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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삼위일체론

by 【고동엽】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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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삼위일체론

 

 

 

Ⅰ. 들어가는 말

 

19세기는 독일 자유주의 신학의 시대였다. 자유주의 신학은 전반적으로 삼위일체론을 거부하거나 무시했다. 예를 들어, 종교의 본질을 감정으로 본 슐라이어마허는 삼위일체론이 인간의 의식과 상관없는 형이상학적 사색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했다. “초월적 존재들 안에 영원한 구별은 인간의 의식에서 생겨날 수 없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식에 관한 설명이 될 수 없다” 기독교의 본질을 윤리로 본 알브레히트 리츨은 삼위일체론이 윤리적 실존과 상관없기 때문에 별로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19세기에 삼위일체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사람은 오히려 철학자 헤겔이었다. 헤겔은 독일 연방에 정치적 혁명이 불가능한 것을 보고 대신 철학적 혁명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독일 관념론이다. 헤겔은 독일 관념론 철학의 완성자였다. 헤겔은 처음에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이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의 반동을 경험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눈을 뜨게 된 후,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자 노력했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는 이분법적 철학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 인간과 세계를 통일하는 동일성의 철학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헤겔은 인간이 이성적 사유를 사용하여 역사 속에서 합리적 세계를 건설하는 꿈을 꾸었다. 헤겔은 직접 삼위일체론 자체에 대해 저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위일체론은 헤겔 철학의 주요 모티브였다. 헤겔에 의하면, 정신(영)으로서 하나님은 자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구별되었다. 헤겔의 변증법이 삼위일체론에서 나왔다는 연구도 있다.

 

Ⅱ. 헤겔의 삼위일체론

1. 정신으로서 하나님

 

헤겔은 종교철학에서 하나님을 무엇보다도 정신(영)으로 이해했다. “하나님은 정신, 절대 정신, 영원히 분리되지 않는 정신이다.”그리고 이 절대정신으로서 하나님이라는 존재로부터 다른 모든 존재가 파생되어 나온다고 보았다. “하나님은 절대 진리, 즉자 대자적 보편자, 모든 것을 포괄하는 존재,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 모든 존재가 파생되어 나오는 존재이다.”헤겔은 정신으로서 하나님이 특별히 인간 안에 현존한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믿고 느끼고 이념을 형성하고 아는 한에서,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이다.” 헤겔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간의 사유 안에 현존한다 “사유는 보편자의 활동이다. 사유는 그 활동 또는 작용 속에 있는 보편자이다. 사유는 보편자가 존재하기 위한 정신의 양식이다.”곧 인간이 무엇을 생각한다는 그 자체는 하나님의 활동이기에 이것이 하나님이 인간 안에 거한다는 증거이다.

 

2. 하나님의 변증법적 자기 전개

 

하나님은 구체적인 존재로 정신(영)으로 존재하는데 그 영은 정체되어 잇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활동한다. 이런 정신의 활동은 먼저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구분하고 자신을 분리한다. 이렇게 정신으로부터 구분하여 나온 것은 다시 정신으로 돌아간다. “ 이 보편자는 추상적 보편자이지만, 모든 것이 나오고 모든 것이 돌아가는 영원한 자궁, 영원한 운동력과 근원이며, 그 안에 모든 것이 영원히 보존되어 있다.”요약하면, 헤겔에게서 하나님은 자기 전달의 주체로서 자기를 대상화 하지만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또 자신에게 복귀하는 형식으로 존재하는 정신이다.

 

3. 하나님의 세 가지 형태

 

헤겔은 하나님이 자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자기 분화, 분리, 복귀의 과정이라는 세 가지 형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으로서 하나님은 영원한 보편성의 형태, 현상과 특수화의 형태, 자기에게 복귀하는 단일성의 형태라는 세 가지 형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헤겔은 이런 하나님의 세 가지 형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주관적 의식, 장소, 시간과 관련하여 복합적으로 논의했다. 먼저 주관적 의식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첫 번째 형태의 요소는 사유이고 두 번째 형태의 요소는 비유적 개념이고 세 번째 형태의 요소는 주관성 자체이다. 장소의 관점에서 볼 때, 첫 번째 형태는 세상 밖에서 존재하고, 두 번째 형태는 세상 속에서 전개되고, 세 번째 형태는 정신적 공동체 안에 존재하다가 하늘로 올라간다. 시간상으로 볼 때, 첫 번째 단계는 시간 밖에서 영원 안에서 존재하고, 두 번 째 단계는 과거로 간주되고, 세 번째 단계는 현재 안에 존재한다. 헤겔은 또한 하나님의 이런 세 가지 단계를 차례로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영(정신)의 나라라고 불렀다. 곧 성부 하나님은 영원한 세계 안에서 자신 안에 있는 영원한 이념이고 성자 하나님은 이 세상 속에서 사유하는 영원한 이념이고 성령 하나님은 교회 공동체 안에 있는 영원한 이념이다.

 

4. 아버지의 나라

 

첫 번째 단계인 아버지의 나라에서, 하나님은 즉자 대자적으로 세계 창조 이전에 세계 밖에서 자신의 영원성 안에 머물러 존재한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이념은 그 본질적 존재에서, 자신 안에서 자신을 위해서 (즉자 대자적으로), 세상의 창조 이전에 세상 밖에서, 그의 영원성 안에 있는 하나님이다.”그런데 하나님은 영원 안에서 홀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분하시고 분리하신다. 곧 보편자인 하나님은 자기를 특수화하신다. 그리고 보편자와 특수자는 동일하다. 이 둘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영이다. 사랑이라는 말은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은 바로 구분을 표현하지만 또한 사랑의 속성은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헤겔의 관점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와 비슷하다. 곧 영원한 세계에서 정신의 삼위일체이다. 곧 하나님은 영원한 세계에서 자기와 같은 특수자를 분화하고 이 둘을 사랑을 통해 다시 하나가 된다.

 

5. 아들의 나라

 

두 번째 단계인 아들의 나라에서 하나님은 자기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가운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인간과 자연을 창조한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분리 되었으나. 아주 독립적인 존재는 아니다. 이 분리된 인간과 자연은 하나님의 영원한 이념이 세상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럼으로 모든 자연과 인간 안에는 영원한 이념이 있다. 바로 이 이념이 아들 하나님이다. 세상에서 자연은 이념, 즉 하나님의 지혜가 현현하는 곳이다. 이념이 자연 안에서 드러나는 최고의 형태는 생명이다. 영원한 이념이 자신과 같은 것을 세상에 표출된 것이 자연과 인간이며 이것이 바로 아들이다. 바로 세상과 인간이 하나님의 또 다른 표현인 아들이며 그 안에서 역사한 것은 영원한 이념이다. 헤겔은 아들의 나라에서 그리스도의 화해를 다루었다. 헤겔에게서 화해는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 즉 신성과 인성의 일치를 의미했다. 절대적 이념은 신성과 인성의 일치이고, 인간은 신성과 인성의 일치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다. 회해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죽음은 곧 하나님의 죽음이다. 하나님의 죽음은 부정성이 하나님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하나님 안에 죽음이란 부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이 죽음을 제거했다는 것이다.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의 죽음의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유지한다. 그래서 십자가는 다만 죽음의 죽음 일뿐이다.

 

6. 정신(영)의 나라

 

세 번째 단계인 정신의 나라에서, 하나님은 분열된 것을 화해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복귀하는 정신으로 존재한다. 헤겔에서 정신의 분리와 구별의 상태에서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것을 다시 자신과 연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곧 화해의 과정이다. 헤겔에 의하면, 정신은 곧 성령이다. 그리고 정신은 성령의 교회, 즉 정신적 공동체 안에 현존한다. 성령은 제자들에게 부어졌고 이것은 제자들의 내적인 삶이 되었다.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 공동체 안에서 절대적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령은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 뿐 아니라 하나님과 연결하는 끈이다.

 

Ⅲ. 나가는 말

 

헤겔은 절대 정신이신 하나님이 자기 분화, 분리, 복귀하는 과정으로 삼위일체로 보았다. 곧 영원한 정신이신 하나님은 영원 속에서 자기를 분화하여 보편자와 특수자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사랑으로 존재하고 또 자기를 분리하여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아들이며 그 곳에서 역사하는 정신은 바로 영원한 정신이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교회공동체를 만들어서 그 속에서 절대 정신과 하나로 만드는 것이 바로 성령이다. 헤겔은 정신으로서 하나님이 삼위일체적으로 자기를 전개하면서 세계를 다스린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전통적 유신론이 아니라 만유재신론(panentheism)에 해당한다. 헤겔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자연과 인간의 의식과 역사 속에서 전개되는 면을 잘 포착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헤겔의 삼위일체론은 절대 정신이 하나님의 주체로서 자기를 전개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세 위격의 고유성을 손상시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당연히 헤겔의 아버지의 나라와 아들의 나라와 정신의 나라는 성서의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역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성서는 창조를 아버지의 사역으로 돌리고 십자가를 아들의 사역으로 본다. 그러나 헤겔에게서 아버지의 나라는 영원의 나라이고, 아들의 나라는 창조와 인간의 유한한 의식과 세상이다. 이것은 헤겔이 성서의 증언보다는 자신의 관념론 철학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헤겔은 특수한 신학을 보편적 철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정신의 자기 전개의 세 가지 형태라고 개념화했다. 그러나 헤겔의 삼위일체론은 성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헤겔의 정신 또는 이성에 대한 철학적 추론에 불과하다는 신학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헤겔이 죽은 후 헤겔의 제자들은 1830년대 이후 19세게 사상을 지배했다. 그러나 헤겔의 제자들은 마르하이네케, 다우프, 비더만, 등 우파 헤겔주의자와 슈트라우스,포이에르바하, 바우어, 칼 마르크스등 좌파 헤겔주의자로 분리되었다. 전자는 헤겔의 관념론을 역사적 기독교의 진리 해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 반면, 후자는 헤겔의 지양 개념을 가지고 역사적 기독교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인간세계를 열려고 시도했다.

 

 

[출처] 헤겔의 삼위일체론|작성자 kais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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