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와 그 사용목적
이광호 목사
1. 서론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들 가운데서 천국을 선포하시며 설명하셨다. 아직 천국에 대한 실제적 경험이 없는 인간세계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처음사람 아담 이래로 예언해 오신 그 사실을 증거코자 하셨다. 아브라함 이후부터 새로운 언약관계(할례)를 통해 특별히 택함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심으로 천국의 실체를 나타내셨던 것이다.
천국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들에게 말씀과 행위로써 천국을 가르치시고 보여주셨다. 행위로써 천국을 보이셨다함은 각양 이적들을 통해 천국의 능력의 일부를 보이신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이성과 경험세계에 익숙한 인간들에게 그 이상(以上)의 능력세계가 있음을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실체와 실제로써 입증하셨던 것이다.
또한 예수께서 말씀으로 가르치신 내용 가운데는 비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국을 설명하려고 하신 그 본질적 의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그의 비유를 잘 이해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만 그가 뜻하시는 바 말씀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의 성격과 그가 비유로 많이 말씀하신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간단하게 고찰해 보려고 한다.
2.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의 성격
(1)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의 본질적 내용
1) 복음서에 나타난 비유의 특이성
인간의 보편언어생활 가운데서 비유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비유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비유자체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비유는 일반언어양식 가운데 한 방법일 따름인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비유는 그 본질적 내용상 절대적임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천국을 설명하시기 위해 특별히 채택한 언어방식이기 때문에 비유로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함께 그 비유가 살펴져야만 한다. 그 비유의 내용뒤에 숨어있는 참뜻을 올바르게 잘 찾아낼때 비로소 그 값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유의 절대 유일성이 이해될때만 그 실제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2) 비유를 통해 선포하신 하나님의 구원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 가운데는 자기백성을 구원코자 하는 메세지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잃어버린 동전 비유, 잃어버린 양 비유, 탕자 비유 등에서 그 의미가 잘 나타난다.
예수님께서는 백성들에게 '내가 너희를 구원하려 이 세상에 왔노라'고 직접 말씀 하심과 동시에 그에 적절한 비유의 말씀을 주심으로써 그 청중들이 더욱 실감하여 그 의미를 깨닫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들을 통해 구원받을 자기백성들을 끝까지 찾아 나서는 그 사랑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비유들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심으로써 구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3) 비유를 통해 선포하신 하나님의 구원
예수님께서는 '도끼가 이미 나무 둥치 아래 놓였다'고 비유로 말씀하심으로 자신이 세상을 심판하실 심판주이심을 명백히 밝히셨다. 그리고 그물 비유를 통해서 그물안에 있는 모든 고기들이 다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에 합하지 않는 고기들은 버리움을 당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셨다. 그것은 비유를 통해 심판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냥 내가 미래에 너희를 심판하게 된다'는 서술적 방법 이외에 때가 이르면 그 비유의 내용과 흡사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임을 보여주고 계신 것이다. 열처녀 비유 가운데서 그는 기름을 예비치 못한 처녀들이 잔치의 주인의 은덕을 입지 못해 잔치집 문밖에서 이를 갊이 있으리란 점을 이야기 하시면서, 종말의 때에 인간들 가운데 있을 일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다. 알곡과 가라지 비유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같이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지상에 임함으로써 심판이 이르렀음을 비유를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
4) 비유를 통해 궁극적인 승리를 선언하심
예수님 당시의 예수님과 그 추종자들의 세력이란 지극히 미미한 것이었다. 오늘날의 전세계에 퍼져있는 기독교에 비하면 실로 보잘것 없는 작은 세력에 지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증거하는 그 복음의 내용이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지닌 세력으로 성장해 갈 것임을 비유를 통해 말씀하셨다. 겨자씨 비유와 누룩 비유가 그 대표적인 비유들이다. 그 씨앗이나 원래의 작은 알맹이는 눈에 겨우 띌까 말까하는 미미한 것이지만 자라나게 되면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 새들이 와서 깃들며 놀것이고, 그 영향력이 대단할 것임을 말씀하고 계신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에서도 그것을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토양이나 여건 가운데서는 그 씨앗이 곧 시들어 죽게 될 수도 있지만, 좋은 토양 가운데서는 30배, 60배, 100배의 엄청난 결실을 할 것임을 설명하고 계신다.
물론 그 궁극적 승리의 가장 기본적인 열쇠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임을 스스로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비유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설명하셨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비유들을 통해 그의 궁극적인 승리와 번영을 선언하고 계신다.
5) 예수님의 비유는 도덕적 교훈을 지향한 것이 아님
예수님의 비유에는 도덕적 교훈이 많이 들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비유 가운데 비도덕적이며 비윤리적인 내용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 비유의 목적이 도덕상의 확대나 강조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은 영원한 천국에 대한 본질적 제시이다. 그러므로 비유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자들은 하나님에 의해 선포되고 있는 영원한 천국 가운데서의 도덕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만일 예수님께서 본질적으로 교훈하시고자 하는 그 천국을 제쳐놓고 그 도덕성만 일반적 관점에서 강조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복음서의 비유는 단순한 윤리성을 인간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불변의 진리를 선포하고 있다.
(2)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의 배경
1)예수님 자신의 배경
예수님께서 비유로써 사용하신 아래 예들에는 예수님 자신의 어린시절 자연환경적 배경과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a. 자연물 및 환경적 배경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자신이 자라면서 보아오신 자연물 및 그 환경과 삶의 기본 정황들을 자주 예로 들었다. 갈릴리 바다에서 보았던 어부들의 고기잡는 모습이나, 농부들의 농사하는 일들을 곧잘 예를 든 것은 그런 경우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그보다 더 기본적으로 자연자체를 비유에 사용하셨다. 무화과 나무나 겨자씨, 누룩, 소금 등이 곧 그런 것들로서 예수님께서 어린시절부터 가장 쉽게 직접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b. 사회적 배경
예수님의 비유에는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 반영되어 있다. 그 사회적 배경에는 종교적 내용도 포함되는데 이는 이스라엘 민족의 사회자체가 종교적 틀 속에 있기 때문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그에 대한 대표적인 비유라 할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당했다는 것으로서 당시의 흉흉했던 사회상을 볼 수 있고 제사장, 레위인, 사마리아인등의 사람들이 차별성 있게 소개된 것은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열처녀 비유는 당시의 결혼 풍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빚진자 비유, 큰 잔치 비유,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등에서도 그 시대의 나름대로의 사회적 형편을 잘 보여준다.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사회적 배경 가운데서 직접 생활하셨기 때문에 그 사회적 형편을 인용해 비유에 사용하셨던 것이다.
c. 역사적 배경
예수님의 비유의 내용 가운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그 당시는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대였다. 예수님은 자기 민족이 로마제국에 의해 세금을 착취 당하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셨으며, 독립운동에 힘을 쏟는 많은 민족주의자들을 친히 목격하셨다. 망대를 세우려는 자와 싸움하러 가는 임금비유(눅14:28-33)가 그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라 여겨지며, 가이사의 동전이나 세상임금(마17:25)등에서도 그 시대적 형편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2) 청중들의 배경을 의식하심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을 때 청중들은 그 말씀하시고자 하는 참 진리에 대해서는 아닐찌라도 그 말귀는 알아들었다. 그것은 곧 예수님과 청중들은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상호 대화적 교감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즉, 예수님께서 자라면서 보고 느낀 것이나 사회적인 배경을 가진 채 비유를 말씀을 하실때 청중들이 알아들은 것은 예수님과 그 청중들이 동일한 배경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3. 예수 그리스도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목적
(1)인간의 언어로 천국을 설명하심
예수님께서 비유로써 가르치신 것은 천국에 대한 인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거룩하고 완벽한 천국을 인간의 언어로서 그대로 묘사해 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나아가서 죄로 말미암아 더욱 제한된 인간의 두뇌로써 그 참의미를 그대로 이해할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비유를 통해 천국의 양태에 대해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다.
(2)복음의 비밀성 때문
하나님의 복음의 효과는 그 택함을 받은 자에게만 있다. 그 복음은 인간들이 스스로 생산해 내거나 찾아 얻는 것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복음의 비밀이 어떤 자들에게는 숨기워짐을 설명한다(마11:25이하). 예수님께서 비유로써 말씀하셨던 이유는 어떤 자들로 하여금 귀로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함임을 명백히 밝히고 계신다.(마13:14이하) 이런 말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이 복음의 비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예정섭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3) 불필요한 세상의 오해 때문
예수님께서는 공사역을 하시는 동안 늘 쫒기는 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로마제국의 환대를 받지 못했을 뿐 더러 유대인들에 의해서 배척을 당하셨다. 로마제국은 예수님이 정치적 '왕'으로 주장되는데 대해 신경을 곤두 세웠으며, 유대인 당국은 그의 종교적 메시야로 주장되는데 대해 날카롭게 맞섰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 반대세력들과의 불필요한 오해나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즉, 그는 직접화법 보다는 간접화법을 구사하셨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가 때로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논쟁을 서슴지 않았던 사실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 논쟁들은 예수님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던 것임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4. 결론
예수님의 가르침에 있어서 비유적 설명은 매우 중요한 표현기법이다. 그러므로 복음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안된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에게 천국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 인간들이 늘 경험하며 접할 수 있는 자연과 사회적 현상들을 동원하여 비유로써 설명하셨다. 즉, 그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언어로써 천국의 양태를 간접적으로 추론케 하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비유는 아무나 깨달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즉, 하나님의 복음을 깨닫지 못하게 그와 관계없는 자들은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 할지라도 예수님의 비유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복음을 선물로 받은 자들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비유의 특이성과 목적을 올바르게 알아 그 비유의 말씀들을 잘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복음서의 비유들은 인간 스스로 윤리적으로 적당히 적용할 것이 아니라, 그 비유를 말씀하신 예수님의 뜻에 맞게 그 진리를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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