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노인 교육
정중호/계명대 신학과 교수
I. 머리말
현대인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지만 노인이 되는 것은 싫어한다. 산업사회 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선호하는 기분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도 원기 왕성하고 생산력 있는 젊은이를 사람들은 선호하게 된다. 특히 TV를 비롯한 대중 매체들은 상업성에 편승하여 젊음과 미모 및 패기와 힘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노인은 가치절하를 당하고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며 소외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높아 가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의 시기를 걸어갈 수 밖에 없으며, 사람의 평생중 1/5 이상의 기간을 차지하는 노년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앞에 두고 먼저 성서를 펴서 노인에 대해서 성서는 무엇이라 말하고 있으며 노인교육에 대해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하자.
II. 노인은 누구인가?
유다왕들의 평균 수명을 계산해 보면 44세 밖에 되지 않는다. 왕들은 종종 암살 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양이 좋고 환경이 쾌적한 점을 또한 감안해 볼 때 중노동에 시달리며 전쟁과 재해를 겪어야하는 일반 백성의 평균 수명도 그리 높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성서시대에 장수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여겨졌으며 백발은 인생의 면류관으로 존경을 받았다(잠 16:31). 백발은 지혜를 상징하고 노인은 가르치며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주로 노인들로 구성되는 마을의 장로들은 지도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었다. 노인을 존경하는 것은 곧 사회의 기본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요 나아가서 모든 질서를 운영하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으로 성서는 연결시키고 있다(레 19:32).
그러나 노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존경받은 것은 아니었으며 백발이 성성하다고 해서 모두가 지혜자는 아니었다. 벧엘에 사는 한 노인 예언자는 젊은 예언자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으며(왕상 13:1-32) 노아와 롯은 술에 취해 수치를 당하였다(창 9, 19장). 노인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신체적으로 쇠약해지며(전 12:3-7) 병약해지는 현상이다. 쇠약한 노인이 이용당하고 학대 받는 예를 성서에서는 눈먼 아버지를 속인 야곱, 불량한 아들 때문에 고통을 당한 제사장 엘리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하고 노동력이 저하되며 수입이 감소되고 배우자까지 잃어버린 노인들은(예: 룻기의 나오미) 생계의 위협을 받았으며 쉽게 착취당할 수도 있었다(막 7:5-13).
노인은 존경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쉽게 이용당할 수 있음을 성서는 지적하면서 노인의 시기가 생의 한부분으로 소중히 여겨져야함을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복은 노인에게도 미치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누릴 수 있음을, 오히려 노인의 시기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 주어야하는 결실의 시기임을 성서는 주장한다.
III. 노인 교육의 성서적 근거
1. 노인교육의 필요성과 목표
(1)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이다.- [자유를 위한 교육]
사람의 시기를 어린이, 청년, 장년, 노년 등으로 간단히 구분해 볼 때 그 어느 시기에나 문제가 있으며 교육이 필요하며 노년의 시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갈 때는 그 어느 시기 보다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주위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처해 나아간다. 노인 교육은 바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이며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를 품고 자유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이다. 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과 환경에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 나아가며 자연 환경을 관리하고 다스리며 살아가도록 하나님으로 부터 복을 받았다;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 노인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신체와 정신 및 주위 환경에 대해서 새롭게 배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흔히 노인은 의존적이기에 돌봐 주어야 하고 연약하기에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러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도 완벽한 시기는 없으며 서로 도와 가며 살기 마련이다. 노인 교육도 노인이 독자적인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같이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핵가족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양로원이 잘 될 것같지만 실제로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수는 전체 노인의 5%에 지나지 않는다. 늙고 쇠약해도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기를 노인들은 원한다. 만약 노인이 부자유하며 억압을 받는다면 이는 하나님의 정의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소외된 자와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사랑과 자유를 선포하신 주님은 오늘도 노인을 위해 자유를 선포하신다(눅 4:18-19)
어느 세대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노인들은 노년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없애고 노년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적응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믿음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상의 자유가 노인에게 필요하다. 노인의 상황은 분명 새롭고 특수한 상황이며 누구나 처음 겪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적합한 신학, 즉 노인의 특수한 상황에서 듣는 하나님의 특수한 말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성서를 새롭게 해석하고 배우는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
(2) 하나님의 복인 성장을 중단시킬 수 없다. - [성장을 위한 교육]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사람에게 복을 주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고 하셨다. 이 복은 사람의 육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전체에 해당되는 말이며 어린이와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해당 는 말이다. 사람은 하나님으로 부터 복을 받은 피조물이며 노인도 역시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이다. 노인은 비록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기는 하나 육신의 약함 속에서 지혜가 더욱 성숙되며 익어 가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발시키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도 새롭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믿음의 성장이며 이러한 성장을 돕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전 4:16).
노인의 시기를 단순히 쇠약해지고 무력해지며 죽음의 길로 걸어가는 내리막길이 아니라 인생의 성장이 계속되는 성숙의 계절로 보아야할 것이다. 따라서 노인교육의 목표도 노인을 도와주는 소극적인 목표 보다 노인을 성장시키는 목표, 하나님의 복이 활동하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설정되는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보람있는 봉사의 삶을 위해서이다. - [봉사를 위한 교육]
노인은 무력하며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인의 한 단면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백발은 평생의 면류관(잠 16:31)이며 지혜와 지도력의 상징으로 생각되어 왔다. 사람은 평생 하나님 앞에서 자녀이며 배우는 학생이지만 하나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가장 적합한 교육자는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노인일 것이다. 그러나 노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선생일수록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재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교육자다. 어떤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보호를 받고 도움을 받기보다는 누구를 도와주고 유익을 끼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노인에게는 이러한 긍지와 보람이 필요하다; "하나님이여 나를 어려서부터 교훈 하셨으므로 내가 지금까지 주의 기사를 전하였나이다.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수가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을 장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시 71:17-18).
2. 노인 교육을 위한 제언
(1) 교육환경 조성 - 노년부 설치
인생의 모든 시기는 교육을 필요로 하며 노년의 시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교회교육 현장을 살펴보면 노년부는 아예 없거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명 노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노년부가 설치 되어야하며 교회교육의 결실을 거두는 부서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 교육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교회도 노인들을 위해서 보청기, 큰 활자로 인쇄된 서적, 휠체어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노인이 쉽게 출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교회 건물이 되어야할 것이다;"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소경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14).
분명 교회는 노인 교육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고 성의있게 교육을 해야하는데 이것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요 '부모를 경홀히 여겨 저주를 받는'(신 27:16)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노인 교육은 노인 공경의 한 방법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길에 서기 위함이다;"너는 센 머리(백발)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레 19:32).
(2) 건강 및 생활 교육
신앙과 생활이 분리 될 수 없듯이 노인 교육에서 노인의 건강과 특수한 생활 형편을 도외시 할 수 없다.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자연적으로 쇠약해져 가는 몸의 장애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비현실적인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노년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삼하 19:33-37). 그리고 노년에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경제생활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고 은퇴하기 전에 장년들을 준비시키는 '노년을 위한 오리엔테이션'도 필요하다. 노인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경우 교회가 이에 관심을 기울여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 있는 노인들을 돌보지 않으면서 해외선교와 대외적인 구제사업을 펼치는 것은 분명 올바르지 않다.
노년에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 중 하나는 남편이나 아내를 사별한 독신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외로움과 소외감 등 심리적인 어려움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수반할 수 있다. 성서에는 과부를 보호하라는 말씀이 자주 나타난다(신 10:18; 14:29; 24:17 등). 성서 시대의 과부는 고아와 나그네와 더불어 가장 연약하며 착취당하고 이용 당하기 쉬운 사람들이었다. 구약에서 말하는 과부(예: 룻기의 나오미, 룻:1:20-21)는 오늘날의 과부와는 다르며 굳이 비슷한 집단을 든다면 늙고 생활 대책이 없는 독신자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신약시대에는 벌써 60세가 넘은 과부만을 과부 명부에 올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딤전 5:9). 노인 독신자들을 위한 교육은 과부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행동에 근거한 교육이며 단순한 보호 보다 홀로 서기를 도와주는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3) 공동체를 위한 교육
직장에서 은퇴를 한다고 해서 사람의 노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기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교회와 사회를 위해 더 보람된 일을 할 수도 있다. 성서 시대의 노인들 가운데는 마을을 지도하는 장로의 임무를 수행하는 노인도 있었고 지혜로운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예: 전도서의 늙은 전도자, 르호보암 왕을 충고한 노인들[왕상12:6-7]). 레위인과 제사장은 은퇴를 하여도 성전을 경비하는 일은 평생동안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기도하던 노인들이(시모온과 안나, 눅 2:25-38)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고 찬양 드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노인들이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들을 지도하고 상담하는 일은 세대간 긴장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노인이 존경 받을 수 있는 길도 열 수 있다; "그가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비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 돌이키지 아니하면 두렵건대 내가 와서 저주로 그 땅을 칠까 하노라"(말 4:6). 그러므로 노인 교육은 노인들의 능력을 개발해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할 것이다.
노인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노인을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노인을 가르칠 수 있는 분야도 있겠지만(예; 건강관리, 경제, 기술 등의 분야) 노인이 노인을 가르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사실이다(예; 상담, 신앙, 인간관계, 건강관리 등). 노인들이 동료 노인들을 가르치고 도와주는 봉사활동 가운데서 노인들의 공동체 의식도 기르고 자신의 능력도 개발할 수 있다.
IV. 맺는말
노년은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평생의 할 일이요 노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분명하고도 중요한 것은 노년도 생의 한 부분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성숙하고 결실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노인 교육은 하나님으로 부터 받은 복 즉 성장하며 자연을 관리하는 사명을 감당하도록 도와주는 일에 노인 교육의 목표를 두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 자신들이 신체적, 정신적, 신앙적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노인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며 노인 자신들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하여 젊은 세대들을 위해 봉사하는 가운데서 자신감을 갖고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인 교육은 어린이 교육과 마찬가지로 가족 및 젊은 세대들의 보살핌과 사랑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 부모공경과 노인공경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길이기에 노인 교육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 위에 실현시키는 한 방법이다.
(이 글은 {복음과 교육} 1993년 통권 제11호에 게재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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