 숨겨 놓는 장난을 쳤다.
이튿날 아침, 이삭은 고을의 장로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했다.
"당신들은 나를 속이고 있소. 나를 그렇게 믿지 못하면서 내게 무슨 기우제를 부탁하는 거요? 나 대신 신전에 감추어둔 매춘부에게나 비를 내려 달라고 할 것이지."
랍비를 시험해 보려고 했던 무리들은 이삭의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삭에서 용서를 빌고는 곧 바로 신전으로 가서 매춘부를 내쫓고 신전 또한 폐쇄시켰다.
랍비 이삭은 그제서야 일어나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오늘 당신에게 기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의 기도를 들으시고 주님의 위대하심을 보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저는 무슨 일이나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했나이다. 이번에는 저의 소망을 들어 주시옵소서."
이렇게 이삭이 기도를 드리고 나자, 저 멀리서부터 검은 구름이 하늘 가득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물었던 이 나라에 하나님의 축복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랍비 이삭은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연거푸 절을 올렸다. 이 나리의 사람들 또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주님을 찬양했다.


수염을 깎아서는 안되네
랍비인 유다가 사는 마을에 부자인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유태율법을 무시하고 수염을 짧게 깎아 버렸다. 유다는 그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도도하게 말했다.
"나는 잘생겼기 때문에 긴 수염 보단 짧게 자른 수염이 어울립니다."
그의 자만하고 건방진 태도가 근심이된 유다가 경고를 했다.
"자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자네는 벌을 받을 것이네. 황소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나타나서, 자네가 이스라엘의 거룩한 표상을 모욕한 죄를 물어 자네 몸을 짓밟을 것이네."
그러던 어느 해, 그 부자가 세상을 떠났다.
고을 사람들이 그를 조문하기 위해 그 부자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랍비 유다도 그 가운데 끼어 있었다. 그가 주님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죽은 자의 몸위에 얹자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났다.
죽었다가 살아난 부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는 두려움에 떨었다.
"자네가 그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해 보게나."
"아아, 랍비님. 랍비님의 말씀을 안 듣고 율법을 지키지 않은 저의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습니다."
"말해보게. 저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러자 그는 그가 겪은 저승에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가 죽어 저승에 가자, 황소를 닮은 악마가 나타나서 저를 몹시 혼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유황에 구운 수금이 가득한 용기를 가져오더니 그 속에 저의 손을 넣고는 최고 법정의 사자를 불러 그 용기를 가져오도록 시키더군요.
"너는 성전을 읽고 가르침을 깊이 생각해 보았느냐?"
"율법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선 모세의 계율이 쓰인 종이를 주시면서 내게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 계율을 읽어보니 '그대, 수염을 깎아 아니되노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저의 여태까지의 행동이 부끄러워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큰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이 놈을 지옥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집어넣어라."
그러자 좌우에 있던 형리들이 저의 팔을 잡고는 지옥으로 막 끌고가려 할 때였어요. 아까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더군요.
"잠깐, 나의 아들 유다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 우선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이놈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그 다음으로 미룬다."
부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를 마치고는 율법을 어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이 참회했다.


아버지를 죽인 여호수아
미즈라임에 '눈' 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눈의 아내는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 근심에 싸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부는 주님께 기도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눈과 그의 아내는 아이를 잉태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였다.
그러던 중, 드디어 아내가 잉태를 하게 되었다. 믿음이 깊은 눈은 아내의 잉태 기간 중,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기만 하는 거였다. 아내가 의아해서 물었다.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셔서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제가 가지게 되었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그토록 슬피 우십니까?"
처음에 눈은 아내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재차 묻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언젠가는 아비인 나를 죽이게 될 것이오."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이제야 갖게 되었는데 아버지를 죽일 운명을 타고났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아내는 평소 자기 남편의 진실 됨을 아는지라,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열달 후,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아내는 그 아이가 남편을 죽이게 될 것이 두려워 그 아이를 키우지 않고 나무 상자 속에 넣어 강물에 띄어 보냈다.
진흙과 송진으로 튼튼하게 봉해진 나무상자는 둥실둥실 강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물고기가 나타나서는 그 상자를 꿀꺽 삼켰다.
때마침, 왕이 여러 제후들을 불러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그리고 상자를 삼킨 큰 물고기는 어부의 그물에 잡혀 연회석 상에 올려지는 신세가 되었다. 왕이 보는 앞에서 큰고기의 배를 가르자 작은 상자가 나왔다.
상자 속의 아이 여호수아는 이렇게 해서 왕궁에서 길러지게 되었다.
여호수아는 자라서 사형집행인이 되었다.
그 무렵 여호수아를 낳아준 친아버지가 큰 죄를 지어 사형집행인이 되었다.
왕은 여호수아로 하여금 사형을 집행하도록 명령했고, 국법에 의해서 처자와 재산은 모두 사형집행인에게 인도되었다.
여호수아는 눈의 목을 치고, 그의 처와 재산을 모두 차지했다. 여호수아가 눈의 아내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에 손을 대려 하자, 그녀의 가슴에서 젖이 쏟아져나와 이불을 흥건히 적시는 것이었다.
여호수아는 깜짝 놀라고 기이하게 생각되어 창을 들어 그녀의 가슴을 찌르려고 하였다.
"너는 마녀임에 틀림없다."
그 순간, 어머니는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여호수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얘야, 네가 본 것은 결코 기이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네가 먹었어야 할 젖이다. 내가 네 어미인 것 같구나."
이렇게 말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여호수아는 곧 바로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왔다. 자신도 또한 물고기 뱃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여호수아다. 그렇다면 자신의 손으로 처형한 사람이 아버지였단 말인가. 여호수아는 깊은 슬픔에 빠져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말았다.
가정에서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것은 과일에 벌레가 붙은 것과 같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퍼져 가기 때문이다.--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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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무덤에서 살아난 노인


기도
어떤 배에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갑자가 폭풍우가 불어 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와 자기 나름대로 믿는 신을 향하여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도를 했다. 그런데도 폭풍우는 점점 거세게 불어 닥쳤다.
사람들은 모두 유태인을 향해서 질책했다.
"당신은 어째서 기도하지 않는가?"
그러자 유태인이 기도하기 시작했다. 폭풍우는 갑자기 곧 잠잠해 졌다.
배가 항구에 닿자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들이 정성 들여 기도했을 때는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고, 당신이 기도하자 어째서 폭풍우가 잠잠해졌을까요?"
유태인인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잘 알 수 없지만, 여러분은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믿는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바빌로니아의 신에게 기도하고, 로마 사람들은 로마의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신은 전 우주를 지배하는 넓고 큰 신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기도한 내 소원을 들어 주셨던 것입니다."


아들을 구한 현명한 아버지
어떤 이스라엘 사람이 고향에는 공부하는 아들 하나만을 남겨두고 하인과 모든 재산을 가지고 외국으로 갔다. 몇 년이 흐른 뒤, 외국에 간 이스라엘 사람은 그곳 풍토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그는 유언을 하기 위해 대서인을 불렀다.
"유언장을 만들어 주시오. 주님께서 주신 나의 모든 재산은 내 하인에게 모두 물려 주겠소. 내 고향 이스라엘에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 아이에게 내 유산 중 마음에 드는 딱 한가지만을 골라 가지도록 할 생각이오."
대서인은 그의 말대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서명을 했다.
얼마 후, 이 사람이 죽자 하인은 재산을 깨끗이 정리한 뒤 주인이 남긴 유언장을 가슴에 꼭 품고 이스라엘로 향했다. 하인은 죽은 주인의 아들을 찾아가 증서를 전하며 사실을 고했다.
"불행히도 부친께서는 풍토병에 걸려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비보를 들은 젊은 아들은 하인에게 물었다.
"아버지의 재산은 어떻게 되었느냐?"
"주인님께서는 모든 재산을 저에게 남겨 주셨습니다. 당신에게는 다만 갖고 싶은 것을 한 가지만 골라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하인의 말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의 처사에 섭섭함과 함께 큰 충격을 느꼈다.
몹시 상심한 그는 스승에게 가서 하소연하였다.
"저의 아버님께서는 저만을 남겨두고 사업차 외국으로 나가셨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아버님의 재산을 물려받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이 곳에 남아 오로지 학업에만 신경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언장을 보니 모든 재산이 하인 앞으로 상속되어 있고 제게는 단 한 가지만 골라 가지라고 되어 있더군요.
스승님, 이럴 수가 있습니까?"
스승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의 부친이 하신 일은 참으로 현명한 일이었네. 너의 부친께서 그렇게 한 것은 부친이 죽은 후, 그 재산을 하인이 마음대로 처분하고 도주할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었네. 너는 곧 하인과 함께 재판관에게 가서 유언장 문제를 처리하게. 재판관이 네게 제일 갖고 싶은 것을 하나 고르라고 할 때, 너는 '이 하인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만사는 잘 풀릴 걸세. 하인의 모든 재산은 곧 주인의 재산이 되는 것이니 말이네."
젊은 아들은 스승의 가르침대로 하여 하인은 물론 아버지의 유산까지도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결과가 된다.--탈무드--


위대한 신
로마인이 어떤 랍비한테 와서 따져 물었다.
"당신들은 항상 하나님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어디 있는지 말해 보라."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쳐 주면 자기도 그 신을 믿겠다는 것이었다.
랍비는 물론 그 로마인의 심술궂은 질문을 묵살해 버릴 수는 없었다.
랍비는 로마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해를 보시오!"
로마인은 해를 힐끗 쳐다보고는 소리쳤다.
"그런 엉터리 같은 말하지 말라. 눈이 부셔서 해를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신이 창조하신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인 해조차 똑바로 쳐다볼 수 없으면서, 어찌 위대한 신을 볼 수 있단 말이오!"


무덤 속에서 살아난 노인
옛날 어느 마을에 술을 무척 좋아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은 술을 너무 좋아하여 술이라면 만사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의 두 아들이 하루종일 일해서 벌어온 돈도 결국은 아버지의 술값으로 탕진되었다. 속이 상한 두 형제는 의논을 했다.
"아버지를 저대로 두어서는 안되겠어. 우리들이 버는 돈이 전부 아버지의 술값으로 들어가니 우리는 어떻게 살아.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한 지가 벌써 언제냔 말야. 우리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어? 먼저 그 술을 드시게 하여 정신을 잃으시게 하는 거지. 그리고 나서는...."
"그리고 나서는?"
"내 말대로 우선 해보자. 다음은 그 후에 알려줄께."
두 아들은 계획대로 아버지에게 술을 잔뜩 먹여 정신을 잃게 해놓았다. 두 형제는 이웃 사람들을 불러 말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러야겠으니 좀 도와주십시오."
그들은 시체의 옷을 갈아입히고는 관을 들고 묘지로 향하였다.
당시에는 사람이 죽으면 낭떠러지 밑에 동굴을 파고 그 속에 관을 넣는 장례 풍속이 있었다. 이 술꾼 아버지도 관에 넣어진 후에는 그와 갖은 동굴로 들어갔다. 너무나 깊이 취한 채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술꾼은 자기가 당하고 있는 일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버지 묻는 일을 무사히 끝낸 두 아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 회교도 사람들이 포도주와 빵, 익힌 고기 등 많은 음식을 들고 무덤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들은 적에게 포위 당한 도시로 그 음식을 옮기는 중이었는데 그만 적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적에게 추격을 받아 급하게 된 회교도인들은 나르던 음식과 물건들을 동굴 속에 감추고는 얼른 낙타를 타고 도망쳤다.
삼 일이 지난 후, 술에서 깨어난 술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가 어디지? 내 자식들은 어디 가고 나만 여기 잇는 것일까. 모두 어디 갔을까?"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불러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낙담한 노인은 털썩 땅에 주저앉아서는 주위를 더듬어 보았다. 그러자 포도주 병이 손에 와 닿고, 손을 더 뻗으니 고기와 치즈도 발견됐다.
"이게 웬 복이냐?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 아들놈들이 나를 버려둔게 분명해. 하지만 주님은 나를 아직 버리지 않으셨구나."
우선 빵과 포도주로 배를 채운 노인은 평소의 즐거운 기분이 되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 불효한 아들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아버지가 정말 죽었는지 확실히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람은 삼 일이 지나자 동굴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동굴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무덤 속으로부터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은 두 아들은 너무나 놀랐다.
"아직 살아 계신 모양이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여튼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자."
두 아들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아버님...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해서 아직까지 살아 있느냐 그 말이렷다."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이 나쁜 놈들아, 네놈들은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자비로운 주님께서 날 보살펴 주셨다.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어."
아들들이 보니 그곳에는 포도주와 그밖에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아들들은 잘못을 깨닫고 아버지께 용서를 빌었다.
"저희들이 생각을 잘못했습니다. 아버님, 이제부터는 아버님께서 사시는 데 불편이 없도록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시지요."
세 부자는 음식과 포도주를 모두 집으로 운반하였으며 그후로는 아무런 불편 없이 편안하게 아버지를 잘 모셨다고 한다.


향료
어느 안식일(토요일) 오후, 로마 황제가 교분이 두터운 랍비를 방문했다.
황제는 예고도 없이 아주 갑작스럽게 랍비 집에 나타났는데 그는 여기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는 매우 맛있었고, 식탁 둘레에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황제는 매우 만족하여 스스로 다음 수요일에 다시 여기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요일에 그가 오자 사람들은 처음부터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가장 좋은 식기가 놓여지고, 지난번은 안식일이라 쉬었던 하인들도 줄을 서서 접대를 했다.
요리사도 없이 차가운 음식밖에 내놓지 않았던 지난번과는 달리 뜨거운 요리도 많이 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말했다.
"식사는 역시 지난 토요일 쪽이 맛이 더 있었다. 토요일에 쓴 향료는 도대체 무엇 무엇이었나?"
"로마 황제로서는 그 향료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아니야, 로마 황제는 어떤 향료라도 손에 넣을 수 있어!"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유대의 안식이라는 향료, 이것만은 로마 황제인 당신이 아무리 노력하여도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포도주는 새 술일 때에는 포도 같은 맛이 난다. 그러나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지혜도 이 포도주와 똑같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혜는 빛을 더한다.--탈무드--


박해 받는 유태인
이집트에 알레스킬이라는 이름의 재판관이 있었다. 그는 유태인에게 적의를 품고 있어 매일 유태인 한 사람씩을 고발하여 괴롭혔다.
그러나 그의 위세가 워낙 강한지라 아무도 그의 행동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그 무렵, 모세 아르다므피라는 신앙이 독실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판관의 박해가 매우 심해지자 종들을 데리고 조상이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갔다.
그리고는 삽으로 구멍을 파고 아래로 내려가 거기에 묻혀있는 사자들을 불렀다.
"영원한 잠 속에 드신 분들이시여,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나라를 잃고 헤매는 목자 없는 양떼와 같습니다. 적의에 찬 자들의 유태인을 향한 박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도를 올리고 나자, 무덤의 큰돌이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이었다. 모세는 종에게 일렀다.
"거리에 나가서 무슨 일이 없었는지 알아보거라."
종이 무덤에서 나와 길을 가자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이슬람교도의 무덤 근처였다. 종은 그쪽으로 가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웅성거립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알레스킬 판관이 갑자기 돌아가셨네. 그래서 지금 장로들이 그 시체를 무덤으로 운반하고 있는 중이라네."
명성을 얻으려 달리는 자는 명성에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명성에서 도망쳐 달리는 자는 명성에게 붙잡힌다.--탈무드--


투르크 치하의 유태인
투르크 왕의 신하 하나가 유태인 현자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수호신에 대해 너무 자신만만해 하는 것 같소.
이스라엘을 지켜주시는 분은 한시도 쉬지 않고 유태인을 돌보아 주신다고 지껄이는 데 말이야. 도대체 다른 민족에게는 그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없다는 말인가?"
신하의 물음에 현자가 대답했다.
"주님께서는 저희 민족을 특별히 더 보호해 주시지요. 여러 민족 가운데에서 저희 민족보다 더 핍박받는 민족은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만일 주님의 특별한 사랑이 없다면 저희 민족은 수십 개의 핍박하는 민족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겠습니까?"
한편, 이 나라의 수도 이스탄불에는 유태인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궁핍한 생활 때문에 자식을 신경 써서 교육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이슬람 신앙 속에서 교육받으며 자라서는 투르크 군대의 병정이 되기도 했다.
이스탄불에 사는 투르크인 중에는 유태인에 대해서 유난히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자주 유태인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유월절이 다가올 무렵, 병정 두 명이 유태인을 욕보일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태인들은 유월절 동안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을 테지. 좋아, 그놈들을 욕보일 좋은 생각이 있다네."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소린가?"
"나에게 아들이 하나 있지 않은가. 그 아이를 죽여 유태인이 사는 거리에 내다버리겠어. 그리고는 그 다음날 그 아이가 유태인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증언을 하는 거야. 그러면 유태인들이 살인죄를 쓰고 벌을 받을 것이 아닌가."
두 친구는 유태인들을 혼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좋아했다.
그러나 그들의 나쁜 생각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유월절 저녁에 아이를 죽여 그 시체를 유태인들이 사는 거리에 두고 오려고 했으나, 그 거리로 통하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바람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시체를 다시 싸서는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유태인들의 거리로 통하는 문의 바로 맞은 편에 투르크의 고관이 사는 집이었다. 그날 밤, 그 고관은 잠이 오지 않아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달빛 아래에서 두 사내가 시체를 싸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고관은 왕에게 나아가 어젯밤에 본 광경을 아뢰었다.
왕은 천히 나서서 조사하기로 했다. 그때 마침 두 병정이 왕을 배알하고 싶어한다는 전갈이 있었다.
"두 사람을 이리 대령시키도록 하라."
이윽고 두 사람의 병정이 대령했다.
"대왕님,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유태인들에게 복수를 해주십시오."
두 사람이 유태인들을 헐뜯기 시작하자 왕이 물었다.
"너희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왕이 친히 묻자, 두 병정 중 하나가 말했다.
"저의 사랑하는 아들이 유태인 거리에서 놀다가 죽었습니다. 유태인 중의 누군가가 제 아들을 죽였음이 틀림없습니다. 유월절 의식에 쓰는 빵에다 그 피를 넣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다른 병정도 친구의 말을 거들었다.
"친구가 지금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두 병사가 나타나기 전에 고관의 목격담을 들은 바 있는 왕은 두 사람을 따로 떼어놓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두 번째 병사에게 말했다.
"모든 것을 고백하라. 솔직히 이야기하면 푸짐한 상을 내릴 것이다."
그는 왕의 구슬림에 넘어가 그만 실토를 하고 말았다.
"네 친구 가 말하길 네가 네 아들을 죽였다고 하였노라."
그러자 그 병정은 펄쩍 뛰면서 부인했다.
"아, 아닙니다. 그건 모함입니다. 제가 어떻게 제 자식을 죽입니까? 죽은 놈은 바로 그놈입니다."
대왕은 더 들을 바 없이 두 악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세 개의 문
예루살렘의 한 주민이 여행 도중에 병이 들었다. 그는 이제 자신은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여관 주인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나는 이제 죽게 되는데 내가 죽은 것을 알고 예루살렘에서 누군가 찾아오면 내 소유물을 물려 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단 세 가지 착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사나이는 죽고, 유대의 장례식에 의해 매장되었다. 동시에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 남자의 죽음이 알려졌고, 조금 지나서 예루살렘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아들이 예루살렘에서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죽은 도시의 성문 가까이 까지 왔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여관을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은 아버지가 자기가 죽은 여관을 아들에게 가르쳐 주지 말라고 유언했기 때문에, 아들은 자신이 그 집을 직접 찾아 나서야만 했다.
때마침 땔나무 장수가 땔나무를 많이 지고 지나가고 있었다. 아들은 그를 불러 세워 예루살렘에서 온 나그네가 죽은 여관에 그 땔나무를 갖고 가도록 이르고 땔나무 장수의 뒤를 따라갔다.
여관집 주인은, "나는 땔나무를 사려고 한일이 없다."고 말했다. 땔나무 장수는, "아니 지금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땔나무를 사서 이 집에 갖다 주라고 말했습니다.
여관집 주인은 기뻐하며 그를 맞아들여 저녁 식사를 마련해 주었다. 식탁에는 다섯 마리의 비둘기와 한 마리의 닭이 요리로 나왔다. 그 말고도 여관 주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두 딸 등 일곱 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다.
여관 주인이, "청컨대 음식을 모두에게 좀 나눠주십시오"라고 말하자, 그는 "아닙니다. 당신은 주인이므로 당신이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은, "당신이 손님이므로 당신이 좋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아들은 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한 마리의 비둘기를 두 아들에게 주었다. 또 한 마리의 비둘기를 두 딸에게 주고, 도 한 마리의 비둘기를 두 부부에게 주고 그는 두 마리의 비둘기를 자신을 위해 남겼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두 번째의 착한 행동이었다.
여관 주신은 이런 식의 배분을 보고 난처한 얼굴을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닭을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머리를 주인 부부에게 주었다. 두 아들에게는 다리를 주었다. 두 딸에게는 날개를 주고 나머지 큰 몸통은 자신이 먹었다. 이것은 세 번째의 영리한 행동이었다.
여관 주인은 마침내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에 나리에서는 이렇게 합니까? 당신이 비둘기를 나눠 줄 때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닭을 나누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이제 견딜 수가 없소!
도대체 이것이 무슨 짓이오?"
그러자 젊은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음식을 나누는 일을 맡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간청하시므로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신과 부인과 비둘기로 셋, 두 아들과 비둘기로 셋, 딸 둘과 비둘기로 셋, 거기에 두 마리의 비둘기와 나와 셋이 됩니다. 이것은 매우 공평합니다. 또 당신은 첫째 가장으로 닭의 머리를 드렸습니다. 당신의 아들 둘은 이 집의 기둥이므로 두 개의 다리를 주었습니다.
딸들에게 날개를 준 것은, 날개가 자라 이제라도 다른 집안에 시집을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배를 타고 여기에 와서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몸통 부분을 얻었던 것입니다. 빨리 아버지의 유산을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돌을 팔아 넘긴 농부
옛날 투르크 인의 나라에서의 일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농부 하나가 깊은 산골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해, 유난히 뽕나무가 잘 자라서 누에도 번식을 많이 하게 되었다.
부지런한 농부는 누에고치를 잔뜩 따서는 인근 도시에 가서 팔기로 작정을 했다. 그가 살고 있는 산골에서 며칠 걸리지 않는 곳에 꽤 번성한 도시가 있기 때문에 고치를 내다 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농부는 고치를 자루 속에 가득 채워서 나귀의 한쪽 등에 매달았다. 그리고 무게의 중심을 맞출 생각으로 반대쪽 등에다 돌을 넣은 자루를 매달고는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는 길동무를 하나 만나게 되었다. 길을 가던 나그네는 농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누에농사가 잘 되어 고체를 팔러 도시로 가는 길입니다.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당신을 만나서 참 반갑군요. 형씨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나는 이곳에서 꽤 먼 곳에 삽니다. 그곳은 현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지요. 나는 거기서 필경사를 하면서 삽니다. 이 투르크에는 동생이 하나 살고 있고 친구도 여러 명 있지요. 그래서 그들을 만나려고 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털어놓고 이 얘기 저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귀가 비틀거리더니 무거운 짐 때문인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농부는 당황을 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런데 같이 가던 동행자가 조언을 했다.
"저 나귀는 짐을 너무 많이 실어서 그런 것 같소. 나귀의 등에서 짐을 좀 덜어주면 괜찮아질 거요."
농부와 필경사는 나귀의 등에서 짐을 내렸다. 그때 돌이 든 자루를 발견한 필경사가 물었다.
"이 돌은 왜 실었나요?"
"양쪽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서요."
"쓸데없는 짓을 했군요. 당신에게 균형을 잡는 법을 가르쳐주리다."
그는 돌을 쏟아 버리고, 고치를 양분하여 두 개의 자루에 나누어 넣었다.
그리고는 한 개씩 양쪽 등에 늘어뜨렸다. 나귀는 다시 힘을 되찾아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필경사는 농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어 서로 여행길의 지루함과 무료함을 잊을 수가 있었다. 농부는 대화를 통해서 동행자가 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이렇게 지혜가 있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가난합니까?"
"우리 같은 필경사는 재물에 욕심이 없습니다. 우리들로 말하자면 이스라엘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존재라고나 할까요."
농부는 그의 말을 듣고 말했다.
"당신의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 가난이라면, 나는 당신을 친구로 삼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소. 자, 우리 헤어집시다. 먼저 떠나시오."
필경사는 농부를 남겨두고는 먼저 길을 떠나갔다. 농부는 오던 길로 돌아가 아까 버리고 왔던 돌을 다시 주웠다. 그리고는 고치를 한 자루에 몰아 담고는, 한쪽 자루에는 다시 돌을 넣었다.
며칠 후, 농부는 드디어 지친 몸으로 상업도시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숙소를 정하고 나귀에게 여물을 먹였다.
이튿날 아침, 상인이 와서는 고치를 저울로 달아 값을 지불하였다. 그리고 나서 상인이 물었다.
"또 팔 것은 없소?"
"내게 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소. 내게는 이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달고 온 돌덩이밖에는 없다오."
상인은 그 돌을 힐끗 보더니 그 돌이 쇠를 가는 데 필요한 연마 석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그 즈음, 이 나라에는 모든 창과 칼을 날카롭게 갈아 놓으라는 왕의 명령이 내려있는 중이었다. 왕의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큰 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상인은 농부에게 말했다.
"저 돌들을 내게 파시오. 값은 잘 쳐서 드리지요."
쓸데없는 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던 농부는 이 제안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그냥 드릴 수도 있는 돌무더기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 말하리다. 고치 값의 두 배를 주시겠소?"
"그 값을 지불하지요."
상인은 농부에게 그 값을 지불하였다. 생각지 않은 큰돈을 벌게 된 농부는 필경사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내가 필경사처럼 현명하지 않을 지는 모르지만 무턱대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면 손해 볼 일이 생기는 법이지."
농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갔다.
상인이 해서는 안 되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
과대 선전하는 것
값을 올리기 위해 저장하는 것
계량을 속이는 것--탈무드--


가정과 평화
메이어라는 랍비는 매우 설교를 잘하는 랍비로 유명하다. 그는 매주 금요일 밤에 예배소에서 설교를 했는데 몇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 그의 설교를 대단히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보통 유대 여자들은 금요일 저녁에는 이튿날의 안식일을 준비하기 위하여 요리를 만들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도, 이 여자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랍비는 오랜 시간 동안 설교를 했고, 그녀는 그의 이야기에 만족하고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남편이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내일이 안식일인데도 아직 요리 준비도 하지 않고 무슨 일로 다니는가 하고 화를 내어 그녀를 윽박질렀다.
"당신 대체 어디 갔다 왔어!"
"나는 예배소에서 랍비 메이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몹시 화를 내어 말했다.
"네가 랍비의 얼굴에 침을 뱉고 돌아올 때까지는 집에 들여놓지 않겠다."
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남편과 별거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메이어는 이 말을 듣고, 자기의 이야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한 가정의 평화가 깨져 버린 것을 깨닫고, 그녀를 초대하여 자기 눈이 쑤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이것은 침으로 씻어야 좋을 것 같군. 그렇게 하면 약이 될 테니까, 당신이 수고해 주시오."
그러자 그녀는 그의 눈을 향해 침을 뱉었다.
이것을 본 제자들이 물었다.
"당신은 대단히 덕망 높은 랍비인데, 어째서 여자가 얼굴에 침을 뱉게 내버려두었습니까?"
랍비는 대답했다.
"가정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아내를 이유 없이 학대하지 말라. 하나님은 그녀의 눈물 방울의 수를 주의 깊게 헤아리고 계신다.--탈무드--


헤로데스 왕과 왕비 마리안느
예루살렘 왕 헤로데스가 로마로 떠나게 되었을 때, 헤로데스 왕은 누이 슬라미트와 남편 조셉과 에툴리아 사람 소에므스에게 왕비 마리안느에 관한 일을 은밀히 당부하였다. 은밀한 당부란 다름 아니라, 만일 헤로데스가 살아오지 못하게 되면 아내 마리안느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지 못하도록 죽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조셉이 그만 마리안느에게 누설하게 되었다. 마리안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깊은 슬픔에 빠졌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헤로데스 왕이 로마에서부터 무사히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왕은 왕비에게 로마에서 보고 왔던 장대하고 화려한 광경을 들려 주었다.
그러나 왕비는 예전처럼 즐거워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남편 앞에서 남편 쪽의 친척에 대한 악담을 퍼붓기를 예사로 하였다. 왕비를 무척 사랑하는 헤로데스인지라 그런 아내의 태도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
어느 날, 마리안느는 헤로데스의 누이 슬라미트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싸우던 중 마리안느는 슬라미트에게 크게 모욕을 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슬라미트는 오빠인 왕에게 가서 중상모략을 하였다.
"왕이시여, 왕만 모르고 계십니다. 대왕께서 로마에 가있는 동안 제 남편 조셉과 마리안느가 정을 통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안느가 깨끗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헤로데스는 누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불손한 태도에 대해서만은 따져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왕비를 불렀다.
"당신은 전과 많이 변했소. 당신은 왜 전과같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요?"
왜 나를 미워하지? 나는 세상 어느 여자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단 말이오."
"저를 그렇게 사랑하신 다니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군요. 당신은 로마의 아우구르투스 황제에게 떠나던 그날, 저를 죽이라고 조셉에게 명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왕은 찔끔했다.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졌으나 반대로 그는 마리안느에게 거칠게 소리쳤다.
"분명해. 슬라미트의 말이 맞아.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잇는 것은 조셉, 그놈과 같이 잤기 때문임에 틀림없어!"
왕은 그 이후로 왕비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슬라미트는 헤로데스 왕이 자기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왕의 시종을 몰래 불러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독을 가지고 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여라. '왕비께서 이것을 전하에게 갖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사랑의 명약으로 전하의 마음을 다시 왕비님께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드시옵소서'라고."
슬라미트는 심부름을 시키며 그 시종에게 많은 금과 은을 주었다. 시종은 헤로데스 왕에게로 가서 슬라미트가 시키는 대로했다.
시종의 말을 들은 대왕은 그로부터 잔을 받았다. 그러나 왕비로부터 마음이 멀어진 대왕은 그 약을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았다. 헤로데스 왕은 사형수를 불러 그것을 마시도록 명하였다. 약을 마신 사형수는 얼굴이 파랗게 되더니 이내 죽고 말았다.
헤로데스 왕은 왕비 마리안느와 누이의 남편인 조셉과 소에므스를 당장 잡아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시종도 잡아들여 그 독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털어놓도록 명령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왕님께서 대왕님께 갖다드리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했을 뿐입니다. 다만 얼마 전에 조셉님에게서 어떠한 얘기를 들은 후부터 왕비님께서 대왕님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듯했사옵니다만...."
"이런 못된 것들이 있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왕은 조셉과 소에므스를 처형하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마리안느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흔 명의 장로로 하여 그녀를 심판하도록 했다.
그 소식을 듣게 된 슬라미트는 후환이 두려워 왕 앞에 나아가 말했다.
"마리안느는 왜 그냥 두십니까. 재판을 하는 것도 좋지만,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를 하루라도 더 살려두신다면 백성들은 전하에게 반기를 들것입니다.
그리고 혹 마리안느를 지지하는 자들이 불순한 일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마시고 이 기회에 한꺼번에 처형해 버리십시오."
이미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헤로데스는 누이의 의견을 듣자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비 마리안느도 같이 끌고 가 사형을 시키도록 해라."
한때는 너무나 사랑하던 왕비였으나 헤로데스 왕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말았다. 마침내 마리안느는 교외에 있는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녀가 막 형장에 이를 무렵, 군중들이 마리안느의 행동거지를 욕하기 시작했다.
"빨리 끌고 가 죽이시오. 지아비를 배반한 년은 저런 꼴을 당하는 게 마땅하오."
어떤 여인의 욕지거리가 있자 그 뒤를 이어 다른 여인들도 마리안느를 욕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그들은 마리안느가 그저 질 나쁜 화냥년으로만 생각되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마리안느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형대를 향해 걸었다. 공포도 불안도 없이 당당하게 죽음을 향해 가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백성들에게 왕족으로서의 고귀한 기품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칼날 앞에 머리를 내밀어 죽음을 맞이했다.
사실 마리안느는 미모와 품위 그리고 신에 대한 공경심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 고고한 성품의 여자였다. 다만 그녀에게는 겸양의 미덕이 부족했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남편을 저주했던 것이다.
주님은 죄없는 마리안느를 사형시킨 것에 대한 벌로 왕실의 사람들에게 나쁜 질병을 내렸다. 주님의 벌을 받은 헤로데스 왕가는 왕의 시종, 병사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으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태의 도시 대부분에 몹쓸 질병이 퍼졌다.
몹쓸 병마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맛보게 된 왕은 예언가를 불러 불행이 유태나라를 휩쓸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예언가는 마리안느의 억울한 죽음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헤로데스 왕은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님이시여, 한 여인의 원혼 때문에 당신의 백성들이 얼마나 더 죽이셔야겠습니까? 저도 지금은 아내를 죽인 것을 후회하고 있사오니 부디 노여움을 푸십시오."
헤로데스 왕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주님은 그의 기도를 받아들여 그토록 극성이던 질병을 그치게 했다.
마리안느의 억울함을 뒤늦게 알게 된 왕은 그녀를 죽인 것을 가슴 깊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노여움은 사모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 사모함은 날마다 커져 마음의 병이 되었다.
그는 마치 아내가 곁에 있는 것처럼 그녀의 자리를 자신의 옆에 만들게 하고, 그녀를 위해 음식을 차리도록 하고 가끔 그녀의 이름도 다정스럽게 불렀다.
그러기를 한참, 마침내 그는 깊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그것은 젊을 때 결혼하여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이다.--탈무드--


인간과 정을 통한 아누비스 신
로마 어느 마을에 착하고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파울리나라고 하는데 그녀의 미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할 정도였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와 가깝게 지내길 소원하였으나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인데다 정숙하기 또한 이를 데 없었다.
뭇 남성들의 선망의 시선과 유혹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몹시 정숙하여 깨끗이 몸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 티베리우스 황제가 기병대장인 문두스라는 젊은이가 기도를 드리러 신전으로 가고 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으니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문두스는 그 순간부터 그녀를 사모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너무나 탐이 난 그는 그녀의 주위 사람을 통해 기별을 전해왔다.
"문두스 님께서 아씨가 한 번만 같이 밤을 새워준다면 2만 냥을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문두스의 당돌한 제안을 들은 파울리나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고해 바쳤다.
문두스는 아무리 많은 돈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로마의 신전을 지키고 있는 사제를 찾아갔다. 그 당시 신전에는 오실리스와 아누비스라는 두 신의 상을 모시고 있었는데, 둘 중 아누비스 신이 더 숭배를 받고 있었다. 사제를 찾아간 문두스는 돈 1만냥을 사제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듣자하니, 파울리나는 신앙심이 깊다고 하더이다. 그녀를 이 신전에 오도록 해 주십시오. 만약 사제님께서 그녀를 부르면 그녀는 아무 의심 없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문두스의 부탁을 받은 사제는 그녀에게 가서 말하였다.
"위대하신 아누비스가 내게 와서 이렇게 전하였다. '파울리나로 하여금 나의 신전으로 오도록 만들어라. 제단 앞에 와 있으면 내가 밤중에 가서 그녀에게 가르침을 내릴 것이니라. 나는 그녀를 나의 말을 전하는 예언자로 삼을 작정이다'라고"
이 말을 들은 파울리나는 더 없이 기뻐하며 곧 바로 남편에게 가서 사제의 말을 전하였다.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은 사제의 말에 따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신의 부르심을 감히 누가 거역한단 말이오."
날이 저물자, 파울리나는 혼자의 몸으로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에 소속된 시녀들은 신전 앞에 침소를 마련하고는 그녀로 하여금 침소에 들도록 했다.
그녀가 그 말에 따르자 시녀들은 주위를 정리하고는 모두들 물러갔다.
그녀 혼자만이 남게 되자, 제단 뒤쪽에 숨어 있던 문두스가 아누비스 신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그녀가 누워 있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그리고 파울리나의 몸을 꽉 끌어안고는 격렬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여인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 신데 이렇게 무례합니까?"
"나는 신 아누비스다. 그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오늘밤 그대를 찾아왔도다."
"거짓말 마시오. 만일 당신이 진짜 신이시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신이 어떻게 일개 아녀자에게 이런 욕심을 품는단 말입니까?"
"여자 신자와 잠을 자는 것이 왜 불가하다는 것인가. 때로는 신도 여자 신자와 몸을 나눌 수 있지. 일찍이 그대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신과 몸을 나누어 신의 씨앗을 잉태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았다. 쥬피터도 그래서 태어난 것이 아니냐."
아누비스 신의 설득에 파울리나는 신과 몸을 섞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울리나는 신에게 속삭였다.
"신께서 사랑하여 주신다면 소녀는 이 몸을 기꺼이 바치겠나이다."
그리하여 아누비스 신과 파울리나는 마음껏 몸을 나누기 시작했다. 다음날 해가 밝자,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전에서 자신의 몸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빠짐없이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신에게 선택된 거야. 당신이 신과 몸을 나누다니, 참으로 기쁜 일이오."
남편은 아내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다른 여인들도 파울리나의 행운을 부러워했다.
며칠 후, 문두스는 파울리나를 찾아갔다.
"당신이 아누비스 신에게 몸을 바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참으로 축하할 일이구려. 당신은 내 요구는 거절하면서도 신의 요구는 거절하지 않았소. 그게 무엇 때문이오? 나는 당신을 품고 싶다고 신께 기도했고 신은 그 기도를 들어 주셨소. 당신이 내게 주지 않던 것을 신께서는 내게 베풀어 주셨지. 아누비스 신은 당신을 신전에 불러들여 당신의 몸에 나의 욕망을 불태우게 하셨소.
당신은 내 뜻을 보기 좋게 거절했고, 내가 제안한 2만 냥도 거들떠보지 않더군.
그러나 신은 한푼도 받지 않고 나의 소원을 성취시켜주셨던 거요. 나의 이름을 문두스 였을 때 당신은 나를 거절했지만, 아누비스로 이름을 바꾸니 당신은 순순히 응해 주더군. 파울리나, 당신은 이마 나와 몸을 합했소. 당신은 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으니 마찬가지로 인간의 요구도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오. 자, 어떻게 하겠소? 잘 생각하여 이제부터라도 나의 것이 되어 주는 일이...."
아누비스 신이라고 믿었던 것이 문두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파울리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곧 깊은 수치심과 슬픔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가서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남편도 역시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어쩌겠소. 이미 지난 일이고 그 신전에 가라고 내가 허락했던 것인데...."
이 불행한 이야기를 입에 입을 건너 황제 티베리우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황제는 이런 불상사가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여봐라, 시의 이름을 빌어 욕정을 채운 문두스를 멀리 추방해 버려라. 그리고 그의 본분을 잃어버리고 금전의 노예가 되어 정숙한 여인을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 그 사제 놈은 사형에 처하도록 하여라."
우선 이렇게 사건을 매듭지은 황제는 신전을 허물어 버리고 신상마저 티베리아 강에 떠내려보냈다.


가장 나쁜 죄악을 저지른 자
신앙이 깊은 왕이 있었다. 그는 가끔 현자들을 궁전으로 초대하여 세상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묻곤 하였다. 그날도 왕은 현자들을 불러서는 세상 사람들의 선행과 악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왕은 이런 질문을 했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악행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 무엇일까? 각자 자기 생각을 말해 보게."
첫 번째 현자가 말했다.
"제 생각엔 살인을 하는 것이 가장 나쁜 죄인 것 같습니다. 살인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뺏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가정을 파괴하고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합니다. 또 죽음을 당한 자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살인을 저지른 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두 번째 현자가 뒤이어 대답했다.
"가장 나쁜 죄악은 간통이 아닌가 합니다. 자기 아내 외의 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자는 살인과 동등한 죗값을 받아도 쌉니다. 간통 그 자체가 더럽기 짝이 없는 일이거니와,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된 여자가 그 아이를 살해하는 일도 얼마나 잦은지 모릅니다. 간통은 곧 살인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나쁜 일입니까!"
그 다음에 다른 현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죄 중에서도 도둑질이 가장 나쁘다고 봅니다. 한밤중에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드는 도둑놈이야말로 가장 악한 자의 표본입니다. 도둑놈은 물건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만일 누군가에게 발각될 경우 심하면 살인 강도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그 집안의 아녀자를 강간하기도 하고 잡히게 될 경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기 때문에 위증죄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현자도 대답을 했다.
"여러분께서 열거하신 죄보다도 훨씬 나쁜 죄가 있습니다. 우상숭배 말입니다.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은 자기들 손으로 만든 것에 기도하고, 그 우상 앞에서 갖가지 의식을 베풉니다. 그들은 나무나 돌로 만든 우상을 숭배하느라 자신들을 창조하고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신 진정한 신, 우리 주님을 완전히 잊고 있지 뭡니까."
여러 현자들이 각자 가지들의 의견을 말했으나, 그들 중 가장 나이 많은 현자 하나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그런 태도에 왕은 특별히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서 말씀하시는 것보다도 훨씬 무거운 죄가 또 하나 있지요. 바로 지나친 음주입니다. 사실은 제가 젊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인은 숨을 고른 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펼쳤다.
"세 사람의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종일 술을 마시면서 놀았습니다. 그런데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마시던 포도주가 다 떨어졌지 뭡니까. 그러자 셋 중에 한 명이 도둑질을 해서 술을 사자고 제안을 했답니다 술김에 세 명은 이웃집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치고는 그 집에서 나왔죠.
그들은 그것을 팔아서 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술집으로 갔지요. 술집 주모는 문을 열고 그들에게 술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 술집 주모에게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갑자기 일손이 바빠진 주모는 안주를 이 딸에게 들려 보내고 자신은 포도주를 꺼내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도둑놈 같은 세 사내는 이 예쁜 딸이 탐이 났지요. 주모가 포도주를 탁자 위에 갖다놓자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주모의 목을 졸라서 죽여버렸습니다. 딸을 겁탈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서였죠. 그리고는 딸을 욕보이려고 강제로 방으로 끌고 갔습니다. 세 남자는 이 딸을 먼저 겁탈하려고 다투기 시작했죠. 세 놈 중 한 놈이 두 사람을 제치고 먼저 욕심을 채우려고 하자 두 사람은 그만 분에 못 이겨 예리한 칼로 그 동료를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불행한 일이었죠. 남은 두 사람은 밤새껏 번갈아 가며 주막집 딸을 능욕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술이 깨자, 지난밤의 일들이 모두 떠올랐고 자기들이 저지른 엄청난 일들에 놀랐습니다. 두 남자는 처녀로 인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가 두려워 처녀마저 칼로 찔러 죽이고 멀리 멀리 달아나고 말았답니다."
악마가 사람을 방문하기에 너무 바쁠 때에는, 자기 대신으로 술을 보낸다.--탈무드--


셀주크 왕의 목을 벤 유태 처녀
셀주크 왕이 예루살렘의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자 유태인들은 굵은 베옷을 입고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어느 마을에 아피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딸 유디트는 아름답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유디트는 신앙심 또한 깊어서 날마다 베옷을 입고 제단 위에 앉아 예루살렘을 보호해 주십사고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그녀의 간절한 기도는 주님의 마음을 움직여 주님은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나타나 어떤 계시를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유디트는 시녀 한 사람을 데리고 아무도 몰래 셀주크 진영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왕의 시종을 찾아가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노라고 했다.
"예루살렘의 한 처녀가 대왕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 하옵니다."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디트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왕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전하, 저는 예루살렘의 귀족의 여식이옵니다. 듣건대 이 성이 머지 않아 전하의 손에 떨어져 최후의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제가 예루살렘의 내부 사정을 소상히 알려드릴 테니 만일 예루살렘으로 입성하게 되셨을 때 저희 가족들에게만은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아름다운 모습의 유디트가 가져온 정보도 정보였지만, 그녀의 매력적인 모습에 홀딱 빠진 셀주크 왕은 그녀가 너무나 탐이 났다. 그래서 성대한 연회를 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였다. 그리고는 연회가 준비될 동안 측근들을 물리치고 유디트에게 몸을 요구했다.
"전하, 저의 마음은 언제든지 전하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몸이 불결하오니 오늘밤 제가 몸을 깨끗이 단장한 다음에 저를 불러 주십시오. 연회가 끝난 후 시녀를 데리고 우물가로 가겠습니다. 대왕께서는 밤에 우물가로 가는 소녀를 보아도 그냥 통과시키라고 보초를 서는 부하들에게 일러주십시오. 그 후에는 소녀는 대왕의 것이옵니다."
미소를 띠며 감미롭게 속삭이는 유디트의 부탁에 왕은 쾌히 승낙을 했다.
이윽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왕은 모든 왕족과 부하들을 불러서는 마치 예루살렘의 정복은 시간 문제라는 듯이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실컷 마신 포도주 덕분에 흠뻑 위한 왕과 신하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왕과 유디트와의 관계를 짐작한 신하들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저희들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왕과 유디트만을 남기고 신하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유디트는 시녀와 함께 칼을 꺼내어 셀주크 왕의 머리를 베었다. 그리고 그 머리를 보자기에 싼 다음 방에서 나왔다.
셀주크 진영을 빠져 나오는 동안 여러 명의 보초병들과 마주쳤지만, 그들에게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왕의 엄명이 있었던지라 그냥 쳐다보기만 하고 무사 통과시켜 주었다.
셀주크 왕의 진영에서 멀어지자, 두 여인은 더욱 발걸음을 빨리 하여 그날 밤 안으로 예루살렘의 성문 앞에 으르게 되었다. 굳게 닫혀있는 성문 앞에서 유디트는 소리쳐 문지기를 불렀다.
"우리들이 성안으로 들어가야겠으니 문을 열어주시오."
그러나 문지기는 순순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너희들에 대한 소문은 다 들었다. 예루살렘의 귀족의 딸 유디트가 셀주크 왕의 첩이 되어 일신의 영예를 구하려 했다는 것 말이다. 너희들은 무슨 염치로 이곳에 왔느냐. 이제까지 지은 죄만으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냐."
유디트와 시녀는 무지기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네. 우리가 셀주크 왕의 진지로 간 것은 다 계략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네."
아무리 두 여인이 항변을 해도 문지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유디트는 하는 수 없이 보자기를 펼쳐서 셀주크 왕의 머리를 보여주었다. 그녀가 반역자가 아니라는 확실한 물증 앞에 마침내 그녀들의 이야기를 믿게 된 문지기는 문을 활짝 열어 그녀들을 맞이하였다.
그 다음날, 이스라엘 군은 셀주크 군대가 기습하여 수많은 셀주크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왕이 없는 셀주크 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패하여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유디트가 셀주크 왕을 살해한 날이 유태인의 축일이 되었다고 한다.


화병을 깨버린 이유
어느 나라의 왕이 아름답게 세공된 도자기와 유리화병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그 두 가지는 섬세하고 우아하기 이를 데 없어 볼수록 마음에 드는 물건이었다. 선물에 만족한 왕은 그것을 선사한 사람에게 많은 하사품을 내렸다.
선물을 바친 사람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은 갑자기 도자기와 화병을 들어서는 바닥에다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던 그것들을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 자리에 있던 신하들은 갑작스런 왕의 태도에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가끔 성질이 몹시 격해지는 수가 있소. 이 화병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깨지기 쉬운 물건이오. 어쩌다 만일 시종 중 누구 하나가 자칫 잘못하여 이 화병을 깨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오. 그럴 경우 어떻게 되겠소? 보나마나 화가 나서 그 시종을 잡아죽이라고 명령을 내리겠지. 그까짓 화병 하나 때문에 충직한 시종을 죽이고 마는 그런 일이 일어날 바에는 차라리 지금 내 손으로 그것을 깨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안식일의 요셉
어느 마을에 '안식일의 요셉'이라고 불리우는 유태인이 살고 있었다. 그 유태인의 이름은 본래 요셉이었는데 안식일을 너무나 잘 지켜 그런 별명이 붙었던 것이다. 요셉은 본래 가난하였다. 그래서 평소에는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안식 일 날만은 최선을 다해 음식을 장만하고 거룩하게 지냈다.
이 요셉의 집 바로 옆에는 부자인 이교도가 살고 있었다. 그 이교도는 어느 날 점쟁이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당신의 많은 재산은 언젠가는 몽땅 요셉의 것이 될 것이며 그가 이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될 것이오."
점쟁이의 말을 들은 이교도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그 동안 애써 모은 재산이 모두 요셉의 것이 된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는 서둘러 돈과 보석 등 모든 재산을 털어서 커다란 진주를 하나 샀다. 그리고 그 진주를 항상 쓰고 다니는 모자 속에 놓고 꿰매었다.
'내 재산을 이렇게 항상 지니고 다니면 그 유태인 놈에게로 넘어갈 리가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이교도는 마음을 푹 쉬었다.
어느 날, 이교도가 유프라테스 강변을 거닐고 있을 때 갑자기 강풍이 몰아쳐서 그의 모자가 강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 마침 큰 물고기가 나타나서는 진주가 들은 모자를 얼른 삼키고는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며칠 후, 그 물고기는 어부에게 잡히게 되었다. 무척 큰 물고기를 잡은 어부는 '이렇게 큰 물고기를 과연 누가 살까?'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안식일의 요셉'이라면 안식일 때 쓰려고 이것을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부는 큰 물고기를 신앙이 독실한 요셉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
"큰 물고기가 있는데 필요하면 사시죠?"
"정말 크군. 안식일에 쓰면 꼭 좋겠는걸."
요셉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그 물고기를 샀다. 안식일 날, 그 물고기를 요리하려고 요셉이 고기의 배를 갈라보니 뜻밖에도 커다란 진주가 나왔다.
뜻밖의 횡재를 한 요셉은 주님께 감사드리고 그 진주를 팔아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한번 늘은 그의 재산은 눈덩이가 커지듯이 더욱 늘어나 평생을 부유하게 지냈다고 한다.


행운을 차버린 이교도
유태인들이 의식을 진행하는 데 필요해서 한 번도 멍에를 멘 적이 없는 붉은 송아지를 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멍에를 멘 적이 없는 붉은 송아지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난한 사람의 소 중에서 조건에 합당한 붉은 송아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유태인들은 즉시 그 소의 주인인 이교도를 찾아갔다.
"이 송아지를 저희들에게 파시지요."
"값을 후하게 쳐주신다면 야...."
"얼마면 될까요? 금화 세 닢이나 네 닢이면 되겠지요?"
말을 마치자 유태인들은 돈을 가지러 돌아갔다. 졸지에 금화 네 닢에 송아지를 팔게 된 이교도는 그 송아지가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궁금했다.
유태인들이 돈을 가지고 다시 오자 말했다.
"이 송아지를 팔지 않겠소."
"아니 왜 틀린 말을 합니까. 아까는 판다고 하지 않았소?"
"나는 아까 대답한 기억이 없소. 당신들이 가격을 말하자마자 돈을 가지러 갔지 않소."
"가격을 더 부르려고 그러는 거요? 좋소, 얼마 드리리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드리겠소."
이교도는 상대편이 붉은 송아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사려한다고 판단하고 가격을 높게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금화 열 닢은 어떻소?"
"싫소."
이교도 유태인의 제안을 딸 잘라 거절했다.
"그럼, 스무 닢을 내리다."
스무 닢을 내겠다고 했으나 역시 거절했다. 스무 닢은 점점 올라가 일백 닢이 되고, 일백 닢은 이백, 삼백 닢을 거쳐 결국엔 금화 천 닢에 붉은 송아지를 사는 것으로 결정이 되고 말았다.
"그래, 천 닢을 받아야 그 붉은 송아지를 팔겠다는 것이오?"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시오. 나는 상관없소."
"알겠소. 천 닢 드리리다. 내일 아침에 돈을 가지고 올 테니 저 송아지를 잘 맡아주시오."
붉은 송아지 덕분에 금화 천 닢을 벌게 된 이교도는 뜻밖의 횡재에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주위의 이교도들을 불러 모아놓고는 자랑을 했다.
"조금 전에 난 저 붉은 송아지를 금화 일천 냥에 팔았소. 그놈들은 이 송아지가 몹시 탐이 났던지 내가 달라는 대로 값을 치르겠다고 하더군.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 송아지를 사려하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아마 이 송아지가 아직 멍에를 쓰지 않아서 그런 모양인데, 오늘밤에 송아지에게 멍에를 씌어 두었다가 그 사실을 숨기고 내일 유태인들에게 넘겨주어야겠어. 그러면 돈은 돈대로 벌고, 또 몰래 유태인들을 놀려주는 셈도 되니 재미있지 않은가."
이교도는 당장 송아지에게 멍에를 씌워 놓았다.
다음날 유태인들이 소를 사러 왔을 때, 이교도는 얼른 멍에를 떼어 낸 다음 끌고 왔다. 유태인들은 돈을 건네주기 전에 송아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송아지의 목에 두 줄기 털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눈도 슬픈 듯이 가느다랗게 뜨고 있었다.
원래 소가 멍에를 쓴 적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소 목덜미의 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멍에를 쓴 일이 없는 소는 목털이 두 줄기로 보기 좋게 세워져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은 그 털이 잠자듯이 누워있게 된다. 또 그런 소는 눈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멍에의 무거움을 경험하지 않은 소의 눈은 똑바로 앞을 보고 있지만, 멍에를 쓰던 소는 눈이 밑으로 쳐져 사팔뜨기처럼 된다.
"이 소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 없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의 눈만은 속일 수 없소."
유태인의 호통에 이교도는 그제서야 자기 자신의 경솔함과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나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간이 없는 나라
두 나라의 왕이 한 뼘 정도밖에 안되는 땅을 놓고 오랫동안 싸우고 있었다.
한쪽이 그 땅을 차지하는가 싶으면 곧 다시 다른 쪽이 공격하여 점령해 버리곤 하였다. 아주 조그만 땅을 사이에 두고 그 동안 쌍방이 무수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 더 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한 두 나라 왕은 날을 정해 만났다. 그리고 서로 혈통을 조사해 보아서 더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쪽이 분쟁이 심한 그 땅을 차지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혈통을 따져보니, 한쪽 왕은 과거에 유태인을 모두 죽여 없애려 하였던 페르시아의 총리대신 하만의 자손임이 밝혀졌다.
몰랐던 자신의 혈통이 밝혀지자 그 왕은 선조 하만처럼 유태인을 탄압하려 들었다. 그는 유태인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새로운 법률을 만들었다. 그 법률이란 이런 것이었다.
'이 나라 안의 유태인들은 최단시일 내에 돈 십만 냥을 왕에게 바쳐야 한다.
만일 그렇게 안하면 모르데파이라는 사내를 교수형에 처하고 말겠다.'
이 법률이 선포되자 유태인들은 모두 금식에 들어갔고, 이곳 저곳의 현자들에게 사자를 보내어 그들을 위해서 기도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 중의 한 현자가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이러이러한 고을에 가보게. 거기 가서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에서 옷을 깁고 있는 사내를 찾게. 그 남자에게 나의 이름을 말하고 도움을 청해보게."
유태인들은 그 현자가 가르쳐주는 고을로 갔다. 그리고는 성문 밖에서 가난에 찌들 린 집을 발견하고는 그 주인을 만나 유태인들이 탄압 받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 가난한 집의 주인 남자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들을 도와줄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오. 당신들이 보듯이 나는 옷이나 꿰메주는 가난한 바느질장이에 불과합니다."
사자는 현자의 이름을 말하고 다시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가난한 남자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알았소. 아무 걱정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 보시오."
얼마 후, 유태인을 핍박하던 그 나라 왕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왕에게는 아침에는 누구라도 자신의 방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떠보니 방안에 유태인인 듯한 사내가 누더기를 입고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넌 누구냐? 감히 내 명령을 어기고 내 방에 들어와 있다니!"
왕은 매우 화를 내며 그를 죽이려고 칼을 빼어 들었다.
그 순간, 왕은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혀 하늘 높이 끌어 올려졌다. 그리고는 허공을 날아서 성에서 백 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어떤 무덤 속에 갇혀 버렸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는 무덤 속에서 왕은 하루종일 소리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저녁 무렵, 벽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어깨에 자루를 둘러멘 거지가 나타났다. 그는 자루 하나에서 빵을 꺼내더니 왕에게 주었다. 그 다음날도 똑같은 시간에 거지가 와서 빵을 주고는 갔다. 그러기를 어언 일주일.팔 일째 되는 날, 왕은 빵을 주러 온 거지에게 말했다.
"무덤 속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일을 하는 편이 오히려 낫겠소. 그러나 날 제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시오."
그러자 거지는 왕을 어느 숲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왕은 바라던 대로 실컷 일을 하게 되었다. 집을 짓는데 필요한 판자를 만드는 것이 왕이 맡은 일이었다. 그 일이 모두 끝나자 다음엔 더욱 힘든 일을 했다.
이렇게 왕이 여러 가지 일을 바꿔가면서 열심히 하는 사이에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어느 날, 그 거지가 찾아와서는 왕에게 일렀다.
"이러이러한 고을로 가거라. 그곳에는 왕이 죽고 없으니 네가 가서 왕이 되겠다고 말하여라. 그러면 모든 백성들이 너를 왕으로 받들 것이다. 단, 한 가지 꼭 지켜주어야 할 것이 있다. 그곳에 가려면 '유태인에 대한 어떠한 차별 규정도 폐지한다'라고 선언하여야만 한다."
왕은 거지의 말에 쾌히 승낙하고 그것을 약속하는 문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문서를 거지에게 주고는 거지가 일러준 나라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그는 큰 환영을 받고 왕으로 받들어졌다. 왕으로 취임한 그는 숲속에서 고생하였던 일을 거울삼아, 백성들을 편안하게 다스리려 애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성밖으로 나왔다가 자신이 과거에 다스렸던 나라와 비슷한 곳에 오게 되었다. 샅샅이 살펴보니 자신이 왕으로 있던 그 나라가 틀림없었다. 멀리 자기가 살던 성도 보였다.
그는 급히 말을 몰아 성안으로 들어갔다. 자기가 쓰던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방은 자신이 떠나기 전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자신이 떠나던 날 아침에 자기 방에 들어와 있던 낡은 옷차림의 유대인까지도 똑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그전의 유태인은 빈손이었는데 지금 보이는 유태인의 손에는 유태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차별 규정도 폐지하겠다고 왕이 맹세한 문서가 쥐어져 있었다.
왕의 직인이 찍힌 문서가 있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된 왕은 유태인에게 내렸던 탄압 법을 철폐시키라고 명령했다.
왕이 수년간이라고 생각했던 그 동안의 일들이 사실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 기묘한 사내는 왕을 그 동안 시간이 없는 세계로 데려갔기 때문에 왕이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의 요정과 한 결혼 약속
어느 마을에 결혼한 지 꽤 오래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는 그 동안 아들 여섯을 낳았으나 모두가 태어난 지 일주일만에 죽고 말았다.
아내는 또 일곱 번째 아들을 낳았다. 남편은 그 아이의 생명마저도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이를 걱정해 주던 친구 하나가 저 멀리 있는 숲속에 훌륭한 현자가 살고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가 보라고 일러주었다.
친구의 말에 남편은 곧장 그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현자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다행히도 남편은 아주 깊은 산 속에서 현자라고 짐작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남편은 급히 뛰어가 현자 앞에 엎드리며 호소했다.
"제 몸에 악마가 붙었는지 낳는 아이마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이제 제 아내가 또 한 아이를 낳았는데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입니다."
그 말을 들은 현자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다.
"혹시 자네는 젊은 시절에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약속한 적이 없었는가?"
"결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잘 생각해 보라. 그냥 무심코 했을지도 모르니...."
사내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해 여름 냇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은 날이 너무 더워서 냇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물가 주위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는데 그는 장난 삼아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잡초에 끼운 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모세와 이스라엘의 율법을 쫓아 결혼을 약속하노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반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러 사내는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내는 현자에게 그때의 일을 얘기했다.
그러자 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 잡초 속에 물의 요정이 숨어 있었던 거요. 그대는 반지를 끼워줌으로써 그 요정과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것이지. 이제 그 요정이 그대의 아들들에게 복수를 하는 거요."
"그러나 저는 그냥 장난으로 했던 것입니다. 절대로 진심이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물의 요정에게 그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진 모양이오."
"현자님, 저의 아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현자님의 높은 지혜를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가서 이혼장을 쓰게. 그리고 그것을 물의 요정이 살고 있는 냇가로 가지고 가서 물 속에 던지게. 던지면서 큰 소리로 세 번 '랍비의 명령이다. 이 편지를 받으라'고 소리치게."
사내는 현자가 시키는 대로 행했다. 이혼장을 물 속에 던지고 현자가 일러준 문구를 외치자, 물 속에서 손이 나와 그 편지를 움켜잡는 것이 보였다.
사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과연 아내와 아이는 무사히 살아 있었다. 그는 일곱째 아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고 지혜를 가르쳐 준 현자께 감사를 드렸다.
달콤한 과일에는 그만큼 벌레도 많이 붙고,
여자가 많으면 잔소리도 많고,
하녀가 많으면 그만큼 풍기는 문란해지고,
남자 하인이 많으면 집의 물건도 많이 도둑맞고,
스승보다 깊이 배우면 인생은 보다 풍요해지고,
사람을 만나 유익한 이야기를 들으면 좋은 길이 열리고,
자선을 보다 많이 베풀면 빨리 평화가 찾아온다.--탈무드--


되찾은 지갑
어떤 상인 한 사람이 도시에 찾아왔다.
며칠 뒤에 바겐 세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는 물건 사는 것을 며칠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현금을 갖고 있었으므로 다니기에 불편을 느꼈다.
그래서 조용한 장소에 가 그는 자기가 지닌 돈을 몽땅 땅에 파묻었다. 이튿날 그곳에 가보니 돈이 없어져 버렸다.
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으나, 자기가 파묻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째서 돈이 없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한 태의 집이 있고 그 집 벽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가 돈을 파묻고 있는 것을 구멍으로 통해 보고 있다가, 나중에 파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집에 가서 거기에 살고 있는 늙은 영감을 만나서 물어보았다.
"당신은 도시에 살고 있으므로 시골에 사는 나보다 현명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지혜를 빌릴 일이 있습니다. 실은 나는 이 도시에 물건을 장만하러 왔습니다만, 지갑을 두개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5백 개의 은화가 들어 있고 또 하나의 지갑에는 8백 개의 금화가 들어있습니다. 나는 작은 쪽 지갑을 아무도 몰래 어떤 곳에 파묻었습니다. 이제 큰 지갑도 같은 곳에 파묻는 것이 좋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까요?"
늙은 영감이 대답했다.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아무도 믿지 않겠습니다. 앞의 작은 지갑을 파묻은 장소에 큰 지갑을 파묻겠습니다."
욕심쟁이 영감은 장사꾼이 집에서 나가자 자기가 훔쳐 온 지갑을 전에 파묻었던 곳에 도로 갖다 묻었다. 장사꾼은 그것을 숨어 지켜보고 있다가 파내어 무사히 자기 지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 번민, 말다툼, 텅 빈 지갑.
이 중에서도 가장 크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텅 빈 지갑이다.--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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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알렉산더 대왕과 지하세계


알렉산더 탄생의 비밀
이집트의 왕 넥타네보스는 마술과 점성술에 능통한 왕이었다. 그는 페르시아의 왕 알탁크세스가 이집트에 쳐들어오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마케도니아로 몸을 피하였다.
그가 마케도니아에 가서 신분을 숨기고 여기 저기 유랑한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그가 어떤 인물이며 어디 출신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마케도니아의 왕 필립은 인접국가와 분쟁이 있어 전쟁터로 떠나게 되었다. 왕이 떠났다는 말은 듣고 넥타네보스는 왕비 네비라스의 문안을 구실로 궁중에 들어갔다. 왕비를 만나게 된 넥타네보스는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왕비의 손에 입을 맞추며 말하였다.
"마케도니아의 여왕이시여, 하나님의 가호가 깃들이기를 비옵나이다."
"이름 높은 현자님께도 하나님의 자비가 있으시기를."
왕비와 넥타네보스는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현자님, 당신의 지혜로움으로 봐서 당신은 이집트 사람이 틀림없는 것 같군요."
"맞습니다. 저는 이집트 사람입니다. 우리 백성들은 지혜롭고 재주가 많지요.
우리 백성들은 꿈을 해몽하는 비법을 알고 있는데, 저도 그 비법을 익힌 바 있어 미래를 약간은 내다볼 수 있답니다."
왕비에게 마음을 뺏긴 넥타네보스는 여왕의 얼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말을 했다.
"현자께서는 나의 얼굴을 왜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나요?"
"왕비님의 얼굴을 뵈니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시가 생각나서 그럽니다."
"계시라니요, 저랑 관계가 된 거시었나요?"
"물론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언젠가 고귀한 분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몸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왕비 님이야말로 바로 그 고귀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넥타네보스는 품에서 가장 아름답게 장식이 된 돌 하나를 꺼내었다. 그 돌에는 문양이 새겨진 3개의 커다란 진주가 달려 있었다.
첫 번째 진주에는 12개의 궁이 조각되어 있었고, 두 번째에는 7개의 유성의 모양이, 그리고 세 번째에는 천체의 여러 가지 별자리가 조각되어 있었다. 이 3개의 진주를 살펴보면 여러 나라의 운명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 이 돌의 네 귀퉁이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살핌으로써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돌을 보고 왕비 네비라스가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이 돌이 그렇게 신기한 것이란 말이죠. 그렇다면 나의 남편인 필립 왕의 생년월일을 알아맞힐 수 있겠어요? 만일 현자님이 그걸 맞춘다면 그 돌의 위력과 현자님의 신비스런 능력을 믿기로 하겠습니다."
점성술에 능한 넥타네보스는 쉽게 필립 왕의 생년월일을 맞혔다.
"무엇이든 물으시지요? 여왕님께서 궁금하게 생각하시는 모든 것을 알려드리죠."
"왕이 이번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나를 왕비자리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어떤가요?"
"그 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년 후에 대왕님이 왕비님을 멀리하시는 일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뿐 여왕님에게 다시 돌아오실 것입니다."
"현자님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놓이는군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만일 대왕님이 나를 멀리하시는 그때가 되면 부디 내 곁에서 도와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왕비님. 왕비님이 그 위대한 신에게 몸을 맡기신 가면 그 신께서는 기꺼이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그 신은 왕비님이 고통에 빠져 있을 때는 언제든지 구원을 베푸실 것입니다."
"위대한 신? 그 신이 누구시죠?"
"그 신은 '아몬'이라고 불리는데 아주 강하고 위대하신 신이죠. 그 분을 믿고 섬기면 누구에게나 도움과 구원을 주십니다."
"그분이 나타나셨을 때 제가 어떻게 알아보나요? 제가 알아볼 수 있도록 그분에 대해 상세히 말씀해 주세요."
"그분은 중년의 남자 모습을 하고 계시죠. 이마에는 뿔이 있고, 얼굴엔 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이 신은 왕비님께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섬기실 것을 바라고 있으며, 왕비님과 몸을 합할 것을 원하고 있으십니다."
"현자님의 말씀이 모두 틀림없다면, 난 그 아몬신을 몸과 마음을 다해 바쳐 모시고 따르겠습니다."
왕비와 헤어져 나온 넥타네보스는 혼자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풀과 나무뿌리들을 모아 왕비를 향해 마법을 부렸다.
그 다음날 왕비는 사자를 보내어 넥타네보스를 성으로 불렀다. 왕비는 입궁하는 그를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현자님이 했던 말이 틀림없군요. 어젯밤 아몬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대에게 나의 종을 보내노라. 그 사람은 그대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도와줄 것이니라'라고요."
"그러셨군요. 왕비님이 하시는 말씀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비님, 오늘밤에 성안에서 제가 머무를 수 있도록 방을 하나 준비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제가 오늘 그 꿈의 의미를 왕비님의 눈으로 직접 보시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몬신은 뱀의 모습을 하고 왕비님 앞에 나서실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실 것인데, 그 모습은 저의 모습과 비슷할 것입니다."
"그래요. 오늘밤 현자님은 이 성안에 머무시도록 하십시오. 아무 방에서나 들어가서 쉬십시오. 현자님 하시는 말들이 모두 정말이라면 당신은 이제 태어나게 될지도 모르는 나의 아이의 스승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성에 머무르게 된 넥타네보스는 그날 밤 한 마리의 뱀으로 변신했다.
그리고는 왕비의 침실로 스며들어가 침대 가까이 갔다. 뱀은 이윽고 사람의 형태로 변해서는 왕비와 몸을 합했다. 그리고 왕비와 헤어지면서 말했다.
"그대는 사내아이를 잉태하게 될 것이니라. 그 아이는 강하고 위대하며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울 것이다."
그날 이후, 넥타네보스는 성을 나왔다. 얼마 후에 왕비는 뱃속에서 태아가 태동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왕비는 즉시 넥타네보스를 불러들여 아이를 가진 사실을 이야기하고, 남편인 필립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해 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몬신이 필립 왕의 마음을 움직여 왕비님에게 향하도록 도와주실 테니까요."
넥타네보스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 풀과 나무뿌리를 모았다. 그리고는 어떤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술을 부려 필립 왕의 꿈속에 나타나도록 했다.
그때 필립은 전쟁터 막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을 꾸게 되었다.
아몬신이 아내 네비라스와 자고 나서 왕비의 몸 깊은 곳에 자물쇠를 잠그는데 그 자물쇠에는 칼을 품은 뱀이 새겨져 있는 그런 꿈이었다.
꿈을 꾸고 난 필립 왕은 그 해괴함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래서 해몽가를 불러 그 꿈의 풀이를 부탁했다.
"머지않아 왕비님은 신령이 깃든 아드님을 낳으실 것같습니다. 그 왕자님은 뱀처럼 지혜로우면서 사자와 같이 강합니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는 모든 나라를 정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 꿈을 꾸고 난 뒤, 필립은 오래 끌던 그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어디선가 무서운 뱀이 나타나서 적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후퇴하게 했던 것이었다.
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필립 왕은 마케도니아로 돌아왔다. 그의 입성을 아름다운 왕비 네비라스가 달려가 맞아주었다. 왕은 왕비를 얼싸안고 입을 맞추었다.
"당신은 아무 죄도 짓지 않았소. 그대는 신을 몸과 마음을 바쳐 섬겨 마케도니아의 승리를 도왔소. 신은 당신의 몸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나에게 꿈을 통해 알려주셨소. 나는 그대의 행동을 티끌만큼도 탓하지 않소."
필립 왕은 얼마 후, 왕비의 잉태와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를 열었다. 모든 신하가 모인 연회장에 갑자기 한 마리의 뱀이 나타나서는 머리를 여왕의 무릎에 올려 놓더니, 다음엔 왕비에게 입을 맞추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신하들은 놀랐으나 왕은 하늘을 우러르며 소리쳤다.
"저 뱀은 전쟁터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바로 그 뱀임이 틀림없다. 적군의 병사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공포에 질려 도망을 치는 걸 보았다. 나는 몹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바로 이 뱀이 나타나 나를 겨누는 적군들을 물리쳐 주었던 것이다."
뱀이 스르르 물러가자 왕은 제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왕의 무릎에 앉았다. 그리고는 거기에 알을 낳고는 날아가 버렸다.
알은 떼구르르 굴러서는 바닥에 부딪쳐 깨어졌다. 그러자 껍질을 헤치고 작은 뱀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그 뱀은 바닥을 조금 기다가 다시 껍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미처 거기까지 닿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상한 광경에 넋을 잃은 필립 왕은 현자와 예언자들을 불러서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해석해 달라고 했다.
"이번에 태어나실 왕자님은 사해를 지배하시어, 모든 나라를 복속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오시려 할 때, 채 닿지 못하고 죽음을 당하실 것입니다."
예언자들의 해석을 들은 뒤 왕비 네비라스는 해산을 하게 되었다. 왕비는 넥타네보스를 부르도록 했다.
넥타네보스는 시녀들에게 명령하여 아이를 낳는 마지막 순간까지 왕비가 몸을 세우고 있을 수 있도록 도우라고 했다.
왕비가 고통을 참으며 서 있는 동안, 태양은 그 찬란한 빛을 잃어버리고 어둠만이 온 세상을 휩싸버렸다. 마침내 왕비가 몸을 눕히자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내며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순간, 땅이 진동하고 천둥과 번개가 몰아쳤다.
왕은 사내아이의 탄생을 연락 받고는 왕비가 누워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지금까지 이 아이가 나의 친자가 아니어서 혹시 내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을 적지 않게 했소. 그런데 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위대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여러 번 본 지금 나는 이 아이가 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믿게 되었소. 나는 이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 것이오. 그리고 이 아이의 이름은 '알렉산더'가 될 것이오."
왕은 왕비를 위로하고는 시녀들에게 정성껏 왕비를 받들라고 명했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다. 이것은 듣는 쪽은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탈무드--


내 자식에게 죽음을 당하리라
왕자 알렉산더는 커가면서 비범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외모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닮지 않았다. 눈은 매우 컸는데 한쪽은 푸른 눈이었고 또 한쪽은 검은 눈이었다. 머리카락은 마치 사자의 갈기 같았고 이빨도 크고 가지런했다. 그가 입을 열면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알렉산더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학문을 익히기 시작했는데 두뇌가 명석하여 학문과 도덕의 가르침에 누구보다도 이해가 빨랐다. 무술과 승마에도 능하여 아무리 사나운 마이라도 그가 타면 순해졌고, 용기 또한 누구에게 지지 않았다.
알렉산더의 비범함을 사랑하면서도 그가 자신의 친자가 아님에 착잡한 필립 왕은 가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왕비는 필립 왕의 이런 마음을 읽고는 혹시 남편의 마음이 자기로부터 멀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넥타네보스를 불러 왕의 마음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대왕께서는 심기가 편치 않긴 하지만, 왕비님에 대한 애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아직도 왕비님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넥타네보스와 왕비가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알렉산더는 조용한 기회에 스승인 넥타네보스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선 사람의 마음속을 읽는 능력을 가지셨더군요. 어떻게 그런 비법을 익히게 되셨는지요?"
"천문학을 익혀서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하면 그런 일이 가능하게 되지요."
"스승님, 저도 그런 비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여태까지 스승님이 가르쳐 주신 지혜들도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됩니다. 저에게도 좀 가르쳐 주십시오."
"이 지혜의 비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면 고요한 숲속에 들어가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됩니다."
"스승님께서는 그 지혜를 가지고 자신이 죽을 날을 미리 알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저는 머지 않아 죽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저의 피를 이어받은 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들으니 더욱 그 지혜를 배우고 싶어집니다. 숲으로 들어가 천체를 관찰한다고 하셨죠? 스승님, 저를 언제 숲으로 데리고 가시렵니까?"
그로부터 며칠 후, 넥타네보스와 알렉산더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도시를 두르고 있는 성벽 밖의 구덩이까지 갔다.
스승은 제자에게 별자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저것이 토성입니다. 빛이 희미하죠? 그 옆에 환히 빛나고 있는 별이 목성과 금성입니다."
넥타네보스는 보다 상세히 그르쳐 주기 위해 알렉산더의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넥타네보스가 별들의 움직임을 보며 왕자에게 그 비법을 가르쳐 주려는 찰나, 왕자는 스승을 밀어 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지옥으로 가라! 부왕의 비밀을 누설하는 놈은 죽임을 당해도 싸다."
"알렉산더, 나는 네가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었다. 너는 나의 피를 이어받은 나의 아들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너의 아들이라고? 그렇다고 거기서 꺼내주리라 생각하느냐!"
"너는 분명히 나의 아들이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더욱 화가 나서 넥타네보스의 얼굴을 향해 돌을 던졌다.
그래서 넥타네보스는 구덩이 안에서 돌을 맞아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잠시 후, 알렉산더는 스승을 죽인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알렉산더는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 넥타네보스의 시체를 둘러메고 나와 성으로 돌아왔다.
"아니, 이게 웬일이냐?"
"스승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네가 그랬느냐? 너는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스승에게 이런 흉악한 짓을 하였느냐! 그분은 너에게 지혜를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냐?"
"나쁜 것은 바로 어머니이십니다. 어머니의 심약하고 일관성 없는 마음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왕비 네비라스는 넥타네보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유해를 성안에다 후하게 장사를 지내 주었다.


비밀에 싸인 성
필립 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는 처음으로 출전준비를 갖추었다.
군대를 모으고 전차를 수없이 만든 뒤, 병사들의 선두에 서서 진군을 하였다.
오랫동안의 밀림속 행군이 끝나고 막 쉬려고 하던 때에, 높다란 산 위에 우뚝 서 있는 화려한 성이 눈앞에 보였다.
"누가 나와 함께 저 산에 올라가겠는가?"
용감한 2백 명의 군사가 왕을 따르겠다고 나섰다. 알렉산더와 병사들은 산을 기어올라, 드디어 거대한 성문 앞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한 노인이 기다리고 서 있다가 알렉산더를 보자 팔을 벌리며 껴안으려 했다. 신하들이 그것을 제지하자 노인은 크게 호통을 쳤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가 주인으로 받드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인사드리지 못하게 하는 거냐!"
"아니, 노인은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난 이 성에 처음 왔는데."
"이 성벽에는 대왕의 이름과 그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성의 성지기로 있으면서 대왕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그러자 알렉산더의 부하들이 말했다.
"이렇게 큰 성을 노인 혼자 지키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뭔가 의심스러운 게 있습니다. 대왕님, 조심하십시오."
알렉산더를 모시는 신하들은 노인을 자꾸 의심하려 들었다.
"나는 단지 대왕님을 섬기는 마음만을 갖고 있을 뿐이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나도 화를 낼 것이오."
"한갓 힘없는 노인인 주제에 뭘 믿고 큰 소리를 치느냐? 너는 혼자뿐이고 우리는 이렇게 수가 많은데."
"대왕을 섬기는 마음이 나를 억누르지 않았다면 너희들쯤은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하들과 노인 사이의 말다툼이 그치지 않자 알렉산더가 한마디했다.
"그럼 좋다. 네 힘을 한번 보여주도록 해봐라."
성지기 노인은 왕이 그렇게 말하자, 가슴을 쭉 펴고 사자처럼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병사들은 모두 땅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알렉산더까지도 넘어지고 말았다.
"이제 저를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시다면 저와 함께 이 성안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성안을 안내하겠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노인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첫째 방은 천장이 높고 매우 넓었다. 방의 사면은 온통 붉은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45개의 창이 나 있었다. 창 안쪽에는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있고 가장 높이 있는 창에는 늙은 흑인이 걸터앉아 있었다.
대왕이 방안으로 들어가자 그 흑인은 부채로 새들을 향해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상스럽게도 지저귀던 새들이 노래하기를 멈추는 것이었다.
왕과 노인은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녹색의 유리로 되어 있었고, 온갖 동물들이 모여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었다.
담이 큰 알렉산더마저 아연실색케 하는 해괴한 모양의 동물들도 있었다.
"무얼 놀라십니까. 저것보다 기이한 것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노인은 그 방에서 나가더니 풀 한 포기가 담긴 사기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머리는 새를 닮고 다리는 사자를 닮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이 하나도 없이 매끈매끈한 짐승을 하나 집어냈다. 그 짐승은 눈이 무척 컸으며 이빨도 또한 놀랄 만큼 길었다.
노인은 그 짐승의 입을 벌리고 그 속에다 가져온 풀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짐승의 입속에서 더욱 해괴한 동물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온 몸에 털복숭이인데 인간의 말을 하고 이빨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노인은 알렉산더에게 설명을 했다.
"이 짐승의 털은 전쟁에서 승리를 약속한답니다. 이 털을 한 올만 몸에 지니고 있어도 적은 맥을 못 추고 굴복하게 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소, 노인장. 허풍이 심하군."
"저의 말은 진실입니다. 저의 말을 비웃다가는 비참한 일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알렉산더는 노인이 기분이 상한 것을 보고 용서를 구했다.
"내가 무례한 말을 했다면 용서를 하시오. 내가 믿어지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목격하다 보니...."
"대왕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저도 더이상 말 않겠습니다. 앞으로 그런 말은 말아 주십시오."
"또 다른 방을 구경시켜 주지 않겠는가?"
"그러시지요. 그럼, 나가시죠."
노인은 왕을 다른 방으로 안내하였다. 그 방은 온통 붉은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었으며, 여러 가지 향료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냄새가 알렉산더의 코에 닿자 몸안으로부터 기운이 솟아났다. 주위엔 온갖 보물들이 제각기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보물들 사이에 왕의 무덤처럼 보이는 녹색 대리석이 알렉산더의 눈에 띄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저 돌 아래에는 알티메네스 왕께서 잠들어 계십니다. 그 유해는 눈을 감은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생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알티메네스 왕은 언제 이 무덤에 묻혔는지 노인은 아는가?"
"비문에 새겨 있는 것을 보면 285년 전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데요."
"괜찮다면, 향유를 바른 왕의 유체를 보여주지 않겠소? 과연 그대의 말대로 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러오."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어젯밤 여자와 함께 지내셨다면 유체에 손을 대는 것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지기는 무덤 위에 놓인 녹색 대리석을 치우고는 죽은 자를 덮고 있는 천을 벗겨냈다. 이윽고 알티메네스 왕의 유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알렉산더 대왕과 신하들은 생생한 그 모습에 모두 놀랐다.
"한번 만져보고 싶군."
"삼가하십시오."
노인이 주의시키는 말을 무시하고 알렉산더는 유체에 손을 대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전날 밤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었다. 그래서 일까, 왕은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얼굴에선 식은땀이 뻘뻘 나면서 얼굴 색이 변해 버렸다. 신하들은 모두 겁에 질려 노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왕을 구해 주십시오. 대왕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큰일입니다. "
"그러기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거늘."
"내리시는 분부를 모두 따르겠으니, 제발 좀...."
"왕을 구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지."
노인은 검은 뿔피리를 불어 붙은 석탄 속에 넣었다가 꺼내 알렉산더의 이마에 대었다. 왕은 곧 몸을 일으켰으나 한 마디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왕이 깨어난 기쁨은 잠시뿐이고 신하들은 다시 걱정에 싸였다. 노인은 풀 한 포기를 꺼내어서는 왕의 왼쪽 귀에 대고 문질렀다. 그러자 왕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왜 왕의 유체에 손을 대셨습니까? 제가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노인의 말을 무시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알렉산더는 그 다음부터는 순순히 노인의 말에 따랐다.
성지기 노인은 고분고분해진 알렉산더 대왕과 신하들을 성의 이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키고는 무사히 돌아가도록 했다.


알렉산더를 구해준 노인
전쟁터마다 승승장구하던 알렉산더였지만, 포악하고 용맹스러운 야만일 들을 만나 패하여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숲속을 헤치며 도망을 다니다가 뒤돌아보니,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은 하나도 없는 홀홀 단신이 아닌가. 알렉산더는 부하들을 찾아보려다가 포기하고, 지독한 한낮의 더위와 매운 한밤의 추위에 시달리며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다.
정처 없이 헤맨 것이 벌써 아홉 달이 되어갈 무렵, 밀림 속에서 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추위와 더위와 굶주림으로 지칠 대로 지친 왕은 싸울 힘도 없어 사자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자는 어느 틈에 쫓아와서는 알렉산더의 옷소매를 물었다. 그리고 나서는 놀라는 알렉산더의 발아래 엎드렸다. 말 못하는 짐승이었지만 올라타라는 몸짓이었다. 왕이 그 위에 올라타자 사자는 쏜살같이 달려 어느 동굴에 이르렀다. 동굴 속에는 노인 한 사람이 정좌를 하고 있었다.
대왕은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그 노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아니, 당신은 알렉산더 대왕님이 아니십니까?"
왕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를 아는가?"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무렵에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어 버렸을 때 말입니다."
"그랬나?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여기는 도대체 어디쯤 되는 곳인가?"
"저의 이름을 들어 무엇하시겠습니까? 저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나이다. 그러나 만일, 대왕께서 유태인에게 더이상 어떤 해도 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신다면 대왕님을 군사들이 있는 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노인은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섯 달 정도 지났을까.
알렉산더는 병사들이 주둔해 있는 곳에 닿게 되었다.
병사들은 왕의 모습을 보자 무척 기뻐하며 반겼다.
왕은 부하들에게 그 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그리고는 서기 메나헴으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하게 했다. 그러다 문득 안내해준 노인이 생각났다.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 준 노인은 어디에 있느냐?"
모든 병사들이 동원되어 그 노인을 찾았으나,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왕은 몹시 안타까워하며 마을이라는 마을을 모두 이잡듯이 찾아보라고 명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노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대왕의 정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스라엘에 왔을 때의 일이다.
유태인이 대왕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우리들이 갖고 잇는 금과 은을 갖고 싶으신 가요?"
대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금과 은은 많이 갖고 있으므로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단지 당신들과 관습과 당신들에게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달라."
대왕이 머물고 있는 동안, 두 사나이가 상담차 랍비에게 찾아왔다. 그 내용은 둘 중 한 사나이가 또 다른 사나이에게서 쓰레기더미를 샀는데, 그것을 산 사나이가 쓰레기 속에 아주 비싼 금화가 섞인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이 쓰레기만을 샀을 뿐 금화의 값까지 지불하지 않았다"고 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자 판 사나이는 "내가 당신에게 판 것은 쓰레기더미 전부이므로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건 모두 당신 것이오"라고 말했다.
랍비는 결국 이렇게 판정을 내렸다.
"당신에게는 딸이 있고 또 당신에게는 아들이 있으니 그렇다면 두 사람을 결혼시켜서 그 두 사람에게 그 금화를 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그 뒤 랍비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물었다.
"대왕님! 당신 나라에서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판결을 내립니까?"
대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내가 금화를 갖는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정의다."
돈이나 물건은 주는 것보다도 빌려주는 편이 낫다. 거저 얻으면, 얻은 쪽은 준 사람보다 아래에 있지 않으면 안 되지만, 빌려주고 빈다면 대등한 입장이 있다.--탈무드--


패전국 최후의 왕족
먼 원정길에 나서면서 알렉산더는 시종에서 명하여 자신의 초상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초상이 대령되자 그것을 앞에 두고, 알렉산더는 그 초상으로부터 동서남북 사방으로 사통오달이 되는 곳에 이르기까지 이 원정을 결코 중지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리고 나서 길을 떠났다.
큰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사막을 지나기를 여러 달, 알렉산더가 이끄는 원정군은 높이가 15미터나 되는 거대한 문 앞에 이르게 되었다. 그 문에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이런 뜻이었다.
'온 세상의 문이란 문은 모두 활짝 열고 위대한 왕을 영접하노라'
알렉산더 대왕이 군세를 다시 정비하고 앞으로 진군을 하니 그 거대하고 육중한 문이 저절로 열리고 높은 산이 나타났다. 그 산은 높을 뿐만 아니라 험준하기 이를 데 없어 알렉산더의 군대는 많은 고생을 하였다.
6개월을 산 속에서 고생을 하고 나니 평지가 나타났다. 그 평지 끝에는 안 보일 정도로 거대한 성문이 있었다. 이 문에도 역시 크고 아름다운 문자로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신의 문이므로 진실된 자만 들어올 수 있다'
"이 문을 지키는 자는 누구인가?"
알렉산더의 큰 목소리가 울리자, 그에 대답하여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에덴동산으로 통하는 문이니라.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다."
그날 밤, 알렉산더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문지기를 향하여 소리 높여 외쳤다.
"여기에 공물을 바치노라. 이제 내가 앞으로 나아가도 되는가?"
문지기는 작은 상자를 들고 나왔다. 상자 안에는 인간의 눈알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알렉산더는 그 상자를 받으려 했으나 상자가 굉장히 무거워서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이것은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이렇게 무거운가?"
"보시다시피 인간의 눈이지요."
"무슨 의미인가?"
"대왕의 눈이 재물에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며, 대왕의 몸과 마음이 결코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이다지 무거운가? 이것을 들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위에 흙을 조금 올려놓으면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욕망은 흙으로 다시 돌아가야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알렉산더가 흙을 집어 상자 위에 올려놓자 상자는 가뿐하게 들렸다.
알렉산더는 그 상자를 에덴 동산의 기념물로 소중히 보관했다.
원정 도중, 알렉산더 군대는 어떤 작은 나라를 정복하게 되었다. 그 나라의 지배자 일족은 모두 살해되고 단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마지막 생존자인 그 왕족을 끌고 오도록 명했다. 그 사람은 좀 별난 사람으로 묘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대는 어찌해서 묘지에서 사는고?"
"예, 저는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조들의 뼈와 저희들의 뼈를 따로 따로 추려 구별을 해놓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잘 안되는군요. 사람이 죽어 뼈상태가 되면 구별이 안되기 때문이죠."
"그대는 나의 수하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그대가 그렇게 한다면, 지난날에 그대가 누렸던 권세를 내가 돌려주지."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밖에 원하는 게 또 있는가? 내가 이루어 주지."
"제가 바라는 것은 죽음이 없는 삶, 늙지 않는 젊음, 마르지 않는 재물, 슬픔을 모르는 기쁨, 영원한 건강입니다."
그 사람의 원하는 바를 들은 대왕은 한마디했다.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 보네."
패전국 최후의 왕족은 왕 앞을 물러 나왔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의 크나큰 욕망을 치유하는 방법은 그가 흙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으므로.


구름 속 여행, 바다 밑 여행
항상 모험심에 불타는 알렉산더는 어느 날 신하에게 크고 힘센 독수리 네 마리를 잡아오도록 시켰다. 이윽고 독수리가 준비되자 왕은 그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일렀다.
독수리가 굶은 지 사흘째 되는 날, 알렉산더는 커다란 널빤지를 독수리 다리에 잡아매고 그 위에 올라탔다. 널빤지 위에는 장대를 세워 놓았는데 장대 밑에는 먹음직스러운 날고기가 달려 있었다.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독수리들은 날고기를 보자 그것을 먹으려고 날개를 펄럭였다. 독수리의 날갯짓이 심해질수록 그 다리에 매달린 널빤지는 점점 공중으로 솟기 시작했다.
독수리가 끄는 널빤지는 차츰차츰 높이 올라가 마침내 구름이 있는 곳까지 닿게 되었다. 그곳의 광경은 볼 만했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히 판자에 세웠던 장대를 판자 아래쪽에 매달았다. 그러자 독수리들은 아래에 매달려 있는 고기를 먹으려고 아래로 아래로 날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알렉산더는 하늘 구경을 무사히 마치고 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후에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하였다.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을 때, 나는 우주를 보았도다. 대지는 마치 큰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산처럼 보였다."
어느 날, 왕은 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신하들에게 말했다.
"속이 텅 빈 커다란 유리공을 만들어라. 이번엔 유리공을 타고 바다 밑으로 깊이 가라앉아, 바다속 구경을 하고 싶도다."
유리공이 만들어지자 알렉산더는 빛을 발하는 돌과 살아있는 수탉과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바닷속으로 들어간 후, 반 년 정도 지나서 다시 나오겠다. 만일 1년이 지나도 물 속에서 떠오르지 않으면 너희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알렉산더의 산하들은 왕이 탄 유리 공을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 공을 타고 바다 밑바닥에 닿은 알렉산더는 바닷속에 살고 있는 많은 식물과 생물들을 구경하였다.
그러나 처음의 신기한 느낌도 잠깐, 3개월 정도 지나니 더 이상 머무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가져온 수탉을 죽여 그 피를 바닷속에 퍼지게 했다. 바닷물이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물들자, 그것을 보고 신하들은 서둘러 왕을 태웠던 유리 공을 끌어냈다.
왕은 이번에도 역시 무사히 바다 밑 구경을 했던 것이다.


신도시 알렉산드리아
사해를 정벌하는 등 꽤 많은 업적을 세운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하여, 새 도시를 건설하고 그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공사를 시작했는데, 기둥을 세운 지 얼마 안되어 많은 수의 새들이 날아와서는 기둥에다 둥지를 짓는 것이었다.
그런가 했더니, 얼마 안 지나 이번엔 다른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기둥에 둥지를 짓고 사는 새들을 몽땅 잡아먹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알렉산더 대왕은 과연 이것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모르지만 왠지 불길한 생각이 되었다.
"공사를 중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저건 흉조임이 틀림없어. 이 도시가 언젠가 적군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말지 어떻게 알겠나. 그렇다면 힘들여 건설해 보았자 헛일이 아닌가."
알렉산더는 이집트의 현자와 사제들 그리고 점성술사를 불러 그 광경들을 설명해 주고 풀이를 부탁했다.
"이번에 있은 일로 상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왕님, 그것은 흉조가 아니라 길조입니다. 대왕님의 이름을 붙인 이 도시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상공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부와 영광이 함께 하리라는 징조로 생각되옵니다."
그들의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다시 용기를 얻어 새 도시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거대한 새 도시를 이루니 그것이 바로 '알렉산드리아'이다.
도시가 완성되자, 알렉산더는 이집트의 현자들을 모아놓고 예언자 예레미아의 묘를 찾도록 명령했다.
그리고는 후세에까지 오래도록 뱀과 벼룩 같은 벌레들 그리고 맹수로부터 새 도시가 해를 입지 않도록 그 예언자의 뼈를 새 도시의 네 귀퉁이에 묻도록 지시하였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맹수와 해충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칼을 갖고 있는 자는 책을 갖고 설 수 없다. 책을 갖고 서 있는 사람은 칼을 갖고 설 수 없다.--탈무드--


금지된 유태의식
요하이의 아들 시몬이 있을 무렵 유태인들에게 세 가지 엄한 포고가 내려졌다.
첫째, 유태인들은 안식일을 지키지 말 것.
둘째, 유태 남자는 유태 특유의 예식을 금지시킬 것.
셋째, 여자들에게는 정숙을 지키는 것을 금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 무렵, 로마에 살고 있는 유태인 중에 루벤이라 불리는 노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왕 곁에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었다. 그는 왕이 내린 유태인에 대한 포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왕 앞에 나아가 왕에게 물었다.
"만약에 왕께서 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적이 강한 것을 원하겠습니까, 아니면 약한 것을 원하겠습니까?"
"그야 적이 되도록 약하기를 원하겠지."
루벤은 계속 말을 이었다.
"유태인은 약한 민족입니다. 그들은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8일 후에 그 아이의 몸에 상처를 내어 힘을 잃게 합니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예식을 행하는 동안에는 그들은 무기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왕께서 그 예식을 중지시키면, 그들은 로마사람들 못지 않게 강하게 될 겁니다. 설령 왕께서 군대를 파견하신다 하더라도 그처럼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대왕께서 칼을 들이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말을 듣고 왕은 말하였다.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료, 이 법은 취소해야겠군."
루벤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대왕님께서 만일 적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돈이 있는 것을 바라시겠습니까, 돈이 없는 것을 바라시겠습니까?"
"당연히 적이 존이 없는 것을 바라지."
"옳은 말씀이십니다. 대왕님은 유태인이 궁핍한 이유가 안식일을 지키기 때문이란 것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유태인들은 일주일 내내 힘들게 돈을 벌어서 그 수입을 안식일에 모두 섭립니다. 일주일에 필요한 만큼을 벌지 못한 자는 남에게 빌려서라도 안식일에 헌금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을 금하신다면 그들은 얼마 안 가 부자가 될 것입니다."
"내가 그걸 몰랐군. 그렇다면 이 법도 취소해야겠네."
루벤은 계속 말을 했다.
"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적의 수효가 많은 것을 바라겠습니까, 수효가 적은 것을 바라시겠습니까?"
"수효가 많으면 싸우기가 힘들어지지."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유태인의 수효가 그리 불어나지 않는 건 유태인의 여인들이 정숙하기 때문입니다. 유태의 율법에는 한 달에 14일을, 아이가 태어난 후는 48일 동안을 부부가 동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일 대왕께서 정숙하라는 율법을 지키지 마라고 명하시면 그들은 동침을 자유롭게 하여, 그 결과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건 결국 대왕의 군대에 대적하는 적의 숫자가 많아진다는 말 아닙니까?"
"그대 말이 참으로 옳구먼. 내가 하마터면 큰 일을 저지를 뻔했네."
"그렇다면 방금 대왕께서 하신 말씀을 문서로 작성하여 이스라엘로 보내 주십시오."
루벤의 재촉에 왕은 서둘러 문서를 작성했다.
루벤이 물러가자 로마의 대신들이 왕을 배알하러 왔다가, 왕으로부터 유태인에게 내렸던 금지조항을 폐지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루벤이 한 말들은 모두 틀린 말이옵니다. 대왕께서는 그의 말장난에 속으신 것입니다. 조금 전의 그 말씀을 취소하도록 하십시오."
"왕이 어떻게 한 번 입밖에 말을 반복하겠느냐. 그럴 수는 없도다."
그러자 로마 대신들이 말했다.
"그러나 그 문서를 이 나라 밖으로 가지고 가지 못하게 할 수는 없으시겠죠?
지금 곧 명을 내리시어 그 문서를 이스라엘로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죽음을 내리겠다고 하십시오."
대신들의 요구가 워낙 강력한지라 왕은 또 한 번 포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안 루벤은 유태인들에게 이런 실정을 서둘러 알렸다.
"어렵게 받은 문서를 이스라엘로 가져갈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백성들 중에 용기있는 누군가가 나와서 이 문서를 무사히 이스라엘로 가져가길 바라네."
유태의 현자들은 요하이의 아들 시몬한테 가서 모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시몬은 자신이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시몬은 며칠 후, 하인들을 데리고 서둘러 대왕이 사는 나라로 길을 떠났다.
바다에 이르러 랍비 시몬이 배의 마스트를 올려다보니 그 위에 여자 악마 하나가 걸터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악마에게 소리를 질렀다.
"날 보러 여기 온 것이냐?"
"네가 중요한 일을 하러 간다 길래 도와주러 왔지."
그 말을 듣고 랍비 시몬은 하늘을 향하여 외쳤다.
"주님, 당신은 이집트의 여인 하갈에게는 다섯 명의 천사를 보내주셨는데 저에게는 어찌하여 마녀 한 사람만을 보내주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마녀는 화를 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가? 어쨌든 기적이 일어나도록 해주기만 하면 될 게 아니야!"
"그럼, 너는 무슨 기적을 행할 수 있지?"
"시몬, 네가 왕으로부터 문서를 받아서 이스라엘로 가져올 수 잇도록 내가 도와주지. 나는 먼저 가서 공주의 몸속에 들어가 있겠네. 공주는 병이 나 앓으면서 요하이의 아들 시몬을 부르라고 부르짖을 것이네. 그러면 네가 와서 공주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이게. 그러면 나는 너의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공주의 몸속에서 나오겠네. 그러면 공주의 병은 깨끗이 나을 것이네."
"네가 정말 그렇게만 해준다면 고맙겠구나. 자, 그럼 가자. 방금 한 말대로 꼭 실천해다오."
마녀는 배의 마스트에서 몸을 날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시몬의 배는 계속 왕이 있는 나라로 항해해 갔다.
한편 왕의 나라에서는 귀여운 공주가 갑자기 앓아 눕게 되어 궁안의 사람들이 모두 슬픔에 잠겨 있었다. 공주는 신음하면서 요하이의 아들 시몬을 불러 달라고 소리쳤다. 왕은 사람을 시켜 이스라엘의 시몬을 데리고 오라고 일렀다.
그러자 시몬은 배를 타고 이미 로마로 향했다는 전갈이 왔다.
랍비 시몬은 도착하자마자 왕을 만나게 되었다.
"그대가 요하이의 아들 시몬인가?"
"그러하옵니다."
"공주가 그대를 찾고 있네. 그대에게 공주의 병을 살펴보도록 부탁하노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시몬은 공주가 누워 있는 방으로 갔다.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겠는가?"
시몬은 공주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두세 마디 속삭였다. 그러자 여자 마귀는 공주의 몸속으로부터 빠져 나왔고 공주는 거짓말같이 원기를 회복했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시몬을 가까이 오게 했다.
"내 그대의 소원을 모두 들어줄 테요.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이오?"
"소원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유태인의 금지조항을 폐지하신 문서를 이스라엘로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왕은 문서를 나라 밖으로 가져가는 것을 금했던 포고를 해제했다.
그리하여 유태인에게 자유를 약속한 문서는 시몬의 손에 의해 무사히 이스라엘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간 세상에 온 하계의 왕자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 부자는 재물이 많을 뿐 아니라 현명하고 자비롭기로 소문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아내 또한 정이 많은 여자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항상 도와주고 힘이 되어 주곤 하였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 근심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슬하에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부부의 집에 어떤 초라한 부인 네가 찾아왔다.
그녀는 비록 헐벗었지만 덕망이 있어 보였는데 그녀는 어린 계집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그 부인은 이 집의 안주인의 발 밑에 엎드려 애원을 했다.
"이 아이와 저는 집도 친지도 없는 불쌍한 모녀입니다. 부디 이 집에서 일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저희에게 동정을 베풀어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안주인은 기품 있어 보이는 부인의 딱한 처지에 동정이 갔다.
"그렇게 하게나. 이 집에서 우리와 함께 살도록 하세."
"정말, 감사합니다. 이젠 더 이사 바랄 게 없습니다. 이 집의 하인으로서 정말 열심히 일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하여 이 집의 하인이 된 모녀는 그 어떤 하인들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들 모녀는 아무리 고된 일도 기쁜 얼굴로 정성껏 해내었기 때문에, 곧 그들 모녀는 주인 내외로부터 따뜻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죽고 딸만 남게 되었다. 주인 내외는 그 어린 딸을 마치 자기들의 친딸인 것처럼 소중하게 여겨 주었다. 안주인은 그녀에게 예의규범을 가르쳐서 여느 양가집 딸 못지 않은 여성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세월은 흘러 그 어리기만 했던 소녀가 어느덧 13살이 되었다.
어느 날, 그 집에 건장한 체격을 한 미남자가 찾아와서는 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애원하였다.
"저를 이 집의 하인으로 써 주십시오. 먹고 자는 것만 해결되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친절한 주인은 그렇게 하라고 승낙했다.
"네가 정말 열심히 일하면 정당한 급료를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젊은이는 그 집에 머물면서 주인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였다. 주인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그대로 행했고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그 젊은이는 척척 해내는 것이다.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으며 하인 중에서도 대접받는 존재가 되었다. 주인은 젊은이의 일하는 모습에 만족하였으며 날이 갈수록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졌다.
어느덧 2년이란 세월이 흘러 젊은이와 15살이 된 처녀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아름다운 처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소.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겠소?"
씩씩한 젊은이로부터 달콤한 사랑의 고백을 들은 처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도 당신이 좋아요. 하지만 제게 친부모나 다름없는 양부모의 허락을 얻기 전에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분들이 허락하신다면 저도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당신의 그런 뜻은 내가 주인님께 말씀드려 보겠소. 아마 주인님께 서로 허락해주실 것이오."
다음 날, 젊은이는 주인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제게 소원이 하나 있는데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무언지 말해 보거라.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소원인들 못 들어주겠느냐."
"주인님께서 딸처럼 키우신 처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처녀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거 반가운 얘기로구나. 나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네 소원대로 해도 좋다. 그런데 그 아이도 그런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애가 만일 좋다고 하면 둘이 결혼을 해도 상관없다."
주인은 처녀를 불러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너는 이 젊은이와 결혼할 마음이 있느냐?"
"주인 어른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축하할 일이다. 너희 둘은 모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니 너희들의 결혼 준비는 내게 맡기거라. 너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내가 준비해 주마.
너희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주인은 곧 아내와 의논하여 혼례 준비를 시작했다. 신부를 위한 드레스며 살림살이, 또 신랑의 예복 등등, 한 달 후에는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으며 주인 부부는 마치 친자식을 결혼시키듯이 매우 기뻐하며 두 남녀를 결혼시켰다.
예식을 올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더욱 열심히 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서 한 가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씩씩하고 잘 생긴 젊은이는 다름 아닌 하계의 왕 아스모데우스의 아들로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이 집의 하인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계의 왕 아스모데우스가 죽자, 당연히 뒤를 이어야 할 왕자를 제쳐두고 모두들 다른 자를 왕으로 추대했다. 이에 몹시 화가 난 젊은이는 모든 보물들을 봉인해 버리고 이 세상으로 나와 신분을 감추고 하인으로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계자도 왕위를 오른 얼마 후에 죽고 말았다.
하계의 대신들은 누구를 왕으로 추대할 것인가를 의논하다가, 이번에는 왕자인 젊은이를 왕으로 세우기로 결정을 보았다.
글들은 그 젊은이를 여러 방면으로 찾았지만 전혀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그가 인간 세상으로 올라가서 모처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하계의 대신들은 네 명의 사신을 선발하여 왕자를 뵙고 오라고 인간 세상으로 파견하였다. 하계에서 온 사신들은 왕자를 만나 아뢰었다.
"왕자님, 왕자님께서 이번에 왕의 후계자로 추대되셨습니다. 저희들과 함께 돌아가셔서 저희들을 다스려 주십시오."
젊은이가 대답했다.
"나는 이곳에서 아내를 맞이하여 인간들과 똑같이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니 쉽게 너희들을 따라나설 수가 없구나. 마일 아내에게 이 사실을 밝히고 함께 가겠다고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만일 함께 가기를 거절한다면 모세와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라 이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내가 하계로 돌아가기 위해 아내를 버린다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행실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너희들을 따라 나서겠다는 대답을 쉽게 할 수 없다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 문제라면 깨끗하게 정리하실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 후에 저희들이 모시러 다시 오겠습니다."
사신들은 충분히 왕자의 심정을 헤아리고는 물러갔다.
젊은이는 우선 주인에게 가서 모든 것을 밝혔다.
"주인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실은 제가 그 동안 주인님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었나이다. 저는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실은 하계의 왕, 아스모데우스의 아들입니다. 부친이 돌아가신 뒤, 왕자인 저를 제쳐두고 다른 자를 왕위에 세우더군요. 그래서 화가 치민 저는 그곳을 떠나 이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의 하인으로 평생을 살기로 마음먹었죠. 그래서 결혼도 했구요.
그런데 얼마전, 저를 왕위에 추대하겠다고 저를 만나러 사신들이 왔었습니다.
과거에 저에게 반대했던 자들이 이번엔 의견을 모아 저에게 왕관을 씌울 것을 결정했다구요. 하지만 저는 우선 주인님께 허락을 구하고 아내에게 이야기하여 모든 것을 분명히 해두기 전에는 돌아갈 마음이 없습니다. 만일 아내가 저와 함께 가는 것을 동의한다면 왕비가 되어 저와 함께 여생을 살겠지만, 혹시 함께 가지 않겠다면 율법에 따라 이혼장을 건네주고 이혼 계약서에 정한대로 돈을 지불할 생각입니다."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주인은 젊은 아내를 불러 그녀의 남편이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모두 전했다. 그러자 아내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저는 남편을 따라 가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하계에서 만든 것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음식은 이곳에서 가져가 주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 손으로 직접 만든 것만 먹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젊은이는 말했다.
"당신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주겠소."
두 사람은 주인 내외의 손에 입을 맞추고 하직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아스모데우스의 아들은 아내와 함께 인간의 세상에서 영의 세계로 떠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끌리는 것은 남자로부터 갈비뼈를 빼내어 여자를 만들었으므로 남자는 자기가 잃은 것을 되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탈무드--


디혼과 하계 공주의 결혼
어느 마을에 살로몬이라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디혼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일찍 결혼을 시켜서 많은 손자 손녀를 보았다.
자손들과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살로몬은 드디어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는 고을의 장로들을 불러놓고 유언을 했다.
"제가 죽으면, 저의 아내에게는 결혼 계약서에 따라 4백 데나리온을 주십시오. 그리고 그 나머지 재산은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만일 제가 지금부터 아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아들이 지키지 않으면 전 재산을 하늘에 바치고 아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장로들 앞에서 유언을 했다.
"아들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바다를 여행하면서 그 동안의 재산을 모았다. 그 동안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바다에 나갔을 때 나는 수많은 위험과 생명의 위협을 경험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네가 바다네 나가는 것을 막고 싶다.
너에게는 막대한 재산을 남겨 두었으니 그 정도라면 아마 네가 굳이 돈벌이에 신경 쓰지 않아도 자식들과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들아,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하지 않겠니?"
디혼은 아버지에게 그 유언을 꼭 지키겠다고 맹세를 했다. 얼마 안 있어 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떠나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고, 디혼은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며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모셨다.
그 뒤 1년쯤 지난 어느 날, 이 고을 항구에 금과 은 그리고 진주를 가득 실은 배가 들어왔다. 그 배의 선원들은 육지에 상륙한 뒤 살로몬의 집을 물어 물어 찾아왔다. 디혼의 집에 도착한 선원들은 디혼에게 정중한 인사를 한 후 살로몬의 안부를 물었다.
"살로몬 어른께선 안녕하신 가요? 이렇게 점잖으신 아드님을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의 아버님을 아시는군요. 저의 아버님은 일 년 전에 그만 세상을 하직하셨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혹시 부친께서 바다 저 멀리에 남겨놓은 재산을 어떻게 처분하라는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는지요?"
"아버님은 그런 말씀은 전혀 없으셨고, 단지 내게 배를 절대로 타지 말라는 유언만을 남기셨습니다."
"거, 이상한 일이군요. 바다 건너 먼 이국 땅에 남겨둔 수많은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말씀도 않으셨다니.... 미처 기억이 나지 않으셨던가 봅니다 사실은
저희들은 전에 살로몬님께서 저희들에게 맡겨 두었던 금, 은 그리고 진주를 한배 가득 싣고 왔습니다. 그것은 모두 살로몬님의 재산입니다. 그 재물에 대해 미리 이야기한 바가 없었다면 굳이 디혼님에게 양도하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저희들은 원래 정직한 사람들로 재물 따위를 속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자, 이제 하인들을 시켜 배안에 있는 재물을 가져가십시오. 그것들은 이제 당신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디혼은 기뻐하며 하인들을 시켜 배에 실린 보물을 날라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선원 모두를 초대하여 잘 대접하였다. 선원들은 디혼의 집에서 며칠 즐겁게 지낸 후, 길 떠날 차비를 하면서 디혼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저희들은 돌아가신 살로몬을 매우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혼님에게 배를 타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실 때는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무렵이라 평소처럼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디혼님께 그런 맹세를 시킨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바다로 나가 큰 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 고을의 이 나라에서 값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들을 사 드리겠습니다. 만일 그런 물건을 배 가득히 싣고 와서 판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디혼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저는 선친과 배를 절대 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절대로 그 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습니다."
"부친께서는 디혼님의 안전을 생각하여 배를 타는 것을 금지시켰던 것입니다.
하지만 장사꾼의 아들인 당신이 장사를 하지 않고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해보고, 부친께서 그런 유언을 하실 무렵에는 이미 정신이 없는 상태이셨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상황께서 부친이 금하신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선원들은 살로몬의 아들이 생각을 바꾸어 함께 가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끊임없이 설득을 하였다. 굳은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디혼은 마침내 바다로 나가보기로 결정을 하고 배에 올랐다.
배가 닻을 올리고 항해한 지 며칠 후, 배는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풍랑이 일어 디혼이 탄 배는 산산조각이 나고 선원들은 모두 물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하나님은 바다의 신에게 디혼만은 살려두라고 명했다.
디혼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외딴섬의 모래사장에 자신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디혼은 주위를 살펴 혹시 자기처럼 파도에 떠밀려 온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섬에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눈앞에는 그저 한없이 펼쳐진 바다만이 있을 뿐이었다.
옷이 다 찢긴 채로 멍하니 앉아 있던 디혼은 그제서야 자신이 아버님과의 맹세를 어겨 벌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사람의 기척을 찾아볼 생각으로 그 섬을 살피기 시작했다. 꼬박 하루를 걸었을 때 아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마침 해도 뉘엿뉘엿 기울어져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진 그는 나뭇잎을 뜯어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둘러쳐 차가운 밤바람을 막았다.
디혼이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확 달아난 디혼은 '사자가 인간의 체취를 맡고 잡아먹으러 오는가 보다'라고 생각하여 얼른 커다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몸을 숨겼다. 어슬렁 어슬렁 사자의 위험에서 벗어난 후에도 디혼은 오랫동안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채만큼 큰 독수리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놀란 디혼은 도망칠까 생각하다가 생각을 바꾸고, 독수리에게 덤벼들어 말을 타듯이 올라탔다. 독수리는 등에 디혼을 태운 채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침이 밝았을 때, 독수리 등에 탄 디혼은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기조차 겁이 난 디혼은 독수리 등에 더욱 꼭 매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독수리가 점점 낮게 날기 시작했을 때는 바다를 건너 세상의 끝에 있는 어떤 나라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해질 무렵, 독수리가 낮게 날고 잇는데 어디선가 성경을 읽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낭랑히 들려왔다.
"이 나라에는 유태인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해. 이 곳에 내리면 나를 친절하게 맞아주겠지. 어쩌면 그 사람들 밑에서 종살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몰라."
이렇게 생각이 들은 디혼은 독수리가 회당 앞을 지나칠 때 사뿐히 내렸다.
땅에 두 발이 닿자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밀려왔다. 간신히 기운을 차려 회당 문 앞에 이르렀으나 문은 잠겨 있었다.
"문 좀 열어 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외침에 안에서부터 한 소년이 나왔다.
"댁은 누구 신지요?"
"나는 유태 사람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년은 그의 말을 사제에게 그 동안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자 사제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 동안 겪은 일들이 딱한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받을 고통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정령들이 사는 고을이랍니다."
사제의 말에 놀란 디혼은 사제의 발 밑에 몸을 던지고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제님,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이 고을에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까요?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애원에 측은함을 느낀 사제는 우선 자기의 집에 디혼을 데려가 음식을 주며 기운을 차리도록 했다. 그 날밤은 사제의 집에서 묵었다.
이른 아침 사제는 디혼을 데리고 회당으로 갔다.
"이제 잠시 후면 정령들이 올 것이오. 내가 당신의 일을 이야기할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됩니다. 명심하셔야 하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쳤다. 그리고는 한 떼의 정령들이 회당으로 들어섰다. 디혼은 몸이 부들부들 떨려 곧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정령들은 곧 소리내어 아침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사제 옆에 서 있던 정령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이 회당 안에서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거든."
그 정령의 중얼거림은 곧 회당 안에 모인 정령들 사이에 퍼져 버렸다. 사제는 정령들이 부르는 성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잠깐 성가를 멈추어라."
"무슨 말인지 해보아라."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노라. 이 회당 안에 인간이 한 명 들어와 있는데 이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말기를 바라네. 나에게 보호를 요청한 사이라네."
"왜 인간이 우리들 속에 있습니까? 도대체 그는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까?"
사제는 디혼이 겪은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다. 그러자 정령들이 말했다.
"부친의 유언을 무시하고 맹세를 헌신짝 버리듯이 한 자를 무엇 하러 살려둡니까? 사정 볼 것 없습니다. 그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이 사람은 그 동안 이마 너무나 많은 불행을 경험했고, 지금 그 사람은 충분히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네. 더구나 성전에 달통하고 있으니 살려주는 게 옳지 않겠는가. 만일 죽임을 당해야 할 사람이라면 하나님께서 바다와 사자 그리고 독수리로부터 구해주셨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나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을 재판도 없이 죽인다는 것은 결코 옳지 않네. 그러므로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하는 게 좋을 걸세. 이제 오늘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이 사람에게 손을 대어서는 안되네. 그리고 기도가 끝난 후에 이 사람을 아스모데우스 왕에게 끌고 가서 살림 것인지 죽일 것인지 왕에게 재판 받도록 하세."
정령들은 사제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기도가 끝나자 그들은 아스모데우스 왕 앞으로 나아갔다.
"대왕님, 이 인간이 우리들 속에 침입해 있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이 사람의 이야기는 이러이러합니다. 대왕님이 내리시는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아스모데우스는 디혼에게 모세의 십계명을 말해 보라고 시켰다. 그 외에도 몇 가지를 시험해 보았는데 무엇이든지 척척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너는 참 똑똑하구나. 만일 나의 아들에게 네가 알고 있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고 약속하면 너를 자유의 몸으로 해주겠다."
"대왕님의 명령에 따르겠나이다."
아스모데우스는 디혼을 자기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아들의 선생으로 삼았다.
목숨을 부지하게 된 디혼은 아스모데우스의 아들을 교육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무렵, 아스모데우스에게 반기를 들어 대항해 오는 나라가 있어
아스모데우스는 군사들을 모아 그 나라를 제압하기 위해 출정하게 되었다.
대왕은 궁전을 비울 동안 궁전의 모든 관리를 디혼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물이 가득 찬방의 열쇠를 디혼에게 넘겨주었고 궁전의 하인들에게 디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엄하게 일러 놓았다. 대왕은 보물창고를 일일이 열어 보여주었는데, 어느 방 앞에 이르러서는 문을 열어 안을 구경시켜 주는 대신 디혼에게 다짐을 받았다.
"그대는 어디든지 자유로이 다녀도 좋다. 하지만 이 방만은 들어가서는 안된다. 명심하라."
그러면서 그 방의 열쇠만은 대왕 자신이 갖고 디혼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왕이 출정을 하고 며칠 후, 디혼이 아무 생각 없이 궁전을 거닐다가 그 방 앞에 이르게 되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그 방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방 앞으로 가까이 가 문에 귀를 갖다 대었다. 그때 돌연 방문이 열리더니 금으로 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아스모데우스의 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주의 얼굴에 자태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들어오시오."
"우매한 인간이 어찌하여 아스모데우스 왕이 금한 짓을 했단 말이오. 당신은 오늘 당장 죽게 될 것이오. 나의 아버지는 이미 당신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아셨을 거예요. 지금쯤 칼을 빼들고 당신을 죽이려 달려오고 있을걸요."
이 말을 들은 디혼은 공주의 발아래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나쁜 뜻은 없었노라고 설명했다.
"당신이 죽음을 당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왕께서 돌아오셔서 당신이 이 방에 들어온 것에 대해 문책하려 하면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제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공주님을 몹시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주님과 결혼하길 원합니다'라고요. 아마 대왕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대왕은 당신이 이곳에 온 그날부터 당신이 마음에 들어 나와 결혼시킬 작정이셨죠. 당신이 성서를 잘 알고 있다는 게 대왕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입니다."
디혼은 공주의 말을 명심해 들었다. 그가 그 방에서 막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아스모데우스 왕이 노기등등하여 나타났다.
"감히 나의 명령을 어기다니, 너는 죽음을 당함이 마땅하다."
"대왕님, 잠시만 저의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제가 공주님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대왕님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원컨대 공주님과 결혼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네가 내 딸을 그렇게 사랑한다니 허락하도록 하지. 하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스모데우스는 결혼을 승낙하고는 다시 사라져버렸다. 다시 전쟁터로 간 대왕은 적을 무찌르고 적국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승리했노라. 자, 이제 돌아가자. 공주의 결혼식이 기다리고 있다."
병사들은 크게 기뻐하며 가축과 닭을 잡아 향연에 대비하였다.
아스모데우스는 사랑하는 딸의 신랑에게 수많은 보물을 선물로 주었다. 결혼 증서가 준비되고 신랑이 거기에서 서명하였으며 그 나라 장로들도 서명을 했다.
밤이 되자, 신랑과 신방으로 들어갔다. 공주는 디혼에게 말했다.
"저는 정령이긴 하지만 인간 세상의 여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와 몸을 합하지 말아 주십시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나는 당신을 내 몸처럼 사랑하오."
"그 말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맹세하고 말고요."
정령인 아내에게 맹세를 한 뒤, 디혼은 아내와 함께 몸을 합하였다. 그녀는 곧 아들을 낳았으며 디혼은 '솔로몬'이라고 이름지었다.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된 애정은, 그 동기가 사라지면 바로 죽어버린다.--탈무드--


죽음을 부른 디혼의 배신
디혼이 정령의 세계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들 솔로몬과 즐겁게 놀던 디혼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공주가 의아해서 물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지요?"
디혼은 그렇게 말했지만 우울한 표정은 감추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요. 말씀해 보세요."
"실은 인간 세상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렇다오."
"저에게 싫증이 나셔서 그러시나요?"
"아, 아니.... 그런 것이 아니오. 솔로몬이 놀고 있는 모양을 보니 다른 자식들이 생각났을 뿐이오. 단지 그것뿐이라오."
공주는 디혼이 한편으로는 안쓰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날 저와 한 약속을 잊으셨나요. 힘께 첫날밤을 보내기 전에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제 곁에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인간 세상이 그립더라도 다시는 그런 내색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공주는 디혼에게 2년 전의 약속을 환기시켰다. 디혼도 마음을 다시 잡은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다시 한숨을 쉬며 상심해있는 것이 역력했다.
아내는 살며시 동정이 갔다.
"그렇게 보고 싶으시다면 당신을 보내드리지요. 당신이 부인과 아이들 생각으로 근심에 차서 한숨을 몰아쉬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군요. 하지만 돌아오실 시간을 분명히 정해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소?"
"얼마동안이나 다녀오시겠습니까?"
"그것은 당신이 결정하시오. 난 그것에 따르겠소."
"그럼, 1년간의 휴가를 드리지요. 그러나 1년 후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물론이오."
아스모데우스의 딸은 시종들을 불러 성대한 주연을 베풀었다.
"나의 남편이 첫 번째 부인과 자녀들을 만나보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떠나실 작정이다. 너희들 중 누가 그곳까지 나의 남편을 모셔다 드리겠는가?"
"제가 모셔다 그리지요."
테이블 끝에 앉아 있던 외눈박이 꼽추 시종이 지원을 하고 나섰다.
"그분의 고향까지 하루만에 모셔다 드리겠나이다."
"그렇게 해주겠느냐. 나의 남편이 무사히 고향에 닿도록 애써 주려무나.
절대로 나의 남편의 신변에 해가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공주는 남편을 향해 인사의 말을 건넸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1년이란 기간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오. 내 잊지 않으리다. 내가 없는 동안 잘 있으시오."
두 사람의 작별이 끝나자, 외눈박이 시종은 디혼을 어깨에 태우고 날아 그날로 디혼의 고향 말을 근처에 무사히 내려다 주었다.
날이 새기 시작하자 외눈박이 시종은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고 디혼과 함께 마을로 걸어 들어갔다. 길을 걷던 중, 디혼은 과거엔 알고 지내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혹시 당신은 배를 타고 나갔던 디혼이 아닙니까?"
"아, 나를 기억하시는군 요. 바로 맞추었소. 내가 디혼이오."
그는 디혼의 대답을 듣자 깜짝 놀라면서도 기뻐하였다.
"내가 빨리 달려가서 이 기쁜 소식을 당신의 부인에게 알려두겠소. 당신의 부인은 당신을 생각하며 여지껏 홀로 지내고 있다오."
그 사람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디혼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보려고 마을 입구 쪽으로 몰려 나왔다. 디혼은 친척, 친구들 그리고 아내와 자녀들을 다시 만난 감격으로 눈물을 흘렸다.
디혼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반기는 뜻에서 성대하게 잔치를 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인사를 받느라 어느새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디혼은 하계에서 온 시종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넌 왜 외눈박이냐? 그런 꼴로 뭐가 보이느냐?"
외눈박이는 묵묵히 있다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저의 결점을 들추어내지 마십시오."
"꼴 같지 않은 소리 말아라. 넌 게다가 꼽추이지 않느냐? 그런 흉한 몰골로 어떻게 살아 있을 생각을 했지?"
"왜 그리 어리석게 구십니까? 나를 화나게 해서 좋은 일은 없을 텐데요."
꼽추 시종을 실컷 놀려먹은 디혼은 가족들에게 그에게도 뭔가 마실 것을 가져다주라고 말했다.
"이곳의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식사 기도를 올리도록 해 주십시오.
저는 저의 나라로 돌아가겠습니다.
"마음대로 하렴."
식사 기도가 끝나자 외눈박이 귀신은 디혼에게 물었다.
"공주님께 전할 말씀이 없으신 가요?"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 전하여라. 그 나라에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공주는 나의 아내가 아니다. 공주는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데 어찌 인간인 나가 남편이 될 수 있겠느냐."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당신은 공주님께 1년 후 돌아가겠다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따위 맹세를 한 적이 없어!"
디혼은 큰 소리로 첫 번째 아내를 불러 옆에 앉혔다.
"여기 이 사람이 나의 아내다. 이 여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인간이지. 하지만 네가 모시는 공주는 귀신이야."
화가 난 시종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나와버렸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령의 세계로 돌아와 공주의 앞에 당도했다.
"나의 남편은 무사히 도착했느냐? 나의 남편이 뭐라고 하더냐? 기뻐하더냐?"
"공주님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그 사람은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첫 번째 아내를 만나자마자 공주님에 대해선 싹 잊어버리고 말더이다. 심지어는 공주님에 대해 악담을 해대며 두번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시종의 말에 공주는 속이 상했지만 약속했던 1년 동안은 아무 말 않고 기다려 보기로 작정했다.
꼭 1년이 되는 날, 공주는 외눈박이 꼽추 시종을 불렀다.
"나의 남편을 모시고 오너라. 오늘이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분이 그렇게 말한 것은 아직 기한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가서 기한이 다 되었음을 일깨워 드리고 오너라."
시종은 공주의 명령을 받들어 디혼에게로 찾아갔다.
"이제 약속했던 1년이 다 되었습니다. 공주님께 돌아 가셔야지요."
"너의 주인에게 가서 전해라. 나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1년 전에 네게 내가 말한 것 같은데. 너는 무엇 때문에 헛수고를 하느냐?"
시종은 다시 공주에게로 돌아와 디혼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공주는 외눈박이 꼽추 시종보다 신분이 높고 점잖게 생긴 다른 시종을 불러 남편을 보시고 오라고 시켰다.
두 번째 사자는 디혼을 만나서는 공주의 마음을 전하고 더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돌아가자고 설득을 했다. 그러나 디혼의 대답은 강경했다. 그리하여 둘째 사자 역시 공주에게 슬픈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디혼님은 이미 공주님를 사랑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신을 보내거나 하시지 마십시오. 헛수고일 뿐입니다."
두 번째 사자의 보고를 들은 공주는 아버지에게 찾아가 그 동아의 디혼에 관한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대책을 의논했다. 아버지인 아스모데우스 왕은 몹시 화를 냈다.
"걱정 말아라. 내가 군대를 몰고 가서 그놈을 데려오고 말 테니까. 만약 그래도 오지 않겠다고 버티면 내 그놈과 그 고을 사람을 모두 죽여버리고 말리라."
"그런 일로 아버님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서신다는 것은 체통이 깎이는 일입니다. 그것보다도 아버지가 신임하는 신하 몇을 골라 주십시오. 그들과 함께 제가 직접 그를 만나보겠습니다. 제가 가면 그 사람도 마음을 돌리 것입니다."
대왕은 딸의 생각에 동의하여 몇 명의 신하를 딸에게 딸려 보냈다.
공주는 일행은 드디어 디혼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신하들은 마을에 들어가서 주민들을 모두 죽여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공주는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기다리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이제는 소년이 된 아들 솔로몬을 불렀다.
"얘야, 너의 아버지께 가서 어머니가 오셨다고 전해라. 그리고 약속대로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살자고 말씀드려라."
어머니의 말을 새겨듣고 솔로몬은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침대 곁으로 갔다.
"아버지, 아버지! 눈을 떠보세요."
가만히 부르는 소리에 디혼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누, 누구야? 왜 나를 깨웠지?"
"접니다, 아버님. 당신의 아들 솔로몬입니다."
벌떡 일어나 자신의 아들임을 확인한 디혼은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그래, 여기는 어떻게 왔느냐?"
"아버님이 돌아오시지 않아서 제가 왔습니다. 어머니도 함께 오셨으니 어서 돌아가시지요."
"네 어머니가 공연한 걸음을 했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네 어머니의 남편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고 그녀는 정령이니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 어찌 함께 살 수 있겠느냐? 나는 네 어머니와 함께 갈 수 없다."
"1년 후에 돌아오겠다는 맹세는 그럼 왜 하셨는지요? 아버지는 한입으로 두 가자 말을 하시는군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한 후 아버지를 정성껏 섬겼고 대왕께서도 아버지를 아끼시고 다른 정령들보다도 더 높은 대우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어머니를 꺼려하시고 우리의 세계로 돌아가시길 거부하시는 겁니까?"
"그런 이야기는 더 이상하지 말자. 그때 맹세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곳으로 오기 위해 했던 것일 뿐 처음부터 지킬 생각은 없었다. 난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다."
"아버지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맹세를 깨뜨린 죄의 대가를 톡톡히 받게 되실 것입니다."
솔로몬은 어머니에게 돌아가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를 자세하게 고하였다.
공주는 분노에 가득 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지만 억눌렀다.
"내가 한 번 더 참지. 이 마을의 회당으로 찾아가서 남편의 일에 대해 사제들이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 지 들어보기로 하자."
공주 일행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주민들이 회당으로 모여들자 공주는 회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성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사제에게 말했다.
"여기 모이신 분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과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디혼은 나의 남편입니다. 그 사람이 죄를 짓고 저희 나라로 도망쳐 온 것을 저의 아버지인 아스모데우스 왕이 불쌍히 여겨 구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잘 보살펴 주셨습니다. 그는 저와 결혼을 하고 결혼 계약서에도 서명하였으며 평생동안 나를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디혼은 나를 배신하고 나 아닌 다른 부인과 이곳에서 살겠다고 합니다. 그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여러분들께서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회당의 사제들은 디혼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저 여인을 버리려고 하는가?"
"제가 이 여인과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람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인간인 내가 어떻게 정령인 여자를 아내로 삼겠습니까. 이 여인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자기와 같은 정령을 남편으로 맞아야 할 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인간 세상에서 처음 결혼했던 아내와 살고자 합니다."
아스모데우스의 딸은 다시 한번 사제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아마도 저의 남편 디혼에게 죄가 있다고 판결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혼이 저렇게 말을 한다면 사제님들께서 어떠한 판결을 내리시든지 저 사람과 함께 돌아갈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그대신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혼과 키스할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사제들은 디혼에게 이 여인의 소원을 풀어주라고 명하였다. 디혼은 마지못해 공주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였다. 공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디혼의 목에 팔을 감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신이 맹세를 깨뜨리고 나를 웃음거리로 만든 것에 대한 벌이오.
당신은 나를 일생동안 독신으로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당신의 부인을 일생동안 독신이 될 차례요."
디혼은 힘없이 팔을 내젓다가 이윽고 목숨을 끊어졌다. 그녀는 회당의 사제들에게 명했다.
"당신들도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나의 아들 솔로몬을 두고 갈 테니 훌륭하게 키워서 당신들의 왕으로 삼으시오. 솔로몬은 인간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이 세상에 남아있어야 하오."
이야기를 마치고 아스모데우스의 딸은 다시 하계의 나라로 돌아갔다.
회당에 모인 사제들은 공주의 바람대로 솔로몬을 훌륭하게 키웠다. 그리고 훗날엔 왕좌에 추대하여 왕위를 이어받도록 하였다.
만약 당신이 악에의 충동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을 내쫓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라.--탈무드--

출처 : 성경 벌레들
글쓴이 : 성경 벌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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