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근목사 (연동교회) 2004.12.30 조회 : 838
그 동안 한국사회는 '잘 살아보세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 가사처럼 잘 살기 위해 달려왔다. 성장, 성공이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졌다. 무엇을 하던지 최고, 최강, 최대, 제일을 지향해 왔다. 이러한 성장주의, 성공주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지도자의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었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부정과 부패와 부조리는 불가피한 기회비용으로 간주해 왔다. 리더십에 있어서도 능력 본위의 리더십, 탁월한 리더십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만 잘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좀 있어도 눈을 감아 주었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공부만 잘 하면 웬만한 문제는 덮어 주었다. '공부를 잘 하니까!' 그것으로 좀 못된 짓을 해도 봐 주는 분위기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기 저기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계도 그렇고 경제계도 그렇고 사회,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구석구석 성한 곳이 없이 썩어 있다는 장탄식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이혼율 43%, 1년 간 낙태건수 200만 건, 대학생 동거 10%, 유흥업소 종사 여성인구 33만명, 알코올 섭취 세계 2위, 교통사고 세계 2위, 성형수술 공화국, 재해공화국 여기다 부패 공화국 소리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인 부패감시를 위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한다. 2001년 6월 27일 국제투명성기구 한국 본부인 반부패국민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91개 조사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42위를 차지했다. 이는 36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나 타이완 보다 낮은 등수이다. 2000년에는 전체 90개국 중에서 48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여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사국 전체의 중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성장시대의 산물이다.
교계도 이 문제에 관한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직업별 부패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했다. 전국 9개 도시의 30세 이상 성인남녀 1천354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부패정도를 조사한 결과, 직업군 별로 보면 정치인(3.81)-재벌총수(3.60)-세무공무원(3.54)-경찰(3.43) 순으로 부패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뒤를 이어 대기업 사장(3.39), 변호사(3.21), 검사(3.08), (2.84), 교사(2.79), 민원공무원(2.77), 교수(2.69), 의사(2.66), 중소기업 사장(2.64), 은행원(2.63) 그리고 목사(2.33) 순으로 나타났다. 부패지수가 2이하인 청렴한 직업군으로는 대기업 근로자(1.87), 신부(1.78), 체신공무원(1.56), 농부(1.43) 등이었다. 이 지수는 '매우 청렴'을 1로 하고, '다소 청렴'을 2, '다소 부패'를 3, '매우 부패'를 4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평균치로 지수가 3 이상일 경우 부패한 직업군으로, 2 이하일 경우 청렴한 직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목사는 청렴하지도 부패하지도 않은 '보통' 수준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목사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의 진실과 관계없이 성인남녀들이 목회자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무엇이 저들의 눈에 목사가 그런 모습으로 비치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 역시 교회성장주의 시대의 그림자가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이제는 정말 목회자 지도력의 자질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이다. 무엇보다 능력 있고 갈채 받는 지도자 보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나와야 할 때이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성공적인 지도자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큰 교회에 고급 승용차를 타는 목사가 성공한 목사가 아니라 교인들에게 존경받고 동료 목회자들에게 인정받는 목사가 성공한 목사로 인식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목회 리더십을 각기 위해서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오스왈드 샌더스가 쓴 「영적 지도력」은 영적 리더십 연구에 있어서 탁월한 고전으로 일컬어진다. 오스왈드 샌더스는 이 책에서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필수적인 자질과 절대적인 자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우선 필수적인 자질로는 훈련(Discipline), 비전(Vision), 지혜(Wisdom), 결정(Decision), 용기(Courage), 겸손(Humility), 순전함과 성실함, 유머(Humor), 의분(Anger), 인내(Patience), 우정(Friendship), 재치와 수완(Tact & Diplomacy), 감화력( Inspirational Power), 행정적인 능력(Executive Ability), 들어주는 기술( The therapy of Listening), 편지 쓰는 기술( The Art of Letter writing)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절대적인 자질로는 성령의 충만과 영적인 은사를 들고 있다. 오스왈드 샌더스는 성령의 충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아무리 지적으로 화려하며, 아무리 행정가로서 역량이 있다고 해도 이런 필수적인 능력이 없다면, 그는 진정으로 영적인 지도자 자격에는 부적격이다" 그리고 영적 은사에 대해 "영성만으로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천성적인 것과 은혜로 주어진 은사가 반드시 사역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홍 목사가 쓴 「거인들의 발자국」은 한국교회의 리더십 논의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한 홍 목사는 이 책에서 리더십의 요소를 균형감각, 인격-신뢰성, 능력, 융화력-팀워크창조력이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균형감각(Balance)에서는 리더십(leadership)과 팔로워십(followership)의 균형, 지성주의와 감정주의사이의 균형, 경건주의와 교리주의 사이의 균형, 개인구원과 사회구원 사이의 균형, 성경(Test)와 상황(Context)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인격(character)-신뢰성(trustworthiness)에서는 배움에 대한 겸손과 열정, 정직과 투명함, 성실성, 용기, 결단력을 들고 있다. 능력(competence)에서는 지적능력-정보 분석력 및 활용력, 집중력, 철저한 준비, 조직 장악력, 의사전달능력, 위기관리 능력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융화력과 팀워크 창조력에서는 대립이나 경쟁이 아니라 윈(win)-원(win) 전략을 통한 시너지(synergy) 효과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말하고 있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계발이 뒤따라야 한다. "위인이 도달한 고봉은 일약 지상으로부터 뛰어 올라온 것이 아니다. 남이 잠자는 사이에도, 한 걸음 한 걸음 애써 기어올라 온 것이다" 영적 지도자에게 있어서는 전문적인 능력, 영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품에 기초한 리더십을 갖는 일이다. 사실 그렇다. 어떻게 설교하느냐 하는 것 보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은 달라진다. 성품이 뒷받침되지 않는 능력은 그 영향력이 반감한다. 그러기에 "성품은 리더십에 관한 제 1의 이슈이다." 한스 핀젤의 말이다. 존 맥스웰은 "당신이 소유한 은사와 솜씨들이 당신을 정상에 놀려 놓아줄 수는 있겠지만, 당신이 그 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성품뿐이다." 한스 핀젤은 「리더십 파워」라는 책에서 영적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성품으로 8가지를 제시하였다.
1. 마음, 생각, 손길의 순결성 - 죄에 대한 통제력
2. 섬기는 자세 - 오만을 다스리는 힘
3. 인내 - 책임을 완수하는 태도
4. 예측 가능하고 한결같은 신뢰 - 성실성
5. 약속 준수와 기밀 유지 - 신용
6. 파트너십과 부모 노릇 - 가정에 대한 충실성
7. 기도 - 하나님과의 친밀성
8.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 - 복음을 향한 신실성
리더십의 자질이나 성품이라고 해서 어떤 비범하고 탁월한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개발할 수 있고 훈련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평범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이 비범하게 쓰시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스스로 비범해 지려고 할 때 이는 스스로를 멸망의 길로 몰고 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평범한 사람을 불러 비범하게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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