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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설교에 도취된 목사 / 박영돈 목사

by 【고동엽】 2021. 10. 19.

자기 설교에 도취된 목사

 

 

내가 갓 신학교를 졸업하고 설교를 시작했을 무렵이다. 그 당시 설교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던 나는 내 설교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안달했던 것 같다. 하루는 차를 운전하면서 옆에 앉았던 고 이정석 교수에게 내 설교 실력을 뽐내고 싶어 내 설교 테이프를 틀어주었다. 원래 과묵한 이 교수는 아무 말 없이 인고의 시간을 버텨주었다.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강직한 성품을 가졌던 이 교수가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요즘 그 때를 돌아보면 내가 거의 정신병적인 자기도취에 빠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내 설교가 참 듣기 힘들다. 간혹 내 설교가 어디서 흘러나오면 빨리 꺼버린다. 자기도 듣기 힘든 설교를 해대니 교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들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우리 교회 뿐 아니라 다른 교회에서도 내 설교를 되도록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것은 현장을 떠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설교는 오용되기 쉽다고 생각해서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내 설교를 듣는다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젊은 날과는 대조가 되는 자기 집착증의 한 양상인 것 같다. 내 안에 병든 자의식이 너무 강한 것이다. 성령으로 충만하면 이런 자의식에서도 자유하게 될텐데, 언제나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자신의 설교를 자랑스럽게 인터넷 매체에 올리는 분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그러나 이 정석 교수가 나에게 보여준 모범을 잊지 않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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