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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해체밖에 답이 없다(뉴조)

by 【고동엽】 2011. 9. 28.
 

한기총! 해체밖에 답이 없다(뉴조)

 

교계의 온갖 정치적 이해관계와 '초록은 동색'이라는 동업자 의식이 발동하여, 주요 교단 총회에서 헌의된 한기총 탈퇴 안건은 결국 다 부결되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2013년 WCC 부산총회에 보수 교단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움직임들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한기총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아직도 한기총을 낭만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한기총 문제를 신앙 양심과 합리적 판단 근거로 바로 보자.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있다. 리모델링은 건물의 부실한 부분만 털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재건축은 그러기에는 그 건물의 기초와 상태가 너무 부실해서 아예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다. 한기총은 리모델링(개혁) 대상인가, 재건축(해체) 대상인가? 적지 않은 분들이 한기총의 문제에 공감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체까지 주장한다는 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한다. 얼핏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기총의 과거, 현재 역사와 앞으로의 구조는 그 조직이 적당히 개선해서 한국교회 연합 운동에 기여할 길을 스스로 이탈했음을 여러 모로 증명해 준다.

 

1. 한기총의 과거는 해체를 증명하고 있다

1980년대 말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통일 운동은 사실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중심의 기독교 통일 운동으로부터 비롯되었고(84년 도잔소 평화보고서, 86년 글리온 평화통일 선언, 88년 민족 통일과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선언, 89년 문익환 목사 방북), 이는 당시 다수 주류의 보수적 교회 및 원로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보수적 연합 운동의 필요성을 급격히 대두시켰다. 이에 1989년 12월 당시 한국교회 얼굴이던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한 일부 보수적 성향의 교계 원로들은 통일 및 시국 사안 전반에 걸쳐 진보적 입장을 대변하던 교회협 활동에 의식적 대립을 표방하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출범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기총의 발족에는 당시 정권 실세 박철언을 비롯한 신군부 정권이 교계의 보수적 입김 키우기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게 정설이지만, 아무튼 백번 양보해 진보가 있다면 보수도 있어야 한다고 치자. 초기 한기총은 분명 사회적, 신학적 보수였으나, 오늘날 해체를 주장할 만큼, 하는 일 없는 부패 기득권 집단은 아니었다. 한경직, 강원룡, 정진경, 최훈 등 한국교회 1세대가 생존, 활동하던 당시에는 진보와 개혁을 도무지 수용하기 힘든 보수적 반발 정서에 힘입은 바 클 뿐,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교계를 넘어 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한기총에 국제기아대책기구와 월드비전 같은 구호 단체들이 가입하게 된 것도 바로 그때, 그 이유일 것이다. 또 정직, 절제 운동을 제창해 나름대로 교계에 확산하려 했다.

 

그러나 한경직 목사를 비롯한 존경받던 원로들이 하나둘씩 물러난 자리를 대신해서, 서서히 대형 교회를 바탕으로 행세깨나 하고 싶은 사람들(이용규, 엄신형, 김홍도, 길자연 등), 제 교회 목회보다 교계 정치로 영향력이나 늘려 보고 싶은 사람들(장효희, 지덕 등), 그 중간에서 적당히 줄타기하며 자기 이권이나 챙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기총 대표회장을 비롯한 요직들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보수가 기득권으로 변질해 가는 과정이다. 이들은 자기 기득권 욕구를 보수로 선전해 가며, 특히 2000년대 들어 수구 기득권적 사회, 정치 발언을 이끌어 낸다.

 

2. 한기총의 현재는 해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구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기총이 돈과 권력, 여러 가지 이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패 구조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10년 가을 소위 '한기총을 사랑하는 실행위원 일동'의 이름으로 올라온 어처구니없는 교계 광고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12월 한기총 실행위에서 당선된 이광선 대표회장이 당시 자기가 당선되면 모든 실행위원 부부를 공짜로 성지순례 보내 준다고 하여, 많은 총대들이 그걸 믿고 찍어 줘 당선됐으니 임기 만료 전 약속을 지키라는 협박성 광고였다. "…이 공약을 반드시 지키라고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귀하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발표하는 순간 총대들이 '와'라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습니다.…이 공약이 귀하의 당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지금도 모든 실행위원들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언제 가는지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는 매수당해 당신을 찍어 준 게 맞는데, 그래도 약속이니 그 약속대로 공짜 관광(내 계산으로는 기본 경비만으로도 적게 잡아 7억 5,000만 원 정도다) 시켜 달라'는 말이다. 이런 막장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기총 대표회장, 실행위원이라는 사람들이다. 개혁과 자정이 가능할까?

 

논란 끝에 재신임 받은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고위직에 오를 때마다 돈 선거로 오래 전부터 유명해진 분이다. 1998년, 소속 예장합동 총회장에 당선될 당시 쏟아부은 천문학적 금품이 자기 교회 전도사의 양심선언으로 여지없이 확인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해당 총회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해 제비뽑기 선거가 도입되게 한 장본인이다. 이어 2003, 2004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도, 또 이어 온갖 합법성 시비 끝에 다시 출마한 2010년 선거에서도 습관처럼 돈 봉투를 돌린 것이다. 2007년 선거에서는 당선 공약으로 3억을 제시한 후보를 누르고 10억을 제시한 엄신형 후보가 당선되었다. 공공연히 많은 돈을 내겠다는 말이 당당히 공약이 될 수 있는 한기총이 과연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조직인가? 생각해 보면 길자연 목사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한기총 돈 봉투가 이처럼 어제오늘 일이 아닌 관행인데, 왜 이제 와서 이 난리냐? 그러니 음모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한기총이 자정 능력이 없는, 해체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아닌가?

 

3. 한기총의 미래는 해체를 증명하고 있다

취임 전부터 전임 이광선 목사는 한기총 내에서는 나름 비주류에 속하는 개혁 세력이라 들었다. 그래서 총회 공약대로 2010년 임기 중반기에 조직, 운영, 선거 전반에 걸친 한기총 개혁안을 제시했다. 개혁연대 등 시민 단체들이 보기엔 턱없이 부실한 안이었지만, 그나마 한기총 스스로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인정하며 개선 의지를 실었기에 애써 긍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이광선 개혁안조차 한기총은 제대로 토의해 보지도 못하고 없었던 것으로 하고 말았다. 한기총 개혁을 하려면 무엇보다 각 회원 교단 지분 및 터줏대감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려야 하는데 감히 이광선 따위가 뭐라서 그걸 바꿀 수 있겠는가?

 

그때 해 보지도 못한 개혁안이 아쉬워서인지는 모르나 이번에 길자연 목사의 금권 선거를 거론하면서 이광선 측은 다시 한기총 개혁을 들고 일어났다. 그래서 대표회장 공석 체제에 파송된 대표회장 대리 김용호 변호사의 의욕적인 개혁안도 제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정말 웃기게 되었다. 지난 7월 임시총회에서 개혁안은 껍데기도 거의 살리지 못한 채 엉뚱하게 부결되고 지난 반년 동안 죽도록 싸워 왔던 길자연도, 이광선도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서로 '사랑한다'고 얼싸안는 감동(?)을 연출하고 끝났다.

이광선에게서 도대체 뭘 하자고 지난 반년 동안 싸우며 그 난리를 피웠다가 갑자기 화해하게 됐는지 그 설명과 근거를 들어 본 적 있는가? 길자연에게서 이같은 불미스런 사태를 앞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들어 본 적 있는가? 공정한 판단과 책임을 묻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서로 화해(?)하면,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는 집단에서 부패를 척결할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4. 부패와 기득권 욕구로만 뭉친 한기총을 해체하는 것 말고 다른 답이 있는가

우리 사회에 보수와 진보가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긴장감(균형)을 생각하면 한국교회에도 진보가 있듯이 보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그저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게 아닌지 의심도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한기총이 과연 그리스도 신앙과 사회의 건강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진짜 보수인가?

 

종교를 통해 해 볼 것 다 해 보고, 더 올라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선택은 명예와 권세, 돈이 아니겠는가? 한기총은 행세나 하고 싶은 대형 교회 목회자들과 소위 교계 원로들이 돈과 권력과 함께 적당히 명예도 얻을 수 있는 환상적인 놀이터다. 한국교회의 산헤드린이며, 누가 내게 귀띔해 준대로 한국기득권총연합회다. 그것 외에 한기총이 무엇하는 기구인지 더 대답해 보라. 얼마 전 한기총 토론회에서 한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국장은 한기총이 일 년 사업 예산보다 대표회장 선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조직이라고 했다. 막대한 금품을 낭비하면서 그저 대표회장을 뽑기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 한국교회에 왜 필요할까?

 

한기총을 해체하면 그 이후 한국교회의 대표와 연합 운동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웬 걱정인가? 언제부터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며 먹여 살렸기에 한기총이 없어진 후의 연합 운동을 염려하나?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머리 맞대고 논의할 기구와 인물들은 얼마든지 많다. 지금은 도무지 리모델링이 안 되는 집을 우선 부숴야 한다. 한기총 사람들이 밉고 싫어서 죽으라는 게 아니다. 죽을 길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고집부리며 가지 말고, 돌아와 이제 함께 살자는 생명의 권고다. 함께 죽지 말고 함께 살자. 한기총 가맹 교단과 단체들은 탈퇴하고 한기총은 스스로 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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